“방역 정책 실패한 정부는 손해 보상하라”

 

지난해 8월에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하면서 ASF가 얼마나 무서운 질병인지 실감했다. 방역당국은 농가에 ‘ASF교육을 시켜라’, ‘울타리 쳐라’, ‘소독을 철저히 하라’면서 개별농가에 온갖 의무를 지게 했다. 대부분의 농가들은 ASF의 무서움을 실감했기에 시키는 대로 실행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발병원인으로 지목됐던 잔반 급이를 중단시키라고 한돈협회, 수의전문가 등이 요구했으나 정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올 5월에 북한에서 ASF가 발병됐을 때 접경지역의 야생멧돼지에 대한 조치를 수 없이 요구했으나 정부는 북측 철책, DMZ, 남측 철책 등으로 절대로 넘어오지 못한다면서 야생멧돼지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6월 1일과 8월 10일 철원파주 DMZ평화둘레길을 개장하면서 하루 수십 명이 DMZ 안을 드나들게 했다. DMZ 내 멧돼지사체에 대한 모니터링조차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9월 17일 우리나라에서 ASF가 발병됐을 때도 정부는 ‘야생멧돼지 전염에 의한 발병 가능성은 희박하다’, ‘야생멧돼지를 통해 사육돼지로 전염된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방목농가에서 보고된 2건 외에 없다’면서 야생멧돼지 포획을 미뤘다.
발생이 누적되자 SOP에 있는 살처분 범위(발생농장 중심 반경 500m)를 가축방역심의회 결정이라면서 반경 10km로 400배 증가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시군단위로 살처분을 진행했다. 이것이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정부의 폭력이었다.
수매 및 살처분은 방역을 철저히 해서 질병을 막아냈지만 대한민국 축산업을 위해 희생시킨 것이다. 다른 사안이라면 이런 희생이 규정보다 단 몇 퍼센트만 증가되어도 언론에서 대서특필했을 텐데도 이번 ASF사태에서는 무려 400배, 4만 퍼센트를 증가시켰는데도 비난하는 언론이 단 하나도 없다.
농가의 추가 발생이 없어진지 4주가 넘은 현재시점에서 정부는 더더욱 심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농가의 발생이 단 한건도 없는데도 철원의 구석인 원남면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검출됐다며 철원군의 농가 돼지(남방한계선 이남 10km 내)를 수매·살처분하고 있다. 
원남면은 전 지역 민간인출입통제구역으로 주민이 단 한명도 살지 않는 산악불모지다. 행정구역상 철원이지만 철원사람들조차 가지 못하는 군사지역이다. 원남면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근동면, 원동면, 임남면도 모두 같은 상황이다. 이 4개면은 동쪽으로 치우쳐져 있어 나머지 철원과는 거리도 멀다. 해당 4개면 내에서 멧돼지를 통제하면 될 일을 이 지역과 왕래도 없는 철원의 농장돼지를 없애려 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번의 차단기회가 있었는데도 실기해 국내에 ASF가 들어온 것은 정부의 정책 실패다. 정부는 수매·살처분 농가에게 경제적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우선 최소한의 생계비라도 보상하라. 대부분의 농가는 부채를 안고 있다. 이 부채의 상환을 연장해주고 이자를 탕감해주고 농장의 최소유지비와 농민의 최소생활비를 보장해줘야 할 것이다.
추후 국가의 축산업을 위해 희생한 이들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도록 재입식을 보장해주고 피해를 보상해줘야 한다. 야생멧돼지를 통한 사육돼지의 감염가능성이 낮다고 발표한 정부가 야생멧돼지에 발병됐다고 집돼지를 살처분하는 게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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