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생멧돼지 개체수 저감 등에 363억원을 긴급 투입한다. 국비(목적예비비) 255억원과 지방비 108억원이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 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에 협조해 야생멧돼지 개체수를 미리 줄였다면 필요 없었을 비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선 ASF 발생지점을 2단으로 둘러싸는 1, 2차 울타리 설치에 109억원을 투입한다. 접경지역 야생멧돼지 남하를 차단하기 위한 광역 울타리(실제 설치 약 193km, 지형지물, 야생동물 유도울타리 등 자연차단 포함 총연장 약 326km) 설치에 87억원을 지출한다.
야생멧돼지 개체수 저감에 167억원을 편성했다. 야생멧돼지 포획 신고 포상금은 마리당 20만원을 지급한다. 예산 규모는 60억원이다. 포상금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린 것은 대한한돈협회 요청에 따른 조치다.
ASF 발생·인접 지역 13개 시군의 야생멧돼지 저감을 위한 포획틀 250개 포획트랩 4600개 설치에 30억원을 투입한다. 13개 시군은 강화, 김포, 파주, 연천, 철원, 고양, 양주, 동두천, 포천,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이다.
야생멧돼지 폐사체 소각·매몰 등 적정 처리를 위해 2차 차단지역 북부 17개 시군에 폐사체 처리비 77억원을 투입한다. 17개 시군은 강화, 김포, 파주, 연천, 철원, 고양, 양주, 동두천, 포천, 화천, 의정부, 남양주, 가평, 춘천, 양구, 인제, 고성 등이다. 
환경부는 한돈협회의 야생멧돼지 개체수 저감 요청을 ASF 발생 전에 이행했으면 막대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진작 개체수를 줄였다면 동서 광역 울타리 86억 8000만원, 1, 2차 울타리 108억 8000만원 등은 필요가 없는 예산이다. 환경부는 늦장 대응으로 국고를 낭비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환경부 장관은 오늘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한돈협회 요구와 같이 사퇴도 고려해 볼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환경부는 올해 전국적으로 야생멧돼지 6만 마리를 포획했으며, 연말까지 10만 마리 포획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체수의 75% 이상을 감축해야만 방역에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전국에 야생멧돼지 개체수가 35만 마리라고 예상했을 때 최소 26만 마리 이상 없애야 한다.
김철훈 야생생물관리협회 부회장은 “내년 3, 4월이면 개체수가 3.3배나 늘기 때문에 올 겨울 안에 크게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박선일 강원대 수의대 교수는 “외국 논문에 따르면 개체수를 50% 정도 줄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개체수를 75% 이상 줄이는 것을 3년 이상 지속해야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금이라도 성실한 자세로 ASF 확산방지 및 조기 종식을 위해 개체수 75% 이상 저감에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끝으로 정부는 SOP에도 없는 강력한 ASF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한돈농가들은 한돈산업의 미래를 위해 불이익을 감수하고 방역 정책에 호응했다. 그러나 정부는 농가와 관련한 보상에 인색하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SOP에도 없는 사상 유례가 없는 ASF 방역 정책을 실시 중인 정부는 SOP에도 없는 사상 유례가 없는 충분한 보상과 재입식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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