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교수(단국대 양돈영양사료공학실)

 
요즘 양돈가들을 만나보면‘돼지가 크는 것이 신통치 않네요’,‘돈가도 좋은데 출하돼지가 없어요’라고 얘기하는 사양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불만의 목소리가 곡물가격 폭등에 따른 사료가격 인상 시기와 맞물려 사료 품질 저하 문제까지 재기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은 지금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들, 특히 육성돈의 성장이 더디게 느껴지는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것 같다.
국내 가금인플루엔자 발생 및 미국 소해면상뇌증(BSE) 파동으로 국내 식육 소비형태가 생선류와 돼지고기로 이동하면서 지육단가가 유래 없는 상한가를 유지하고 있다. 2004년 1월달 평균 지육단가는 전국기준으로 2874원이었으며, 2월달 평균 지육단가가 3282원 이상을 상회했다. 이에 지육단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하는 4월달과 맞물린다면 지금까지 양돈산업에서 볼 수 없었던 유래 없는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한 것이다. 돈가가 이런 모습으로 진행되다 보니 농가에서 사료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사양가가 느끼는 불만의 요지인‘돼지가 잘 안 큰다’는 돼지의 성장율 저하를 크게 두가지 측면으로 이해해보고 싶다.
첫째는 연일 상종가를 지속하는 돈가 때문에 돼지의 성장 정체를 호소하는 심리적 요인으로 보인다. 사양가들은 2003년 하반기에 돈가가 폭락과 사료가격 인상이라는 이중고에 경제적으로 많은 압박을 받았다. 이 시기를 겪고 난 사양가들이 돈가가 좋을 때 한마리라도 더 출하두수를 늘려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하는 듯 하다.
둘째로 2002년부터 지속되어 온 구제역과 돈열 등의 질병후유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2002년 5월 3일 최초 구제역 발생 및 2003년 3월 전국적인 돈열 발생으로 인해 5월달에는 돈열 백신이 실시됐고, 공교롭게도 5∼6월에 전국적으로 40%에 이르는 유-사산이 발생했다. 돈열 발생은 전국을 비상 방역체제 아래 놓이게 했으나 이러한 방역활동은 오히려 하절기 사양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못하게 만들었다. 또한, 매년 10월 발생되는 모돈의 습관성, 계절성 유산 발생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PED, PMWS 발생 등으로 2003년 4/4분기 낮은 지육단가는 농가의 사육의지를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듯 하다.
지금 농장의 모돈들은 매우 지쳐있어 보인다. 구제역과 돈열 발생으로 적기에 후보돈 입식이 지연되었고, 고산차와 저산차 모돈이 많은 농가의 현실이다. 당연히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2003년 하반기 분만두수 저하 때문에 2003년 4/4분기부터 지금까지 자돈사료 생산량이 크게 감소되었으며, 지금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육성돈은 2003년 5월 이후 종부하여 9월 이후에 분만한 돼지들이다. 다시 말해 많은 고난을 겪고 난 돼지들이기 때문에 육성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료가격의 추가 인상이 예고되고 있는 이때에 사료회사들은 사양가와 좀 더 강한 신뢰감을 쌓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절대적인 기업의 논리는 버리고 농가가 살아 남아야 사료회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신념아래 농가와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지금의 어두운 터널을 나왔을 때 양돈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웃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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