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우려에 포획틀만 의지
‘멧돼지 남하할 가능성 없다’
환경부통일부 안일한 판단
상식 밖의 대응 확산 초래”

“살처분수매 적극 동참 농가
정부가 제대로 챙기지 못해
현실성 있는 보상지원 시급”

 

여야 국회의원들이 정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해 일제히 질타했다. 안일한 판단과 실책이 지금의 ASF 확산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농가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살처분 보상금과 생계안정자금 지급 제도 개선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질타와 비판에도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여 눈총을 샀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에서 설훈 더불어민주당(부천 원미을) 의원은 “ASF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본다”며 “환경부와 통일부 모두 멧돼지가 넘어와서 감염시킬 우려는 없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상식적으로 볼 때 발병이 휴전선을 따라 나타나는 것은 북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초기 판단 미스로 ASF가 만연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학용 환노위 위원장(자유한국당, 경기 안성)은 “ASF에 있어 환경부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죄 없는 집돼지는 다 때려잡고, 실질적인 죄인인 멧돼지는 보호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질타했다.
또 “잔반 관련 사항도 명확하게 봐야 하는데, 잔반을 먹이는 소규모 농장이 아직도 있을 수 있다”며 “ASF와 관련해 멧돼지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고 제가 말 했는데, 환경부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이제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갖고 대처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비례대표) 의원은 “ASF 방역에 대한 농가 불만의 핵심은 적극적인 예방과 적극적인 처리다”라며 “1년에 1~2마리 잡는 포획틀만 설치하는 것은 안이한 대처다. 총기 사살 지시를 내렸지만 총기 포획이나 멧돼지 사체 처리가 주먹구구식이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은 농식품부 종합감사에서 정부 초기 대응 부실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강석진 자유한국당(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은 “농식품부, 환경부, 국방부 등 부처 간 다른 의견으로 방역에 혼선이 있어 초동 대처를 하지 못했다”며 “민통선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나온 이후에나 멧돼지 포획 등이 이뤄지는 등 대처가 늦었다”고 지적했다.
김태흠 자유한국당(충남 보령·서천) 의원은 “ASF가 북한에서 유입됐을 개연성이 있는데 환경부와 통일부는 국내 발병 초기 북한에서 ASF가 넘어올 가능성이 적다고 선을 그었다”며 “환경부 장관은 그물로 멧돼지가 다니는 길목에서 포획하자고도 했다. 이런 판단 실책으로 멧돼지에 대한 초기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10월 2일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 감염 사례를 발견하고 15일부터 민통선 인근에서 멧돼지 포획을 시작했다. 13일간 포획 작전에 공백이 있었다”고 질타했다.
강석호 자유한국당(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은 “지금까지 ASF와 관련해 환경부 장관, 통일부 장관은 북한으로부터의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국방부 장관은 멧돼지가 철책 아래로 내려올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꼬집었다. “ASF 발생 초기부터 모든 가능성을 열고 전 부처가 협력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지금의 사태까지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ASF 방역에 협조하기 위해 살처분·수매에 동참한 농가들을 정부에서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 됐다. 여야 의원들은 이들이 어려움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정부 지원 대책을 촉구했다.
강석진 의원은 “과도한 살처분으로 농민들이 힘들어 한다. 돼지열병 확산 방지만큼 앞으로의 농민 삶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살처분농가에 생계안정자금으로 최장 6개월간 월 최대 337만 5000원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육 마릿수에 비례한 지원으로 인해 월 67만 5000원을 받는 농가도 있다. 이는 최저 생계비 174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농가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도 “보상금이 살처분 당일 시세 기준으로 정해지면서 농가들의 손해가 상당하다”며 “ASF 방역에 대한 농가의 자발적 참여의지가 높고 예방적 살처분  농가도 많은 만큼 농가들의 손해가 없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환경부, 국방부, 농식품부가 실시간으로 협조하고 있기 때문에 부처의 문제 때문에 결정이 늦어지고 이런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살처분 당일 시가 적용은 검토하겠지만 제도 영속성을 가져갈 수 있도록 신중하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처음 파주에서 ASF가 발병했을 때 그 주변에서 멧돼지 서식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멧돼지와의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중간 결론을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언론에서 이번 ASF와 멧돼지가 관련이 없다고 환경부가 단언했다고 반복적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이는 사실이 아님을 이 자리에서 정확히 한다”라며 “두 번째 발생지인 연천 근방에서 멧돼지가 발견됐기 때문에 여러 방면의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에 소홀했다고는 말씀 안 드린다”고 해명했다. 이어 “10월 2일 처음 DMZ 안에서 멧돼지가 발견된 이후부터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이와 함께 “포획틀은 그것 자체로 멧돼지를 예방하거나 잡는 것은 아니고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내용을 접한 한 수의사는 “외국의 경우 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경우 전체 개체수의 75%를 없애야 방역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ASF 관련해 농식품부나 환경부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선제적’이란 단어를 남발하는 느낌이 든다. ‘이미 조치하고 있었다’란 문장도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방역 허점이 드러나면 ‘계획’이란 단어로 얼버무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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