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한한 ASF 세계 최고 권위자 스페인 호세 박사의 조언

방역 차원에서 관리해야
자연적으로 근절 안된다
펜스 치고 잡는 일 병행
체코는 2년 만에 청정화

살처분 범위 정하기 전에
위험도 분석이 우선 과제
유력한 유입 북한중국 순
농장 차단방역 수준 강화

유입원 쥐사람차량 가능
경로 명확하게 파악하고
농장간 전파 철저히 차단
유럽처럼 보험 활성화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세계 최고 권위자인 스페인의 호세 마누엘 산체스 비스카이노 박사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호세 박사는 코넬대학에서 바이러스와 면역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40년 이상 ASF를 연구했고, 세계 여러 나라의 ASF 박멸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세계동물보건기구(OIE) ASF 표준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ASF 백신도 개발 중에 있다.
지난 15일 호세 박사는 대한한돈협회 초청으로 제 2축산회관 대회의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가능성이 높은 감염 경로로 북한과 야생멧돼지를 지목했다. 다음은 호세 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한국 정부는 최근 야생멧돼지(이하 멧돼지)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총기사냥을 허용했다. 멧돼지들이 타 지역으로 옮겨갈 경우 확산 우려도 있다. 확산 방지를 위해 유효한 조치인가.
멧돼지를 쏘면서 쫓아가는 것은 어렵고 바보 같은 일이라 생각한다. 유럽은 멧돼지 때문에 고생을 한지 오래됐다. ASF는 러시아 인근의 멧돼지에서 검출된 후 5년 만에 벨기에까지 확산됐다. 조사 결과 멧돼지가 예상했던 것보다 7배나 많았다.
멧돼지를 방역 측면에서 관리하지 않고 환경 측면에서 관리를 한 것이 문제였다. 당시 “멧돼지는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내버려두면 스스로 조절이 된다”고 했던 것이 문제였다. 이후 멧돼지 개체수 조절 불능 상태가 됐다.
방역을 위해서는 멧돼지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체코다. 지역별로 펜스를 치고 멧돼지를 잡고 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발생 2년 만에 청정화를 이룩했다.
농장의 차단방역 수준을 높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울타리를 이중으로 치는 것이다. 
멧돼지를 위한 ASF 경구용 생독백신을 만들었다. 미끼백신을 멧돼지에게 사용해 공격감염에 92%라는 방어율을 기록했다. 얼마나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먹여야 면역이 되는가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앞으로 1년 6개월에서 2년이면 나올 것 같다.

 

- 우리나라는 행정구역 단위로 방역대를 설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세계에서 표준으로 사용하는 살처분 범위는 5km, 10km이다. 이 범위 밖의 살처분은 역학관계에 따라 실시한다. 농장 소유자가 동일인이거나 수의사가 같은 날 방문을 했거나 하는 경우다. 방대한 지역의 살처분은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 방역대 설정을 거리가 아니라 행정구역 단위로 설정하는 사례가 다른 나라에도 있나.
없다. 살처분 범위를 정하는 것은 위험도 분석에 따라야 한다. 위험도 분석을 위해서는 ASF가 어떻게 한국에 유입 됐나와 그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파 됐는지를 알아야 한다.
유력한 유입원은 북한이다. 그 다음은 중국이다. 중국인들이 오염된 음식물을 갖고 왔는데 어떤 경로로든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전해졌거나, 오염된 음식을 야외에서 먹었는데 남은 음식과 멧돼지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ASF가 한국으로 언제든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원인을 찾아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멧돼지, 쥐, 파리 등을 주의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농장의 차단방역 수준을 높여야 한다. 주변에 멧돼지 서식지를 확인하고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 울타리도 쳐야 한다. 멧돼지가 음식물을 먹지 못하도록 수시로 치워야 한다.

 

- ASF 발생이 주로 북한 접경지에 몰려 있다. 바이러스가 북에서 왔다고 할 때 어떤 경로로 농장에 들어왔을 것으로 예상되나.
여러 가능성이 혼재해 있다. ASF가 발생한 14개 농장이 모두 북한에서 넘어온 바이러스에 개별적으로 감염된 것인지는 데이터가 없다. 농장간의 전파도 있을 수 있다. 
북한에서 남한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파리는 5~6km를 날아갈 수 있다. 쥐, 사람, 트럭일수도 있다. 지금 할 일은 유입 경로, 농장간 전파 위험 요소를 명확하게 살피고 그 위험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 우리나라는 발생농장과 방역대 내에서 외부로 가축분뇨를 배출할 때 SOP에 따라 철저한 소독을 실시한다. 이러한 가축분뇨에서 바이러스가 잔존할 우려가 있나. 일부 자료에서는 암모니아 때문에 사멸된다고 나와 있다.
똥하고 분뇨를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돼지 똥은 매우 위험하다. 돼지가 ASF에 감염되면 혈변을 쏟아낸다. 돼지 장의 벽이 헐어 바이러스가 똥에 묻어 나온다. 이 똥은 일하는 사람의 장화나 날아다니는 파리에 묻어 확산될 수 있다.
분뇨에 있는 바이러스는 40일만 방치하면 불활화 된다. 굳이 pH를 조절할 필요가 없다. 바이러스가 불활화 되면 안전하다. 바이러스 온도에 따라서 기간이 줄어드는 것 같다. 온도가 바이러스에 영향력을 주는 것은 맞다.
참고로 출하차량 운전기사가 하루에 여러 농장을 다녀왔다면 농장 방문시 운전석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출하기사가 바이러스를 밟고 다녔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살처분 농가들에 대해 보상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경영손실 보상, 기회비용 등이 요구된다. 어떤 조치가 바람직한가.
농가 보상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농가에 대한 보상은 관대해야 한다.
중국은 보상이 없었다. 농가들은 손해를 줄이기 위해 ASF가 감염된 돼지를 도축장으로 출하했다. 이로 인해 도축장이 오염됐고 ASF에 오염된 소시지 등이 포함된 잔반을 돼지들이 먹고 ASF가 전역으로 확산됐다.
농장을 비우고 새로 농장을 만들려면 최소 1년이 걸린다. 유럽에서는 농장들이 관련 보험에 가입해, 농장을 다시 정상 운영 할 때까지 보험에서 보상을 해준다.


 
- 재입식을 할 때 주의사항과 소요 기간이 궁금하다. 재입식 후 재발 사례도 있나.
중국은 대규모 농장들을 중심으로 ASF 재발생 사례가 많다. 수세, 소독, 건조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장치물들도 다 뜯어내야 한다. PCR(중합효소 연쇄반응, DNA 양 증폭기술) 기기를 직접 구입해 자체적으로 검사하고 음성이 나오면 돼지를 입식시킨다.
농장을 청소하려면 사료와 첨가제 등도 다 깨끗하게 치워야 한다. 그러나 이들 농장들은 청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경검사만 해보고 돼지를 입식한다.
입식 전에 감시돈(새끼돼지)을 넣어서 바이러스 존재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이들 농장은 이러한 과정을 생략했다. 감시돈이 2주 이상 농장 구석구석을 다닐 수 있도록 한다. 40일 동안 재발이 없으면 확실한 음성이다. 이 절차만 지키면 된다.
중국에는 큰 농장이 많다. 27만두 규모도 있다. 농장주는 한 돈사에서 ASF가 발생하면 그 돈사 돼지만 살처분 한다. 농장주는 돈사별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보통 2주 후에는 다른 돈사에서도 ASF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돼지를 돈사별로 없애지 말고 농장 단위로 한 번에 없애야 한다.

 

- 예방적 살처분 농장은 내부에 바이러스가 없다. 그러나 멧돼지가 인근에 있을 수 있다. 멧돼지를 통제 후 재입식을 해야 하는가.
한동안은 멧돼지와 집돼지 사육을 같이 해야 한다. 물론 멧돼지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농장의 차단 방역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중 펜스를 치면 멧돼지가 두 번 점프를 하지 못한다. 멧돼지가 농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만 하면 기존의 청소 소독 방법으로 충분히 재입식을 할 수 있다.
스페인 농식품부는 이중 펜스 설치비용을 장기 저리로 지원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차단 방역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펜스를 이중으로 치는 것이다.

 

- ASF 사태 이후 돼지고기 소비가 줄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ASF가 처음 발생한 국가에서는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이유는 질병 이름에 아프리카가 붙어서다. 훨씬 끔찍하게 느껴진다. 올바른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ASF는 사람과는 관계없고 오로지 돼지질병이다. 국제 표준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감염된 농장돼지는 추적해서 다 살처분 하기 때문에 관련 오염된 돼지고기가 유통될 수 없다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면 돼지고기 소비는 다시 회복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