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회장

지난 12일, 검찰의 정대근 농협회장 뇌물수수 혐의 체포와 조사 소식을 접했던 농업계 인사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이럴 수가...농협회장이 또 구속돼 역대 회장들의 전철을 밟는다는 말인가...”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었다.
검찰의 정 농협회장 뇌물수수 혐의 체포, 조사와 구속 집행은 제37차 IFAP(세계농업인연맹) 서울총회 개회식을 목전에 두었던 시점에 이뤄졌다. 그래서 농협조직 안팎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IFAP 총회는 각국 농업인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전 세계 농업현안과 공통관심사를 논의하는 행사로 세계 최대 규모의 농업인 제전으로 불려왔다. 이번 서울총회는 IFAP이 주최하고 한국의 농협이 주관한 제전이었던 만큼 세계 농업인들의 이목이 대한민국 서울로 집중됐었다.
‘세계농민헌장’을 주창하고 제안한 한국 농업계 대표가, 서울총회를 주관하는 한국 농협의 대표가 서울총회 개회식 직전에 불미스런 사건으로 구속되는 충격적인 소식을 세계 각국 농업인 대표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돌아갔을까. 착잡함을 넘어 참담했을지도 모른다.
구속된 정 회장이 어떤 죄목에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는 재판과정에서 드러나겠지만 농협으로선 정 회장의 구속 자체만으로도 할 말이 없을 처지가 되어 버렸다. 농협민주화 이후 회원조합장들에 의한 직선으로 선출된 회장이 또 다시 구속되는 오점이 더해졌으니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6년여 전 DJ정부 시절, 청와대 오찬 석상에서 정 회장이 했던 발언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정 회장의 발언 요지는 이런 것이었다. “대한민국엔 돈이 없어 농사를 못 짓는 농민은 없습니다. 종자를 비롯해 비료, 농약, 영농자금 등을 농협이 적극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농업인들의 어려움은 크게 해소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 회장이 농협회장직 연임에 성공, 현재에 이르는 동안 우리 농업인, 농촌의 현실 상황은 더욱 절박해졌고 어려움 또한 가중되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영농자금과 가계자금 대출 상환이 지연되거나 장기 연체되는 경우 가차 없이 법적 수속이 진행됐고 부채를 짊어진 농업인이 파산하는 경우 연대보증 때문에 온 마을 주민이 부채를 떠안고 시달리거나 줄줄이 쓰러지는 현상이 지속됐다.
구속 중인 정 회장의 거취에 대해 농협조직 안팎에서 관심이 쏠리고 의견이 분분하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미 도덕성에 치명적인 얼룩이 졌는데도 거취 문제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법원의 판결 이전에 농협조직을 위해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농협법 개정으로 농협회장의 위상이 비상임직으로 변경됐지만 운영 형태는 내부적으로 법 개정 전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종전 운영행태를 답습했었다는 지적이 농협조직 안팎에서 없지 않았다.
전무이사가 신설됐고 각 대표가 경영을 책임지는 소위 책임경영체제가 강화됐지만 회장의 눈치를 보고 의식하는 분위기가 여전해 각 대표의 책임경영체제가 무색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책임경영체제가 명실상부하게 가동되지 못한 이유는 농협조직 구성원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최고 리더의 독선과 독재, 도덕성 흠결로 신뢰와 존립기반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사례를 우리는 국내외의 기업과 단체, 조직의 실 예를 통해 경험해 왔다.
지금 우리 농업인과 농업, 농촌은 시장개방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현실에서 한·미 FTA 추진 등으로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힘겹게 헤쳐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농협의 모든 임직원들에게 다시 명실상부한 민주농협으로 거듭나는 노력을 한마음으로 경주할 것으로 주문한다.
고액 연봉을 받는 직장, 젊은이들이 취업을 선호하고 희망하는 농업인단체가 아니라 모든 농업인들이 신뢰하고 의지하는 농업인협동조합으로 탈바꿈을 위해 매진할 것을 곁들여 주문한다.
국내 농업전문 언론들이 농업인협동조합 구심체 격인 농협중앙회 최고 리더의 비민주적인 조직운영과 사업경영, 도덕성 결여와 오점을 다뤄야하는 불행한 역사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농협 임직원들의 깊은 성찰과 농협의 환골탈태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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