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사장

겨울잠을 잤던 동물들이 동면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을 전후해 내린 100년만의 춘삼월 폭설로 인해 충·남북과 경북 일원의 농업인들과 축산인들이 또 절망의 늪에 빠졌다.
피해액이 5000억원을 넘어서 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어 농업인, 축산인들의 절망감과 탄식이 얼마나 크고 깊을 것인가는 상상이 어렵지 않다.
조류독감으로 인한 충격과 고통, 그리고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때아닌 폭설이 깊은 시름에 잠겨 있던 농업인과 축산인들의 마음을 짓눌렀고 영농현장과 축산현장을 참담하게 덮쳐버렸다. 천재지변이라고는 하나 한마디로 악재가 연속됐고 설상가상이었다.
고속도로가 장시간동안 마비된 가운데 아수라장이 연출됐고 무너지는 시설하우스와 축사를
바라보던 농업인들의 억장이 무너졌을 때 이 땅의 지도자들은 무엇을 했는가.
정치하는 사람들은 탄핵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오기싸움을 불사했고 재해 관련 부처와 도로공사는 폭설이 그친 다음날이 돼서야 대책회의를 가졌고 또 다시 “천재가 아닌 인재였다”는 소리가 제기되게 만들었다.
정부의 안이한 판단과 대비, 관계부처의 늑장대처는 입이 닳도록 강조됐던 방재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 있고 작동되는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고 의문부호를 달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최근 농업에 이로움을 주는 지렁이(土龍)가 관계 법령에 의거 가축으로 공식 지정 받았는데 이 땅에는 지렁이만도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듯 싶다. 제발 지렁이만큼만 이라도 농민을 위해 이바지해 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과거에는 말 잘못하면 공산주의자로 몰릴까 입 조심들 했는데 요즘은 구태의 낡은 보수로 몰릴까 입을 조심해야 한단다.
4년 간의 진통 끝에 발간되는 국방백서에 주적(主敵)이란 표현이 삭제된다고 한다. 대북 송금관련자 거의 모두가 석탄일에 사면이 된다는 보도를 접하고 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사회 중진들이‘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는가’는 화두에 대해 심각한 우려들을 모 월간지를 통해 나타냈는데 한마디로 답답함과 함께 걱정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나라, 매국노가 활개치고 부정한자들이 잘사는 나라, 새 정부 출범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새에 무려 열세명의 장관이 바뀐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국제 원자재가격 급등에 원료가격 상승, 해상운송료 폭등 등으로 인해 사료가격 인상요인이 많게는 30%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료제조업체들은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출혈을 감수하며 공급을 하고 있는 실정이란다. 이러다 보니 적자 규모가 팔면 팔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가축질병 등으로 축산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에 사료가격 인상은 사실 축산농가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월3일 농협 안성교육원에서 열린 전국 축협조합장회의에서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은 국내 농업부문에서 앞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업종은 축산업임을 강조하고 “회원축협 지원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 150여명의 축협조합장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는데 매우 고무적인 모습이었고 반가운 일이었다.
‘정치꾼’들에게 서민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빼앗기다시피 한 기업 임원들과 총수들이 사법처리 되는 와중에서 조류독감을 갖고 호들갑을 있는 대로 떨어 국민들로 하여금 잔뜩 겁을 먹게 만들었지만 조류독감으로 인체에 해를 입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정작 목숨을 끊게 만들고 축산농가들을 멍들게 만든 건‘언론독감’이었다.
그 ‘언론독감’으로 인해 국내 축산업계는 계절적으로 봄을 맞았건만 현실적으로는 아직도 한 겨울,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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