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NH-아문디 필승코리아 국내 주식형 펀드’ 가입자의 34%가 농협은행 직원들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26일 서울 중구 소재 농협은행을 찾아 펀드에 직접 가입한 덕분인지 며칠 사이에 400억을 돌파하고, 전국의 농축협은 물론 축산관련단체‧기업‧학회에서도 가입 붐이 일었다.
김태흠 의원은 9월 말 현재 873억원이 모인 것과 관련 초기 운용자금을 제외하고 34%의 농협 직원들이 차지하는 금액이 전체의 11%라면서 마치 이를 ‘강제’된 것쯤으로 폄하하고 싶은 모양이다.
김 의원의 자료는 뭐가 문제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왜 국정감사에서 이런 자료를 배포한 것일까?
대법원에서 일제강점기 때의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판결을 내림으로써,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자 경제보복에 대한 자발적 대응으로 ‘노 재팬’의 붐이 일었다. 일본에 가지고 않고, 일본산 제품은 구매하지도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 경제의 허술한 민낯이 드러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소재‧장비‧부품 등의 국산화와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농협필승코리아펀드’다.  
이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은 농협 직원들만이 아니다. 국내 유명인사를 비롯 지자체장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강제성이 있다는 말은 맞는 이야기도 아니고 문제도 아니다. 오히려 활성화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농협펀드 뭐가 잘못?


문제는 필승코리아 펀드 가입이 아니다. 펀드 가입을 마치 애국자인 양 ‘전시적’으로 여기는 무개념이 문제다.  
펀드의 취지대로라면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농기계의 국산화에 앞장을 서야 할 농진청이나 농협이 실상 그렇지 않다는 점은, 농협이 필승코리아 펀드를 만든 좋은 취지를 “‘정권의 입맛’에 맞추려고 했다”는 오해를 충분히 불러일으킬 만 하다.
농진청 국정감사에서 손금주 의원은 일본의 무역제재 조치에 따른 일본산 농기계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농진청이 5377만원의 일본산 농기계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최근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일본산 농기계 불매운동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그것도 농기계 국산화 연구에 매진해야 할 농진청이 일본산 농기계를 구매했다는 자체가 ‘노 재팬’은 그저 말의 성찬일 뿐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최근 6년 간의 수입 실적을 보면 국산화 비율이 높은 농기계조차도 일본산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기계학회에 따르면 트랙터의 경우 국산의 시장점유율은 86.4%, 콤바인은 70.1% 등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손금주 의원이 “농기계 국산화율과 수출의 중심에 있는 농촌진흥청이 정작 본인들이 사용할 농기계는 일본산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면서 한탄했던 것도 이해가 간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윤준호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농협이 보유한 무인헬기의 약 90%가 일본 전범기업인 야마하 사의 제품이다.

 

구호와 행동은 달라


농협 경제지주가 제출한 ‘농협 무인헬기 제조사별 보유현황 및 사고내역’ 자료에 따르면, 현재 농협에서 사용 중인 무인헬기는 총 세 종류로, 일본 야마하에서 제작한 FAZER와 RMAX, 그리고 국내 성우엔지니어링에서 만든 REMO-H가 있다.
농협에서 보유한 야마하의 경우 2017년 178대에서 2019년 7월까지 188대로 늘어났고, 성우엔지니어링의 무인헬기는 22대에서 21대로 줄었다. 가격 면에서 야마하는 한 대당 1억9800만원으로, 성우엔지니어링에 비해 4800만원 비쌌다.
그러나 대당 평균 수리비용을 보면 성우엔지니어링은 2353만원인데 반해 야마하는 3000만원 이상으로 월등히 높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일본산을 구입하는 것일까?
특히 일본 야마하 사는 2012년 국무총리실에서 발표한 299개 전범기업 중 하나로 태평양 전쟁 당시 군용 가구와 전투기용 프로펠러 등을 납품한 기업이다.
농협중앙회의 입장은 국산 무인헬기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란다. 또 구매선택은 각 지역농협에서 개별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사항이라 농협중앙회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 중앙회가 도대체 왜 필요한지 묻고 싶다.
무슨 잘못을 지적할 때마다 지역 농축협 자체적인 결정이라고 하고, 아무 역할도 할 수 없다면 중앙회가 하는 일이 뭔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농협중앙회가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쇼’라는 꼬리표가 달리는 것이다. 진정성이 보여야 할텐데 전혀 말과 행동이 함께하지 못하니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승용이앙기 등 농기계 입찰에서도 일본산 제품들이 선정되고, 그 때문에 외국산 농기계의 국내 시장 잠식을 농협이 돕고 있다는 ‘설명이 되지 않는’ 지적까지 받는 것이다.
국산화하려는 기업들을 지원하자고 요란 떨 필요도 없다. 정말 뜻이 있다면 제발 뜻과 반대되는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 내부부터 한 번 더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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