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사장>

 
죽은 다음에 약을 마련하여 병 문안 간다는 뜻은 이미 때를 놓쳐 소용없음을 말한다. 기회를 잃고 후회한들 이미 때는 늦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조차 막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부터 전국에 휘몰아친 돼지콜레라로 인해 강원도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양돈산업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고 전국의 양돈 농가는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다. 현장을 방문하여 축산인들을 위로하고 있는 농림부 장관의 모습에서 측은하기보다는 원망이 앞서는 서글픈 심정이다.
필자는 지난해 말과 연초 내내 오는 봄에 닥쳐올 가축질병의 대란을 예고하고 만전을 기해 방역을 철저히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방역에 힘쓸 것을 역설했었다.
관계 당국(농림부)이나 양돈협회, 가축방역본부, 양돈농가 모두가 책임이 있고 책임을 져야할 사항이지만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원인은 반드시 밝혀 제3, 제4의 누를 범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최근 모 농업전문지에 실린 만평에서 돼지콜레라 균이 창을 쥐고 현직 장관에게, 전임장관들도 날 잡지 못했으니 당신도 어쩔수 없을 것이다 라는 식의 만화를 보았다. 과연 돼지콜라라 균이 잡지 못하는 불치의 병균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모두가 심각한 안전불감증으로 질병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본다. 살처분하여 매립한 돼지에 대한 시가 보상을 해주는 걸로 아는데 이 돈의 절반에 절반만 방역기금에 투입하여 인원을 늘리고 만전을 기했더라면 하는 생각이다.
농림부자체에 책정되어 있는 방역 예산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방역본부의 인원이나 현재의 규모로도 안된다. 개인 모금이나 협찬금 정도를 가지고 방역에 임한다면 농림부는 무얼하는 곳인가? 협회역시 마찬가지.
수천 두의 돼지를 생매장하는 현장에 있던 경남의 모 조합장의 울음 섞인 절규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아픔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이게 정말 사람이 할 짓입니까? 지옥이 따로 없고 왜 이런 참극이 일어나야 하는지 차라리 내가 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어 죽고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이건 절대로 남의 일이 아니고 바로 우리의 축산업 현실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동제한에 묶여 500㎏짜리 돼지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까짓거 이렇게 된거 소만한 돼지 만들어 팔면 돈 많이 벌거 아닙니까?"하는 자조 섞인 양돈인의 얘기가 정말 가슴이 아프다.
종돈장 한곳의 실수(?)로 보기에는 관리감독 부재의 정부가 책임이 크고 또한 의심축이 발생하여도 쉬쉬하며 신고를 지연하는 농가가 있는 줄 아는데 이건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수출 때문에 백신접종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일이 터진 후 백신접종을 서두른 농림부, 이제는 그냥 넘어가서는 안되고 일벌백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곧 닥쳐올 황사피해나 구제역 역시 안이한 대처로는 안된다.
전국의 축산인 모두가 정신을 가다듬고 방역업무에 최선을 다해 더 이상 사후약방문 꼴을 만들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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