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화가 단단히 난 김병규 씨가 개설한 노노재팬사이트(https://www.nonojapan.com)는 진화된 영리한 불매운동 마케팅의 새 지표를 열었다.
단순히 국내에서 유통‧판매되고 있는 일본 제품들을 소개하고 불매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산 대체 품목을 함께 소개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 제품을 아웃시키고 국산품 애용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바로 이참에 내수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계기로 삼자는, ‘위기를 기회로’ 라는 슬로건의 실천이다.
이와 함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양상은 아주 다양한 패턴을 보인다. 소비자들이 주도하고 기업들이 힘을 싣는 형태다. 일종의 ‘애국 마케팅’이다. 20세기 막연한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제품을 불매하면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일본 여행을 취소하면 국내 여행 시 혜택을 주는 ‘특가 패키지’, 일본 여행 취소 인증 하면 제품을 할인해 주는 ‘보상마케팅’, 지방자치단체의 관광 할인, 순국선열들의 희생정신과 올바른 역사의식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리멤버 마케팅’ 등이 그것이다.
이전 같으면 한 두 가지로 끝날 패턴이 소비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그를 토대로 기업들의 다양한 마케팅이 접목되면서 기발한 마케팅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남보 듯 하고 있는 자조금이나 농협을 보고 있노라면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기발한 마케팅 봇물


농협을 알리는 데, 생산자단체를 알리는 데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까? 농협중앙회와 협회는 그렇다 치자. 축산물 소비 촉진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는 자조금관리위원회가 이런 기회를 기회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왜 존재해야 하는 지 이해할 도리가 없다.
소비촉진을 위한 홍보는 어렵다. 마케팅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작은 기회라도 생기면 그것을 활용해 최대한의 홍보효과를 거둬야 한다. 그것이 자조금관리위원회가 할 일이다.  마냥 시식과 할인행사만 할텐가?
모든 자조금관리위원회가 연초 아니면 연말 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그 대행사가 알아서 해주겠거니 하는 것도 어떤 의미에선 무책임이다.
자조금관리위원회만 그럴까? 농협중앙회가 사업을 중심으로 조직된 계열사를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추석이나 설을 맞아 선물세트를 팔아주는 것으로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농협목우촌만 해도 그렇다. 1995년 김제육가공공장의 가동으로 도축부터 육가공, 햄 그리고 소시지를 일괄생산하는 체계를 갖춘 농협목우촌은, 프로포크라는 프리미엄 브랜드 돼지고기를 출시한 것은 물론 ‘100% 국내산 돼지고기‧무전분‧무방부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국내 육가공산업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 시켰다.
안전과 위생을 생각하고 건강한 육가공품을 국민들에게 공급한다는 구축협중앙회의 자신감은 말 그대로 육가공품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여타 업체들이 뒤따라올 수밖에 없도록 육가공산업을 선도했다.
그런 농협목우촌이 1년 수익을 명절 선물세트의 판매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 프리미엄이라는 영역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자리를 잡고, 그 산업을 선도하면서 여타 제품과의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 ‘목우촌’이다.
한 번 고객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제품은 왠만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그 농협목우촌이 시장점유율을 잃고 표류하게 된 원인은 목우촌 내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농축협의 통합 과정에서 그리고 통합 후 일관되지 못한 외부의 힘에서 찾을 수 있다. 농협중앙회의 사업에 대한 마인드 부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결론은 ‘돈의 싸움’


마케팅은 고객의 기억 속에 파고드는 싸움이다. 기억을 파고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며, 기억 속에 계속 남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 때문에 마케팅은 돈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고차원의 육가공산업을 주도했던 목우촌이, 지금 옛 영화를 되찾으려는 노력이 힘겨운 것은 그것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농협이 마케팅을 하지 않고도 그 이름만으로 소비자들에게 먹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게다가 사업부서다. 사업부서는 일반 기업들과 피 튀기는 전쟁을 벌여야 하는 ‘레드오션’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사사건건 결재를 받아야 하고, 사업 마인드라곤 거의 없는 결재권자의 의도에 따라야 하면 말 그대로 피 흘리며 전사하는 일 밖에 도리가 없다.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내핍경영’을 내세우고, 조직을 축소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자금으로 적자를 메우는 일은 결국 공중 분해되지 않으면 전체 조직의 암적인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 “왜 흑자를 내지 못하느냐?”고 질책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다. 지금은 그나마 이해한다지만 이해만으로 그 옛날의 농협목우촌이 될 수도 없고, 되지도 않는다. 후발주자들은 이미 목우촌을 밟고 저만치 앞서 가고 있기에 그렇다.
농협목우촌만이 아니다. 사업부서에 대한 몰이해가 지속되니 안심축산분사도 마찬가지다. 홍보를 담당하는 부서의 법인카드를 회수하고, 마케팅 비용을 ‘낭비’로 생각하는 외부의 간섭은 지금 진보하는 마케팅에 눈감고 옛날로 돌아가자는 어리석음과 다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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