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해서는 안 될 일
농협이 해서는 안 될 일
  • 권민 기자
  • 승인 2019.09.2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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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매장에서 바나나를 팔면 왜 안될까?”
언젠가 페이스북에 누군가 올린 글이다. 자신의 견해를 적은 글의 요지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과일을 농협에서 파는 것은 괜찮지 않겠느냐”였다. 과연 그럴까?
농협의 존재이유는 농협법 제1조에 잘 나타나 있다.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을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 한다’다.
또 최근 농협은 대한민국 농민이 생산하는 농축산물을 ‘제 값 받고 팔아주는’ 역할에 치중함으로써 농가 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팔아준다는 의미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농산물 등을 판매하는 것은 괜찮다는 것인가? 또 농협 하나로마트를 찾는 고객들 중 구매하고 싶은 외국산 과일이 없으므로 큰 불편을 느끼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색을 맞추었다는 설명도 그대로 이해하기에는 구차한 일이다.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외국산 농축산물을 판매한 예는 한두 건이 아니다. 그때마다 농협 내외부로부터 그토록 심한 반발을 사면서도 매년 되풀이되는 것은 왤까?

 

맹비난 받아도 싸다


지난 추석 명절을 앞둔 9월 4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과 성남 분당점은 식육 자재 코너에서 버젓이 수입축산물을 판매하다가 대한한돈협회를 비롯 축산관련단체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대한한돈협회는 “이미 2월 농협 하나로마트 식육자재 코너에서 수입 햄이 판매되었을 때, 강력한 항의로 중단된 적이 있었다”면서 “잠시 중단했다가 7월 슬그머니 수입햄을 다시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면 농협이 스스로 농협의 정신을 망각하거나 포기한 것과 다름이 아니다”고 한탄했다.
도대체 농협이 왜 이럴까? 김병원 중앙회장이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줄곧 협동조합 이념을 강조해 왔다. 임원은 물론 직원들 그리고 전국의 조합장, 조합 임직원들까지 한 두 번 이념교육장에서 숙식을 하며 며칠씩 교육을 받았다. 현장 교육도 받았다.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바나나, 오렌지, 파인애플과 같은 외국산 농산물은 농협의 이념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일까?
그런 논리라면 햄도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더 한탄스러운 것은 당시 유통업자들의 무분별한 돼지고기 수입으로 가격이 폭락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농협까지 그 대열에 끼어 있었다는 것 때문이다.
전국의 한돈농가들 뿐만 아니라 축산관련단체들이 충격과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농협이 농민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일하지 않고, 자기 조직만을 위해 일한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
게다가 농협 조직 내에 축산물을 생산하는 곳이 없는 것도 아니다. 농협목우촌은 고품질의 육가공품 시대를 열면서 국내 육가공시장에서 힘겹게 수입 육가공품들과 경쟁하고 있다. 때문에 농협 매장에서 수입 햄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계통조직 간의 ‘협동’을 강조하고 있는 경영방침에도 크게 벗어나는 일이다.
구색을 맞추지 못하면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유통업체들과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기에 그렇다고 한다면, 수입 햄 판매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노력 없이 편하게 장사하려고 한다는 구실 이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농협은 그 자체가 브랜드다. 대한민국에서 삼성‧LG와 마찬가지로 농협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농협에서 판매하는 농축산물은 이미 ‘국내산’이고 ‘안전과 위생’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도 대한민국 국민에게 농협에 대한 신뢰는 무한하다. 

 

존재이유 꼭 새기길


때문에 농협 매장에서 외국산이 판매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에게는 배신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그러기에 이번 수입 햄 판매를 두고 축산인들로부터 “외국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짓거리’”라는 비난을 받아도 싸다. 
‘협동조합 이념 바로 세우기’ 4년 차의 결과다. 도대체 무슨 교육을 받았기에 아직도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말로는 자체 조직 간의 협동을 내세우면서 행동은 자체 조직의 이익만을 위하는 이런 행태가 왜 끊이질 않는 것일까?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왔다. 매번 국정 감사 때마다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외국산 농축산물의 둔갑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적발된 원산지 표시 위반과 미표시가 각각 46건과 19건이었다. 2015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정운천 의원이 지적했다. 게다가 자체브랜드 가공식품의 절반 가량이 외국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산 콩나물과 녹두‧마늘쫑부터 미국산 수입 소고기 등 축산물까지 둔갑 판매하다가 적발됐다. 전국 농협 공판장에서 취급하는 수입 농산물은 해마다 증가해 최근 3년 간 8216억원에 달한다고 박완주 의원은 지적했다.
농협이 여타 대형유통업체들과의 경쟁을 이유로, 그들과 똑같이 외국산 농축산물을 취급한다고 경쟁 우위에 서는 것도 아니다. 농협만의 차별화된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업체의 방식만 따르려면 ‘농협’이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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