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연천서 잇따라 발생
위기단계 즉각 최고수준
48시간 ‘이동 중지’ 발령
축산농가 모임행사 금지
의심축 신속히 신고 당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 소재 양돈농장에서 살처분 작업이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방역복을 입은 방역요원이 농장 진입로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 소재 양돈농장에서 살처분 작업이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방역복을 입은 방역요원이 농장 진입로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기도 파주(17일)에 이어 연천(18일)에서 추가 발생했다. 방역당국을 비롯한 전국 양돈농가들이 확산 방지를 위한 초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일주일이 최대 고비라는 판단 아래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경찰, 소방당국까지 총력을 다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경기도 파주시 한 양돈농장에서 어미돼지 5마리가 폐사했다고 신고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17일 오전 6시 30분 ASF 양성으로 최종 판정했다. 농장주는 발생농장(번식농장, 돼지 2400마리)과 19~20km 떨어진 곳에 2개 비육농장(파평면과 법원읍)이 더 있어,  총 3개 농장에서 사육중인 돼지 3950마리를 살처분 했다. 국내 첫 번째 ASF 확진 사례다. 휴전선과는 거리가 7km 떨어졌다. 축사 형태는 무창돈사. 지난 6월 ASF 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었다.
17일 경기도 연천군 소재 양돈농장(사육규모 4732마리, 일관사육)에서 의심축 신고가 추가로 들어왔다. 검역본부 검사 결과 18일 오전 7시에 ASF로 확진됐다. ASF 국내 두 번째 발생이다. 파주 ASF 첫 발생 농장과는 직선거리로 30km 이상 떨어졌다. 휴전선과 거리는 4km. 발생농장 반경 3km 이내에는 3곳의 양돈농장에서 5500여 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이다. 모두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했다.
두 건의 ASF 확진 판정에 정부는 강력한 방역 조치에 들어갔다. 농식품부는 즉시 ASF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시켰다. 17일 오전 6시 30분부터 48시간 동안 전국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발령했다. 관련 제도가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가축방역심의회를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농식품부는 파주와 연천을 포함해 △포천 △동두천 △김포 △철원 등 6개 시군을 ASF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6개 시군간 공동방제단 전환배치 등 소독차량을 초동원해 집중 소독하고, 생석회 공급량을 다른 지역보다 최대 4배까지 늘려 축사 주변에 집중 살포토록 했다. 이 지역 내 양돈농가에 대한 돼지 반출금지 조치 기간을 당초 1주간에서 3주간으로 연장시켰다. 지정된 도축장에서만 도축·출하(타 지역 반출 금지)토록 조치했다. 양돈농가 442곳, 71만 마리가 이에 해당한다. <관련 칼럼 기사23면>
정부는 ASF 주요 전파요인이 될 수 있는 남은 음식물의 양돈농가 반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7일 기자브리핑에서 축산농가와 도축장 등 관련 시설은 내·외부와 출입차량 소독, 신속한 ASF 의심 신고, 축산농가 모임·행사 금지 등 ASF 확산 차단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한정희 기자

 

잇따른 ASF 발생…전국 축산 현장

축산행사 줄줄이 일정 변경취소

 

방역본부육류유통수출협회 취소
한돈데이포천시 축제도 잇따라
나눔축산본부 이사회 서면으로
수의사회, 정책포럼 무기한 연기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ASF 유입 방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 했지만 뚫리고 말았다. ASF 발생 이후 축산 관련 행사가 취소 또는 축소되고 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지난 17일 충남 공주시 소재 한국문화연수원에서 가상훈련(CPX) 경진대회를 개최하려 예정했지만 취소했다.
육류유통수출협회도 17일 예정이던 9월 돈육시장 동향회의를 취소했다.
나눔축산운동본부는 18일 개최키로 했던 이사회를 취소하고 의결사항은 서면결의 한다고 밝혔다.
포천시는 20일 예정된 포천시 홀스타인 품평회, 10월 3~5일까지 사흘간 개최하려던 한우축제를 모두 취소했다.
대한수의사회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운천 의원을 연자로 오는 25일 개최하려던 제117차 수의정책포럼을 잠정 연기했다.
이천시가 주최하고 이천시검정연합회와 이천축협이 공동 주관으로 오는 25일 설봉공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천홀스타인품평회가 잠정 연기됐다.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대구에서 열리는 2019년 국제축산박람회에는 양돈관련 업체와 농가들이 불참 하면서 행사 규모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오는 10월 1, 2일 이틀간 서울 MBC 상암광장에서 개최 예정이던 한돈데이 행사를 취소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발생 원인은 파악 중에 있지만 아직은 역학조사 중에 있다”며 “양돈농장 내부와 외부가 항상 차단되어 있도록 하고 차단 방역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정희 기자                 

 

■ 르포-ASF 첫 발생 방역 현장에서

 

다소 어수선했지만 준비한 대로

 

구제역·AI 때보다는 차분
몰려오는 취재진 통제로
바리케이트 더 멀리 설치
유입 원인 찾기에 구슬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 소재 양돈농장 진입로에 바리케이트가 설치되어 있다.

 

17일 오전 6시 30분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동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이 공식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즉시 전국에 48시간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발령하고, 발생농장 돼지 2450마리와 가족이 운영하는 양돈농장의 돼지(파평면 1000마리, 법원읍 500마리) 등 3950마리를 살처분 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초동방역팀(방역사)은 농장 진입로 3곳에 바리케이트를 쳤다. 당초에는 농장입구와 3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했지만, 취재진이 몰려오자 바리케이트를 농장에서 400미터 가량 더 먼 곳으로 옮겨 진입을 차단했다. 방역차량은 농장과 주변을 계속해서 돌며 소독을 실시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살처분을 위한 인력, 장비 등이 농장 안으로 투입됐다. 9시경 포크레인 한 대가 농장 안으로 들어갔다. 포크레인 한 대는 이미 안에서 작업 중이었다. 10시 20분경 급수를 위한 소방차 1대가 도착했다. 취재 차량들이 농장 길목을 가로막고 있어 진입이 쉽지 않았다. 방역사가 땀을 훔치며 취재 차량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서야 소방차가 농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30여분 만이다. 농장 내에 있는 물은 ASF 바이러스에 오염됐을 수 있기 때문에 소독약을 희석시키는 등에 필요한 물을 공급기 위한 것이다. 오후에는 돼지 매몰에 사용될 FRP(섬유강화플라스틱) 소재의 대형 탱크 9기가 들어갔다.
농장 인근에는 하루 종일 취재진들이 장사진을 쳤다. 그러나 방역요원들은 농장으로 가는 다른 길 입구를 트렉터로 막고 취재진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몇몇 취재진은 사진과 영상촬영을 위해 트렉터 위로 올라가거나 인근 전봇대 위로 올라가기도 했다. 드론의 띄워 살처분 현장을 촬영했다.
농장 주변에는 많은 취재진들이 오갔지만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막무가내로 농장 진입을 시도하는 취재진은 보이지 않았다. 과거 구제역이나 고병원성 AI 발생시 농장 주변이 소독약과 생석회로 도포되고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흐르던 것과는 달리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살처분을 진행했다.
한 수의사는 “해당 농장은 평소 질병에 대한 교육에 적극적이었으며 농장 성적은 국내 상위권으로 알려졌다”며 “농장 울타리를 설치해 야생멧돼지가 농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네팔 근로자 4명이 근무 중인데 지난 3개월간 해외여행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첫 번째 ASF 의심 신고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빠르게 신고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유입 원인을 철저하게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수의사는 “쥐 등을 잡기 위한 구서작업 외에도 유기견, 유기묘 등을 비롯해 각종 새들이 농장 내부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무창 돈사의 경우 창문마다 방조망을 설치하고 사료빈 주위 사료 등도 깨끗하게 청소해 농장 내 조류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정희 기자


 

 

“선정적 보도 자제해 달라”

 

소비자에 막연한 불안감
결과적으로 농가 큰 피해
한돈협회, 언론 대상 성명

 

대한한돈협회가 전국의 언론·방송사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관련한 선정적 보도행태 자제를 요청했다. 과도한 언론취재는 방역에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여과 없는 살처분 장면 노출은 한돈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한돈산업에 타격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돈협회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일부 언론의 경우 차단방역을 위해 출입이 금지된 지역에 접근해 지나친 취재경쟁 행태를 보였다”며 “TV에서는 여전히 살처분 장면 등을 여과 없이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11년 구제역 사태 당시 ‘환경재앙’ 등 자극적인 표현과 가축 매몰 모습을 담은 혐오스러운 사진 및 영상들이 여과되지 않은 채 그대로 보도되면서, 소비자들에게 막연한 불안감과 소비기피 심리가 급속히 확산됐고 이는 한돈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전했다.
또한 “한돈산업의 기반이 위태로운 현 상황에서 ASF 보도시 혐오스러운 영상을 자제하고 정부의 ASF 가상방역 훈련 등 공개된 영상을 활용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도 같은 날 가축 질병 관련 보도 시 자극적인 영상·사진(모자이크 포함)이 보도되지 않도록 하는 요청 공문을 각 언론사에 전달했다. 한정희 기자

 

양돈수의사들, ‘조기종식’ 결집
전문가 70여명 ‘비상대책센터’ 구성

 

도별 민관 현장방역 참여
‘가짜뉴스’에도 적극 대응

 

한국양돈수의사회가 양돈임상수의사로 구성된 ASF 비상대책센터를 개설하고 정부와 민간 방역활동에 적극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양돈수의사회(회장 김현섭)는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 한돈농가에서 ASF가 발생함에 따라 당일 성명서를 내고 이 같이 밝혔다.
양돈수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경기도 파주 한돈농가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상황의 심각성을 통감한다”며 확산 방지와 조기 종식을 위해 수의전문가로 구성된 ‘한국양돈수의사회 ASF 비상대책센터(센터장 김현일 해외전염병 특위위원장)를 개설했다고 알렸다.
양돈수의사회 ASF 비상대책센터는 양돈임상수의사로 구성된 전문위원 약 70명으로 구성됐으며, 도별로 정부와 민간의 현장방역에 적극 참여한다. 또한 일반 언론에서의 ASF 관련 부정확한 정보와 가짜뉴스에도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양돈수의사회 관계자는 “한국양돈수의사회는 양돈현장 전문가 집단으로서 이번 ASF 사태의 조기 종식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 유관기관 등관 협력할 것”이라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 방지와 조기 종식은 조기 신고가 매우 중요하다. 당분간 한돈 농가에서는 고열, 식욕부진과 갑작스런 폐사 등의 의심스런 단순 증상이라도 바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양돈수의사회는 또한 해당 성명서를 통해 잔반 급이의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 아울러 야생멧돼지에 대한 개체수 조절 대책뿐만 아니라 보다 강도 높은 감시책이 필요하며, 멧돼지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로 관리를 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발생 오염체의 처리와 관련해서는 과학적인 방법에 의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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