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유통부문 모두가 혼란
상인유통업계소비자들까지
일자 멀어질수록 거부 현상
후려치기 위해 늦장 구매도
재고는 쌓이고 농가만 피해

 

계란 산란일자 표기의 문제점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난각 산란일자 표시 의무화가 본격 시행된지 꼭 2주 만의 일이다.
농가는 농가대로, 유통은 유통대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란일자 시행 전부터 예상됐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산란일자가 멀어질수록 구매거부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당초의 우려가 업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는 곳은 마트다.
지난 1일 서울 동대문구 소재의 한 동네마트. 계란 매대는 계란을 구입하기 위한 손님들로 북적였다.
눈에 띄는 점은 계란을 그냥 사가던 종전과 달리 계란판을 들었다 놨다하는 손님들이 적잖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산란일이 가장 가까운 계란을 골라 사가기 때문”이라면서 “유통기한이 가장 먼 우유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장에서도 여러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최근 산란된 계란을 선호하다보니 마트에서도 최근 산란일자의 계란을 원하기 때문. 이에 따라 유통상인들 역시 산란일자가 멀어진 계란들을 꺼려한다는 것이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소규모농가다.
대규모농가의 경우 생산량이 많은 까닭에 1~2일에 한번 꼴로 유통상인이 계란을 가져가지만, 소규모농가는 생산량이 작아 5톤 트럭 한 대 분량을 채우기 위해선 최소 5일 이상 걸린다는 것.
때문에 산란일이 일주일 이상 지난 계란은 판매할 길이 없어 헐값에 넘기거나 폐기처분하는 일들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란계농가는 “유통상인들이 계란을 싼 값에 가져가기 위해 일부러 농장에 늦게 방문한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소규모농가는 모두 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농가들은 계란 재고관리에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계란은 크기에 따라 왕·특·대·중·소란 등 5개로 구분되는데, 매일 계란이 생산되기 때문에 이를 날짜별로 관리하기 위해선 기존보다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계란 생산량이 매일매일 다르다는 것도 문제 중 하나다.
계란을 납품하려면 30개들이 한판이 꽉 차야하는데 어떤 때는 15개가 남고, 어떤 때는 25개가 남는다는 것. 이 경우 산란일자가 다른 계란들과 섞어 한판을 구성해 팔 수 없어 부득이 실금란과 함께 계란 가공업체로 보낼 수밖에 없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경기도의 한 산란계농가는 “계란은 공산품처럼 원하는 개수만큼 맞춤 생산되지 않는다. 매일 닭을 죽였다 살렸다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서 “매일 이같은 손해가 누적되면 농가들의 적자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산란일자 표시에 대해 유통상인들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종전까지만 해도 계란을 냉장창고에 보관해뒀다가 나중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산란일자가 찍힌 뒤부터는 재고를 전혀 둘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계란유통상인은 “산란일자 표시로 계란의 저장 기능이 사라진 까닭에 마트의 할인행사에 납품할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영업활동에도 제약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추석명절이 코앞에 있다는데 있다.
추석 명절동안 쌓인 계란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경우 산란일자가 멀어진 계란은 덤핑 처리해야 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겨울철 AI 발생으로 이동제한이 걸려 계란반출이 불가능해질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양계협회 관계자는 “당초 업계가 우려했던 대로 산란일자 표기로 인해 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이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집단행동 등도 감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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