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나자-현장 Ⅱ] 윤리적 소비 확대…건강한 먹거리 제공 자부
[축산업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나자-현장 Ⅱ] 윤리적 소비 확대…건강한 먹거리 제공 자부
  • 김기슬 기자
  • 승인 2019.09.06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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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계 「황실토종닭농장」

고문헌 기록 일일이 찾아
토종닭 고유의 특성 파악
원주밀양청송 등 6곳서
유사 특징 발현 개체 구입

선발도태 수년 동안 거듭
그럼에도 ‘퇴화현상’ 발생
분리 사육으로 개량 성공
‘황실 토종닭’ 브랜드 명명

직접 식당 운영 호평 폭발
유정란도 판당 1만5000원
고소한 맛 재구매 이어져
고정고객 200명 주문 지속

 

(시계방향으로)충북 충주 소태면 소재 황실토종닭 전경. 계란 보관실. 출고될 계란들이 쌓여있다. 흙을 밟고 생활하는 건강한 닭들.

 

안인식 대표.

 

최근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트레스 없이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동물복지 인증제품을 구매하려는 윤리적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
이같은 추세에 힘입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신념으로 가축을 사육하는 동물복지농장들도 증가하고 있다.
충북 충주 소태면에서 토종닭을 사육하는 황실토종닭농장도 그중 하나다.
눈에 띄는 점은 황실토종닭농장이라는 이름과 달리 산란계 부문으로 동물복지 인증을 받았다는 점이다.
안인식 대표(65)는 어떻게 토종닭을 사육하며 동물복지 산란계농장 인증을 받게 됐을까.

 

# 토종닭 본격 사육 돌입
이는 안인식 대표의 경력을 들여다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
지난 2002년 체육관을 운영하다 허리를 다치게 된 그는 이 일을 계기로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을 꿈꾸게 됐다.
그러던 중 우연한 지인과의 식사자리에서 토종닭을 키워보라는 권유를 받게 됐고,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토종닭에 꽂히게 됐다.
이후 안 대표는 토종닭을 찾아다녔다. 이왕 키울거 제대로 된 닭을 키워보자는 결심에서였다.
하지만 전국 방방곡곡을 다 다녀도 그의 마음에 드는 닭을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국내에서 사육중인 대부분의 토종닭들은 왜래종을 비롯해 여러 혈통이 섞여있는 까닭에서였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는 고문헌의 기록을 토대로 토종닭 고유의 특징을 파악하는 한편, 이와 유사한 토종닭을 찾아 나섰다.
“고문헌에 따르면 우리 고유의 토종닭은 다리에 검은빛을 띄고 꼬리가 검정색입니다. 또한 벼슬이 7개이며 귓불에 하얀 반점이 있지요.”
이후 그는 원주, 밀양, 고성, 청송 등 전국 6개 지역에서 이와 유사한 특징이 발현되는 개체들을 구입해 본격 사육에 돌입했다.

 

# 전문식당 개업해 본격 홍보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육종작업은 그리 쉽지 않았다.
병아리를 사육해 그의 기준에 가까운 근사치만 선발하고 나머지는 도태하는 과정을 수년간 거듭해 품종을 고정시켰지만, 근친으로 인한 퇴화 현상이 발생했다.
수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생각에 포기할까도 고민했지만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이후 또다시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특징에 따른 분리사육을 통한 후대검정으로 종자개량에 성공했다.
그는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토종닭이란 의미로 ‘황실토종닭’으로 브랜드명을 명명하고 본격적인 홍보와 물량 늘리기에 나섰다.
농장 인근에 토종닭 전문식당을 낸 것도 이의 일환이다.
그는 황실토종닭을 백숙과 볶음탕으로 조리해 판매하는 한편, 식당 한켠에는 판매대를 놓고 유정란을 판매했다.
손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황실토종닭은 쫄깃하고 담백한 맛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유정란 역시 한판 당 1만5000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 불티나게 팔렸다.
여기서 안 대표는 토종유정란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토종닭 유정란은 크기가 작고 연한 아이보리색을 띄며 고소한 맛이 특징인데, 한번 맛본 소비자들의 재구매가 이어졌던 것이다.

 

# 동물복지 자유방목농장 인증
이후 그는 농장을 현재 부지로 이전하고, HACCP과 친환경 인증을 획득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동물복지 산란계농장, 그것도 자유방목농장으로 정식 인정받았다.
실제 황실토종닭농장의 사육환경은 켜켜이 쌓여진 케이지에서 계란을 생산하는 여느 산란계농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황실토종닭은 동물복지농장 인증기준에 따라 마리당 1.1㎡의 공간을 제공한다.
일반 산란계농장이 마리당 0.05㎡, 동물복지 산란계농장이 1㎡당 9마리가 기준임을 감안할 때 이는 천국인 셈이다.
또한 황실토종닭농장의 닭들은 비좁은 케이지에서 철장을 밟고 생활하는 대신 흙과 깔짚을 밟고 생활한다.
아울러 좁고 밝은 케이지 안에서 알을 낳는 대신 부드러운 볏짚이 깔린 안락한 장소에서 알을 낳는다.
계사에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닭의 습성을 고려해 횃대도 설치했다. 다만 뛰어내릴 때 골절을 당할 위험이 없도록 높이는 1m를 넘지 않는다.
계사 바닥은 모래목욕 등 생리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충분한 깔짚으로 덮여있으며, 깨끗하고 마른 상태로 유지된다.

 

# 스트레스 없는 환경서 자라
실외 방목장도 눈여겨 볼만 하다.
황실토종닭농장의 계사 곳곳에는 방목장으로 바로 연결되는 출입구가 있어 방목장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방목장에는 살아있는 풀과 나무가 심어져 있어 나무 밑 그늘에 앉아 쉬는 닭들과, 풀을 뜯어먹는 닭들, 발로 땅을 헤짚으며 지렁이와 곤충을 잡아먹는 닭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방목장에는 하늘을 나는 포식동물로부터 공포심을 줄여주기 위한 차양시설과 함께 너구리, 오소리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벽도 둘러쳐 있다.
이와 함께 닭에게는 동물 유래 단백질이 함유되지 않은 사료와 함께 수질검사를 통과한 깨끗한 물이 상시 제공된다.
암모니아 농도와 이산화탄소 농도는 각각 25ppm과 5000ppm 이하로 유지하며 6시간 이상의 수면시간을 제공한다.
아울러 적절한 단열과 보온시설로 고온 및 저온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 ‘동물복지란’ 맛과 품질 자신
이렇게 생산된 동물복지 유정란은 ‘토종닭에 인생 건 안인식의 황실토종란’이란 브랜드를 달고 판매된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만큼 계란의 품질과 맛에 자신있다.
때문에 개당 500원 이상의 다소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 입소문을 타고 매달 주문량이 늘고 있다.
고정고객만 해도 200여명인데, 2주에 한번 꼴로 택배로 배달시켜 먹는다는게 안인식 대표의 설명이다.
나머지 계란들은 인근 충주농협과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된다. 최근에는 양재동 하나로마트에 납품을 시작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지난 8월부터 정식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안 대표는 “건강한 환경에서 키운 계란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동물과 사람에게 모두 이로운 건강한 계란 만들기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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