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생산액 상위 10품목에
소돼지닭우유오리 포함
돼지부문, 쌀과 12위 다퉈
소비자들의 애정 척도 입증

하지만 삼겹살목살에 편중
햄소시지 등 육가공품은
15% 이하…심각한 불균형
구이문화가 고른 발전 저해

외국산과 경쟁 강화 차원
다양한 부위 소비 유도를
독일식 메쯔거라이 도입이
활성화 위한 최선의 대안

도드람양돈농협의 ‘한국형 메쯔거라이’ 매장 모습.

 

식육학교(훔메마이스터슐레)에서 즉석육가공품 제조 실습을 하고 있는 교육생들. 메쯔거라이 매장에서 직접 제조해 판매하고 있는 그릴소시지.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까지 우리나라 농업생산액 1위는 주식인 쌀이었다. 그러나 2016년 순위가 바뀌었다. 돼지가 1위를 차지했고 2017년까지 1위를 이어갔다.
2018년 쌀 가격 상승에 힘입은 미곡(쌀) 생산액 증가로 돼지는 2018년부터 2순위로 밀려났지만 쌀 초과 공급의 구조 지속으로 향후 가격 하락이 예상됨에 따라 2023년에는 다시 돼지가 농업생산액 1위를 탈환할 것으로 농촌경제연구원은 전망했다. 또한 앞으로 9년 후인 2028년에는 쌀의 생산액이 한·육우 생산액보다도 작아져, 한육우가 돼지에 이어 농업생산액 2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18년 기준 농업생산액 상위 10개 품목에는 돼지(2위), 한·육우(3위), 닭(4위), 우유(5위), 계란(7위), 오리(8위) 등 축산업 분야에서 6개 품목이 순위에 올랐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의 축산물에 대한 선호도는 높다.
특히 돼지는 2016~2017년 연속 1위에 이어 2018년 2위를 차지했지만 2017년 대비 생산액이 더욱 늘었다는 점에서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애정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실제로 농업관측본부(농촌경제연구원)가 지난해 말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가정 내 육류별 소비 비중은 돼지고기 36.6%, 닭고기(배달포함) 30.0%, 소고기 28.7%, 오리고기 4.7% 순으로 조사되는 등 소비자들은 육류 중에서 돼지고기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돼지고기 중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위는 삼겹살이었고, 다음으로는 목살, 갈비 순으로 나타났다.

 

#  비선호 부위 적체 심화…부위별 소비 불균형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 성향은 육가공품보다 삼겹살, 목살 등의 신선육(생육)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이는 우리나라 양돈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생산자단체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체 돼지고기 소비 비중을 살펴보면 생육이 85% 이상인 반면 햄, 소시지 등의 육가공품은 15% 이하에 불과한 심각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돼지고기하면 삼겹살이나 목살 위주의 구이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다른 나라의 돼지고기 육가공품의 소비율은 일본이 30%, 유럽이 60%, 미국이 70%로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돼지고기 소비문화를 고려할 때 육가공품 소비율이 최소 25%까지 확대돼야 이상적이라는 부연이다.
이 같은 차이는 소비문화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덮밥이나 돈가스, 꼬치 등 돼지고기 소비방식이 한국보다 다양하고, 유럽과 미국은 샌드위치, 햄, 소시지 등 가공식품 소비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편 돼지고기 부위 중 삼겹살과 목살, 갈비 등 선호 부위가 차지하는 비중은 36.5%에 불과하다. 때문에 선호 부위에 대한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전지, 후지, 안심, 등심 등과 같은 비선호 부위는 돼지고기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져 재고량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돈업계 관계자는 “육가공품 소비율이 너무 낮으면 한돈농가를 비롯한 전체 한돈시장 활성화에는 부정적”이라면서 “삼겹살이나 목살 외에도 다리살이나 등심, 안심 등 고칼로리 부위로 소비가 다양화되는 것이 농가와 전체산업에 긍정적”이라고 언급했다.

 

# 비선호 부위 활성화 대안으로 주목받는 ‘메쯔거라이’

비선호 부위를 활용한 육가공품을 개발하는 등 비선호 부위의 활용도를 높이는 여러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 됐다.
향후 FTA 등 시장 개방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국산 돼지고기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비선호 부위를 활용한 육가공품 소비 증대는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 한 양돈농협 관계자는 “구제역과 돼지열병 등 전염병이 확산되면 돼지고기 생육은 내수와 수출 모두 리스크가 크다. 시장 완전 개방 후 이 같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열처리한 육가공품 소비 비중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이 같은 비선호 부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가내수공업형 식육전문점’인 메쯔거라이(Metzgerei)가 주목받고 있다.
메쯔거라이는 소나 돼지 한 마리의 모든 부위를 활용, 다양한 육가공품들을 즉석에서 가공해 대고객 접점인 점포(정육점)에서 판매하는 업종으로 독일에서 태생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선호 부위 판매 활성화를 위한 일환으로 2013년 10월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이 신설됐고 메쯔거라이 형태의 영업이 가능해 졌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식육판매업에서 식육즉석판매가공업으로 전환하는 정육점들이 증가하기 시작해 식육즉석판매가공업소는 2014년 4818개에서 2016년 1만331개, 2018년엔 1만3089개, 2019년 현재(3월)는 1만3251개로 급증했다.
소비자공익네크워크의 ‘식육즉석판매가공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들 식육즉석판매가공업소는 청년 창업 등 일자리 창출 효과 및 뒷다리 등 저지방육 부위 판매에 크게 기여해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소에서 정육과 함께 양념육이나 돈가스 내지는 떡갈비를 제조해 판매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고, 햄이나 소시지 등을 직접 제조해 판매하는 업소는 극히 소수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이들 식육즉석판매가공업소들에 대한 양질의 즉석육가공 기술 보급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즉석육가공전문 기술교육기관의 한 관계자는 “비선호 부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형 메쯔거라이 사업이 필요하다”면서 “또한 이 같은 메쯔거라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즉석육가공 기술의 보급은 필연적”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메쯔거라이에 대한 홍보도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메쯔거라이 매장 운영)는 “식육즉석판매가공업 매장이나 메쯔거라이 매장에 대해 알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다”며 “이에 대한 홍보가 강화된다면 메쯔거라이는 경쟁력 있는 수익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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