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 알 제이 레이놀드의 광고 모델이었던 데이비드 괴릴츠는 “왜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은 흡연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당시 사장은 “우리는 흡연을 하지 않는다. 단지 팔 뿐이다. 우리는 그 권리를 젊은이, 가난한 사람, 흑인 그리고 멍청한 사람들을 위해 남겨둔다”고 답했다고 한다.
담배회사는 오래 전부터 담배가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 담배회사의 내부문건에는 ‘담배의 물질들은 암을 유발하고, 암을 증진시키고, 독성이 있고, 자극적이고 쾌락적이며 향기가 있다’고 적혀 있다.
담배의 유해성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을 파는 무기상과 마찬가지로 담배회사도 어떻게 유해한 담배를 사람들에게 팔아 큰 돈을 벌었느냐는 것을 집고 넘어가기 위해서다. 그들의 교묘한 마케팅이 일반 소비자들의 인식을 어떻게 ‘가지고 놀았는지’를 말하고 싶어서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고 그것이 우리의 인식으로 쌓이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 자유롭게 생각하는 우리의 의식이 정말 ‘독자적’으로 생각하는 것인지를 말하고 싶기에 그렇다.
‘여성들이여, 새로운 자유의 횃불을 들어라’는 멋진 슬로건은 1929년 미국의 한 담배회사가 홍보 캠페인에 사용한 문구다. 짓눌린 여성인권이 한 걸음씩 나아가던 시기, 담배회사는 이 변화를 활용해 그들을 고객으로 모집하기 위한 광고를 시작했다.
숨어서 피우던 ‘억압’이라는 분위기를 떨치고 1960년대 노동시장으로 진출한 여성들의 자존감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포스터에는 화려한 옷을 입은 당당한 여성이, 그 옆에는 필립 모리스의 ‘버지니아 슬림’이라는 담배갑을 놓고, 그 담배를 피우고 있다. 

 

담배회사서 배울 점


마치 흡연을 ‘평등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여성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했던 것이다.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푸드 스탬프와 연계해 담배를 할인하는 방식을 썼다. 그리고 금연자들이 늘어나면서 젊은층에서 다시 청소년층으로 그리고 전자담배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담배회사가 지식생산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와 동 대학원 보건과학과에서 부교수로 일하고 있는 김승섭 교수의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 아주 세세히 설명되어 있다.
스트레스의 개념을 만들어낸 오스트리아 생리학자 한스 셀리에는 1000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10차례의 노벨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담배회사의 연구비로 질병의 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담배가 아닌 스트레스로 돌리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전세계적으로 특히 소비력이 있는 고소득 국가에서 흡연율이 점점 감소되자 담배회사들은 10년 뒤의 먹거리를 고민하면서 ‘연기 없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전자담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존의 담배가 태우는 연소 방식이어서 몸에 해롭다면서 열로 데우는 방식인 전자담배는 발암물질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담배회사들의 마케팅이 한국의 흡연자들에게 얼마나 잘 먹혀들어갔는지는 지난달 28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이 발표한 최근의 연구 결과를 통해 알 수가 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가정의학과 김소연 박사팀이 2013~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흡연자 2333명을 대상으로 전자담배 사용이유를 분석한 결과 대상자 전체 중 전자담배를 사용해본 사람은 741명으로 32%였는데, 비사용자 68%의 소변 내 코티닌 농도는 차이가 없었다. 게다가 전자담배 사용자의 태반이 ‘덜 해로울 것 같아서’와 ‘금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소비자 배려가 먼저


마케팅 전문가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는 “마케팅은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서 싸우는 게임”이라고 했다. 기억 속으로 파고 들어 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단 들어간 뒤에는 기억 속에 계속 남아 있기 위해 또 다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돈이 따르지 않는 아이디어는 무용지물이다. 어떤 기업가나 조직의 장들은 고객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값 싸게’ 생각한다. 그들은 그것을 ‘무료 광고’ 쯤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조금만 경영이 압박을 받으면 홍보비 등을 먼저 줄인다. 홍보는 결코 무료가 아니다. 
한국인의 소비문화에서 브랜드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이러한 인식은 브랜드 고정관념에 의해 생긴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브랜드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의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긍정적 고정관념을 고객들에게 심어 넣기 위해 그토록 마케팅에 힘 쓰는 이유다. 이를 마케팅의 용어로 ‘껍데기 효과’라고 한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데, 이 때문에 특정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
바로 강남을 따라가려는 분위기가 이 같은 예인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스테레오 타입’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왜곡 현상이 따르는데, 객관적인 자료에 따르지 않고 편향적인 사고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마찬가지다. 이는 오랫동안 무시해온 주변의 변화, 그리고 항상 내 편이 되어준 소비자들에 대한 배려심의 결여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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