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찬 주 책임연구원(농업기술실용화재단 기술창출이전팀)

일본과 기술격차 1.9년
머지 않아 역전도 가능
R&D예산 확대 고무적
전략기술 가시적 성과

우수 기술 상당수 존재
이러한 성과 확산되게
거래시장 활성화 필요
기술사업화 지원 시급

 

나라가 어수선하다. 일본의 반도체 일부품목 수출규제로부터 촉발된 반일감정이 의류, 주류 등의 소비재 산업을 넘어 항공업, 관광업 등 산업전반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불매운동으로 일본기업, 지자체의 수입이 급감했다는 기사,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기사, 국제 경쟁력을 지닌 부품․소재의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 등이 연일 기사화 되고 있다.
농축산 분야도 마찬가지다. 대일수출 비중이 높은 농축산물을 일본이 수입 규제할 경우 업계가 입을 피해를 염려하면서도 종축, 축산기계부품 등의 국산화에 정부와 산학연이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야흐로 전 산업분야에 걸쳐 한국과 일본 간의 기술전쟁 시대가 온 것이다.
손자병법에 「지피기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기술전쟁을 하려면 상대방의 기술수준과 나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 과연 한국 농축산기술의 객관적인 수준과 일본과의 격차는 어느 정도일까?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농림식품 전체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수준은 최고기술 보유국인 미국(100.0%) 대비 80%, 기술격차는 3.5년으로 해마다 그 차이는 좁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2014년 5.6년→2016년 4.3년). 일본의 경우 미국 대비 94% 수준으로 한국과의 격차는 2.4년 정도이지만, 그 차이 또한 점차 좁혀지는 추세라고 보고되었다(2014년 4.1년→2016년 2.8년).
축산분야만 보면 어떠할까? 선도그룹으로 분류된 농산, 산림, 농림식품환경생태와는 달리, 한국 축산분야의 기술수준은 미국(100%) 대비 77.3%, 기술격차는 3.8년으로 추격그룹에 속한다. 그리고 88.1% 기술수준의 일본과는 기술격차가 1.9년에 불과해 머지않아 역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전쟁 시대를 맞이하여 국제 경쟁력을 갖는 축산기술을 개발하고, 국산화를 이루려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일단 정부에서 2019년 농림식품 분야의 R&D 예산을 9930억으로 편성하는 등 예산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한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간 정부에서는 농림축산식품기술을 육성하고자 50개 핵심 전략기술을 선정하고 중장기 관점에서 집중 투자해왔다.
축산기술 중에서는 가축분뇨처리, 동물복지형 축사, 고급품질의 축산물, 로봇기반, 항생제 천연 대체재, 동물바이오 이종장기, 동물유래 식의약 단백질, 가축질병 예방치료 등이 핵심전략기술로 포함되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생산성 향상과 육질개선을 목적으로 개발한 우리맛닭은 약 6000억 원의 로열티 경감 효과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개발한 식물발현 돼지열병 그린백신은 여러 산업체에 이전되어 국내 돼지열병 청정화에 기여하고 있는 우수사례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기술수준 격차를 줄일수 있는 해결책은 뭐가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R&D 관련 예산확대이다. 그러나 축산기술 분야에서 선진국과 기술수준 격차를 좁히는 데는 정부의 R&D 예산 확대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는 우리 보다 농림축산식품 R&D 예산이 월등히 많은 미국, 일본과의 기술수준 격차가 그간 크게 벌어지지 않았던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다. 물론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R&D 목표를 설정한 후 핵심기술을 도출하고 예산을 적절히 배분하는 등 전략적으로 R&D 기획을 추진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축산관련 기술거래시장의 활성화다. 한국과 일본 간 축산 기술수준의 격차는 축산관련 기술거래시장의 활성화만으로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한국인이 지닌 응용력과 기술력을 충분히 활용하면 기술거래시장의 활성화를 충분히 유도할 수 있다.
한국인의 응용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부에서 예산을 투입해 창출된 R&D 성과물 중에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우수기술이 상당 수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들이 확산될 수 있는 기술거래시장 분위기를 정부의 주도 하에 기술공급자, 기술수요자, 중개자가 함께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축산관련 기술거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실천방안을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우수 축산기술이 많은 수요기업에 노출될 수 있도록 여러 유형의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거래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그 후 산업적 파급력이 높은 규모화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정부 주도하에 구성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그간 기술공급자 위주의 기술설명회, 기술정보제공 등에서 탈피하여 수요기술을 적극 발굴한 후 공급자에게 피드백 하는 새로운 기술거래시장도 함께 조성되어야 한다. 이는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기술공급자가 보유한 노하우가 거래되어 활용되는 것을 도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술을 도입한 업체를 대상으로 자체 기술력, 경험, 아이디어가 결합된 응용제품을 제작해 볼 수 있는 기술사업화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공급자, 수요자, 중재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기술거래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의 지속적인 R&D 투자, 전략적 R&D 기획과 함께 축산관련 기술거래시장의 활성화가 이루어진다면 한국과 일본의 축산기술 격차는 급속히 줄어 종국에는 기술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는 국내 기술거래기관 중 최대 기술거래를 성사시키고 있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관련 업무를 하면서 터득한 기분 좋은 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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