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주 「율극농장」

사료백신접종비 제하고도
이력품질 보장 수익 상승
20만 수 산란율 80% 유지
유통상인 배제 직접 판매

지난해 작업장업소농장
HACCP 인증 획득한 후
올해 파각기검란기 보완
‘식용란선별포장업’ 추진

 

최근 계란값 하락이 장기화되며 산란계농가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난각 산란일자 표시, 식용란선별포장 유통의무화 등 갈수록 강화되는 규제로 인해 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산란계농장의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위해 착실히 준비해온 농장이 있어 화제다.
경기 여주시 흥천면 율극리 소재 율극농장의 이재덕 대표(54)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시설 지원자금 받아 산란계 시작
이재덕 대표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취직을 하기 위해 고향에 내려왔다가 정착한 케이스다.
고향집 인근에 큰 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접한 이 대표는 부모님 곁에서 생활할 요량으로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여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곳에 취직하겠다는 그의 야심찬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고, 고민 끝에 비육돈 위탁사육을 시작했다.
4년간 돼지 400마리를 키웠지만 고생만 하고 돈을 벌진 못했다.
비육돈 위탁사육은 육계와 마찬가지로 사육성적에 따라 돈을 받는 구조였는데, 호흡기 질환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아버지께서 그에게 산란계 사육을 권하신 것을 계기로 1997년 경기도 양계 신규시설 지원자금에 지원한 결과 운 좋게 대상자로 선정된 것.
이때부터 그는 본격적인 산란계 사육 준비에 뛰어들었다.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그의 나이 27살의 이야기다.

 

# 자금 부족으로 빚더미 올라
이재덕 대표는 산란계 2만 마리 사육을 목표로 계사 착공에 들어갔다.
당시 융자로 지원받은 금액은 1억1480만원.
큰돈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공사를 시작하니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계사 300평과 집란실 100평, 계분장 100평 등 총 500평을 짓고, 그 안에 케이지와 사료급이기, 니플, 계란선별기 등 관련시설을 갖추는 데만 1억5000만원이 소요됐다.
여기에 산란계 구입비용도 추가로 필요했다.
당시 80일령 산란중추 한 마리가 2300원, 2만 마리를 구입하려면 4600만원의 자금이 더 있어야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계란 생산은 생후 6개월부터 시작되는 까닭에 석달 보름 동안 먹을 사료값과 백신 접종비용 까지 필요했고, 결국 그는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빚더미에 올랐다.

 

# 6개월 만에 선입금으로 돌아서
어찌어찌 중추를 구입해 인근 농장에 위탁을 보냈지만, 한 달 뒤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말았다.
기름값과 사료비가 천정부지로 뛰었고, 위탁농장에서는 위탁비를 계속 올려달라고 했다.
빚을 감당하지 못해 야반도주하는 농장들이 늘어났고, 동네사람들은 이 대표가 곧 망할 거라고 수근 댔다.
하지만 그는 이에 개의치 않고 묵묵히 농장을 계속 운영했다. 산란을 시작할 때까지 어떻게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듬해 봄, 그의 닭들의 산란 개시와 동시에 거짓말처럼 계란값이 뛰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양계농가들은 줄어들고 경기는 조금씩 회복되다보니 계란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
실제 개당 50~60원에서 거래되던 계란값은 다달이 10원씩 오르더니 10월에는 100원을 찍었다.
계란값이 좋았던데다 산란율도 피크를 찍어 돈 버는 재미가 꽤나 쏠쏠했다. 계란값을 정산 받을 때마다 축협에서 빌린 사료 값부터 갚았는데, 6개월 만에 밀린 빚을 다갚고 선입금으로 돌아섰다.

 

# 항상 최적의 경영상태 유지
이때의 어려웠던 경험이 농장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됐다.
양계장 역시 기업과 마찬가지로 이윤창출이 목적이기 때문에, 항상 시장상황에 귀 기울이고 이에 맞는 최적의 경영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게 이재덕 대표의 지론이 됐다.
이의 일환으로 이 대표는 지난 2012년에는 시설현대화자금을 받아 대대적인 농장 개조에 돌입했다.
당시 율극농장은 300평의 계사에서 4단 A형케이지에 산란계 2만 마리를 사육했는데, 6단 직립식케이지로 교체할 경우 같은 공간에서 5만 마리를 사육할 수 있는 까닭에서다.
그는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 케이지를 전면 교체하는 한편, 계사 1동을 더 지어 10만 마리로 규모를 키웠다.
이듬해인 지난 2013년부터는 육성사를 갖추고 직접 중추 육성에도 뛰어들었다.
산란계 가격은 마리당 1000원이지만, 70일령 중추가격은 최소 3000원 이상이라는 것.
때문에 병아리부터 직접 키운다면 사료값과 백신접종비, 인건비 등을 다 제하고도 남는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큰 이유는 중추의 이력과 품질이 보장된다는데 있다.
외부에서 중추를 구입할 경우 질병에 취약한데다 폐사 등의 문제 발생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단점이 있지만, 직접 사육할 경우 더 좋은 약을 쓰고 더 잘 키우려고 노력하는 까닭에 생산성에서도 차이를 보인다는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 허가 취득해 직접판매 나설 것
현재 율극농장의 사육규모는 20만 마리로, 연 평균 80% 이상의 산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율극농장의 최종목표는 ‘내 계란은 내가 직접 판매한다’는 것이다.
내가 생산한 계란을 직접 파는게 아니라 유통상인들이 팔아주는 구조다보니 계란이 남을 땐 버려야 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는 것.
따라서 농장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상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직접 판로를 개척해야 승산이 있다는게 이재덕 대표의 판단이다.
때문에 이 대표는 3년 전부터 이를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2017년 식용란수집판매업 인증취득에 이어 지난해는 작업장·업소·농장에 대해 HACCP 인증을 획득했다.
또한 올해 안에 파각기와 검란기 등의 시설을 보완해 식용란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아 여주 관내 마트에 납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그는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위한 온라인판매도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마트에서 계란 구입시 농장에서 유통인, 유통인에서 마트, 마트에서 소비자까지 가는데 최소 일주일 이상 소요된다”면서 “이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계란을 판매한다면 더 저렴한 가격에 더 신선한 계란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제 상인에게 의존해 계란을 판매하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향후 구운란 판매 등 계란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업에도 나서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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