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영 수 전 교수(농협 축산물위생교육원)

일정 기간온도 거쳤을 때
소돼지고기 숙성 맛 좋아
업체 태반이 제대로 몰라
외견상만‘에이징’마케팅

도축 후 평균 3~4일 지난
돼지고기 숙성 필요 없어
홍보 이유는 절박함 표현
하지만 과정은 정확해야

고기 종류별로 차이 있고
보관물류 상태 따라 달라
잘못하면 부패 위험 농후
올바른 숙성으로 판매를

 

 

얼마전 서울시내에 친구 만날 약속으로 나갔을 때의 일이다. 우연히 횟집 앞을 지나가다가 간판이 이상해서 다시 들여다보고 고깃집이라 고개를 갸우뚱 한 적이 있었다. 분명 삼겹살집인데 가게 앞에 횟집에서 쓰는 크고 긴 유리 수조를 놓고 그 안에 진공포장된 삼겹살을 넣어두고 물을 흘려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무심코 지나치다 보면 횟집으로 착각할 뻔했는데 자세히 보니 수타식(水打式) 숙성삼겹살이라고 홍보하고 있었는데 오후시간이라 손님이 많고 적음은 차치하고 과연 수조 속에 담가두는 삼겹살이 제대로 된 숙성과정을 거쳐서 소비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사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숙성과정을 거치는 것이 맛이 좋다. 그러나 그것도 일정기간동안 일정한 온도하에서 제대로 된 숙성과정을 거쳤을 때의 말이다. 몇 년 전에 드라이에이징과 Wet 에이징의 차이에 대해 기고한 바있는 필자로서는 물속에 담가둔 숙성육이라고 하니 관심이 가는 것이 당연했던 것이다.

 

다만 더운 날씨에 물의 온도를 확인하고자 온도계를 찾았지만 수조안에 온도계가 없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보다 더한 것이 아! 이렇게도 숙성육이라고 소비자들에게 홍보하는구나 하는 씁쓸한 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서 소비자들이 고기의 숙성방법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수타식 숙성육이네 드라이에이징 고기네 하고 홍보하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숙성과정을 거친 것인지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어찌보면 물 안에 고기를 가둬두었으니 냉장고 문의 잦은 개폐로 인해 내부 온도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보다 고기온도가 더 일정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 물의 온도를 몇 도로 유지하고 있느냐’였던 것이다.
외견상 진공포장을 했으니 웻에이징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과연 물의 온도를 한여름에 0~2℃ 사이로 유지하고 있느냐가 관건이었던 것이다.
어차피 돼지고기의 경우 일반적으로 판매점에 고기가 배달되는 순간 벌써 도축 후에 평균적으로 3~4일이 지난 것이기 때문에 따로 숙성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구태여 차별화된 마케팅 홍보차원에서 보여주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까지 들여가면서 시행한 것은 그나마 절박함의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많은 식육식당 사장님들이 냉장고에서 14일 동안 소고기를 숙성하면 재고부담이 경제적인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에 온도를 높혀서 이른 시간 내에 숙성을 끝내는 것이 현실임을 감안할 때 무언가 색다른 것을 찾은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바로 그 때문 이었다.
실제로 고기는 높은 온도에서 단기간에 숙성을 하면 부드러워지지만 제대로 된 숙성과정을 거친 것보다 고소한 향이 덜 난다고 하는 것이 미국이나 일본학자들의 공통적인 평가이다. 그들이 왜 정해진 온도와 기간 준수를 세미나에서 강조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1. 숙성이란?
 숙성은 도축이 끝나 사후강직에 들어간 고기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부드러워지면서 고기의 질감과 맛이 좋아지는 효과를 노리고 실시한다. 즉 숙성(aging, 또는 conditioning)은 식육의 사후 강직후 단백질이 자기소화하면서 부드러워지고 효소의 작용으로 아미노산과 펩티드가 증가해 맛과 향이 증가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돼지고기나 소고기, 닭고기는 도축 후 어느 정도 지나야 맛이 좋아질까? 이 물음에 대해서 여러가지 상황에 따른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기는 도축직후에는 연도가 좋지만 12시간에서 24시간이 지나면서 부터는 사후강직이 진행되어 곧바로 먹으면 고무와 같이 질겨져 맛이 없어진다. 그런 다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맛있는 성분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맛이 좋아지는데 이것은 전술한 바와 같이 시간이 지나면서 고기 내부의 효소가 스스로 고기의 연결된 섬유질을 끊을 뿐만 아니라 그 내부로 부터 맛있는 성분이 나오도록 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 지나면 맛이 좋아지는지는 고기를 두는 냉장고나 숙성실의 온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0℃(고기가 얼기 시작하는 온도: - 1.7℃)에 두면 소고기라면 1~ 2주, 돼지고기는 4 ~ 5일, 닭고기의 경우 도축 후 12 ~ 24시간으로 의외로 짧다. 따라서 닭고기의 경우에는 도축 후 바로 요리하는 것이 좋다.
물론 고기 종류별로 다를 수도 있고, 보관상태, 물류상태에 따라 많은 차이를 나타내는 것도 사실이다. 도축후의 냉장, 그리고 부분육 작업 후 또 다시 냉장, 그 후 매장에 도착한 후 냉장고 보관 등 일련의 이런 온도변화 과정이 동일한 조건하에서의 숙성작업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냉장보관중인 고기표면이 건조해지면 미생물이 증식되면서 색이 쉽게 변하며 열이 가해져도 변색속도가 빨라진다. 여기서 미생물이란 곰팡이를 말하는 것으로 고기 표면을 백색, 회색, 또는 녹색으로 변화시킨다.
또 발광세균이 많아지면 고기표면에 형광이나 인광을 발하는 경우도 있다. 식육의 육색변화를 완전히 방지할 수는 없지만 그 변화속도를 늦추는 방법으로 이용되는 것이 저온관리로 목적은 숙성과정중의 소고기가 너무 빨리 숙성되지 않게 하고, 세균이나 미생물의 번식을 막아 해동한 정육의 변색을 억제하는데 있다.
따라서 냉장고 안의 온도가 상승하면 이 세가지 목적은 모두 이룰 수가 없게 되고 육질은 급속히 떨어지게 된다.
냉장고 안의 온도는 0℃~1.5℃를 유지하면 양호하나 상품의 반출, 반입이 빈번한 냉장고에서는 다소 높게 -1℃~0℃로 조절해두는 것이 좋다. 일례로 냉장고 안의 습도가 60%일 경우 10일간 방치하면 정육중량이 3~5%나 감소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식육을 보관하는데 적합한 습도는 85~93%이다.
냉장고내 습도가 93% 이상이면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의 번식이 활발해지고 85% 이하가 되면 소고기의 감량과 변색이 심해진다. 일반적으로 습도가 많은 것보다는 적은 것이 문제가 되며 감각적인 습도측량은 매우 불확실하기에 주의를 요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냉장고내의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문의 개폐를 확실하게 하여 냉기유출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소고기 육질 향상을 위해서는 고기내에 조지방이 35%이상 포함되고 숙성은 최소 14일 이상 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부위별로 필요한 최소 숙성일을 등심 갈비는 최소 14일, 설깃살은 21일, 우둔살은 최소 28일 이상 필요하다는 전문가도 있다. 안심을 비롯해 제비추리와 안창살, 토시살같이 내장과 직접 접하는 특수부위의 경우 변색이 빠르므로 따로 숙성시키지 않고 바로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을 권하는 의견도 있다.

 

2. 숙성 방법
전통적으로 고기를 숙성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웻 에이징(Wet Aging)과 드라이 에이징(Dry Aging) 방법이 그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숙성은 고기를 진공포장 한 뒤 냉장고에 보관하는 웻에이징을 말하는데 드라이에이징의 경우 최근 들어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건조숙성 방식으로 일부 음식점에서 차별화 마케팅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는 방식이다.
우선 둘 사이의 큰 차이점은 고기를 진공포장 해서 숙성시키느냐 아니면 그냥 생고기 상태로 바람에 노출시켜 숙성시키느냐 이다. 드라이에이징을 우리보다 일찍받아들인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진공포장육을 뜯어서 드라이에이징 했거나 드라이에이징이 끝난 상태에서 진공 포장한 고기는 드라이에이징 고기의 범주에 넣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드라이에이징 고기의 경우 고기를 진공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바람을 맞추다보니 시간이 가면서 표면에 곰팡이가 발생하면서 수율이 30% 가까이 떨어진다. 그 때문에 웻에이징 고기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것인데 소비자가 모른다고 일부 점포에서 버젓이 진공포장한 고기를 드라이에이징 고기라면서 제공하는 것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숙성기간을 길게는 100일 이상 했다고 자랑스럽게 홍보하는 점포도 있던데 그렇다면 과연 고기가 정상적으로 먹어도 되는지 미생물과 관련된 조사를 한번이라도 하고 부패와 관련된 시험성적서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드라이에이징 고기가 훨씬 더 맛있다고 강조하는 것도 어찌보면 맛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평가를 무시하는 것으로도 비쳐질 수 있다. 사람의 고기 맛에 대한 평가는 그야말로 “백이면 백 다 다르다”고 할 수가 있다. 지방에 가면 한우중에서도 ‘나는 암소가 최고로 맛있다’는 사람과 ‘무슨 소리냐 암소는 싱거워서 거세우가 최고’라는 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을 수가 있다. 또 일부지역에 가면 ‘숫소가 씹는 맛이 있어서 최고’란 사람도 있다.
또한 ‘숙성육은 무슨, 나는 전통적으로 그날 잡은 생고기만 먹는 당께’와 ‘아이고 나는 숙성이 다 끝나고 난 썩기 직전의 고기가 최고로 맛있다니까’하는 사람도 있음을 감안할 때 특정한 고기의 맛을 소비자에게 강요하는 듯한 마케팅은 더 이상 안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튼 고기는 배고플 때 먹으면 어떤 고기든 맛이 있다. 따라서 능력이 되면 30%이상 더 비싼 드라이에이징 고기를 먹을 것이고 안 되면 다른 것을 선택하면 된다.
사실 고기는 지방이 있어야 맛이 좋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마블링이 좋은 웻에이징 숙성육의 고기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평가가 절로 나올 정도로 지금까지 맛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고기는 씹었을 때 입안에서 퍼지는 육즙감이 있어야 정말 맛있다고 필자 또한 생각하는데 아마도 지금껏 웻에이징 고기 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드라이에이징이 등장하면서 일부에서 주장하듯 맛없는 고기로 치부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지방이 적은 소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 드라이에이징해서 먹는 것이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맛이 있더라도 일부에서 처럼 웻에이징한 고기를 폄하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윗 표는 웻 에이징과 드라이 에이징의 숙성 방법에 대해서 정리한 것이다. 2가지 방법의 차이점에 대해서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2016년 축산경제신문(2016년 4~6월 연재)을 참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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