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원 축산사업본부장(농협 축산경제 상무)

농협축산단체 노력 결과
대상 90%이상 1년 연장
오는 27일 이행기간 만료
무허가 축사는 행정 처분

현재 진행률은 80% 넘어
농가들 의지로 이룬 성과
남은 기간 인허가 접수 등
적법화에 마지막 노력을

가축분뇨법 개정 이후엔
지자체 무차별 사육 제한
육류 소비량 늘고 있지만
축산업은 지금 ‘벼랑 끝’

 

연일 30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어, 모두들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8월 8일이 입추였으므로 절기상 가을은 이미 시작 되었다. 반가운 소식이어야 하나, 축산농가에게는 썩 달갑지 않을지 모른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 등 우리 축산업에 주어진 무거운 과제들 때문이다.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비롯해 우리 축산업이 처한 상황을 24절기 중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立秋)’와 송곳을 세운다는 뜻인‘ 입추(立錐)’, 두 가지의 입추라는 단어로 설명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는 앞서 언급한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입추(立秋)’다. 어느덧 절기상 가을에 접어들었다. 얼마 전까지 봄이었고 이행기간이 꽤나 남은 것처럼 느껴졌으나, 오는 27일이면 이행기간이 만료되어 무허가축사는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그동안 농협을 비롯한 축산단체들은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왔다. 차디찬 바람 속에서도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 지난해 2월에 가축분뇨법이 개정되었고, 같은 해 9월에는 적법화 대상의 90%가 넘는 농가가 1년의 이행기간을 부여 받았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해 7월에는 농협이 건의한 44개 사항 중 35건이 반영된 정부 제도개선사항이 시행되어, 축산농가의 원활한 적법화 추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현재 전국의 적법화 진행률은 80%를 훌쩍 넘어섰다(2019.7.10일 기준 85.5%에 달한다)올해 초만 해도 절반을 채 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임에 틀림없다. 정부는 노력하는 농가에는 추가 이행기간(+@)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하니 축산농가의 뜨거운 적법화 의지로 이룬 성과라고 사료된다.
그러나 아직 긴장의 끈을 놓기는 이르다. 정부는 추가 이행기간이 부여될 수 있는 ‘노력하는 농가’라 함은 퇴비사(분뇨처리시설) 설치·축사의 위반 면적 자진철거 등 농가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사항은 먼저 해결하여, 국공유지 매각절차나 각종 행정지연에 따른 문제만 남은 농가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부의 향후 적법화 방향은 추가 이행기간 동안 국공유지 매각절차나 각종 행정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선에서 마무리 작업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축산농가는 남은 이행기간 내에 적어도 지자체에 인·허가 접수는 할 수 있도록 적법화 추진에 최선을 다 하여야 한다.
두 번째 입추는 ‘입추(立錐)의 여지가 없다’라는 속담의 ‘입추(立錐)’다.  송곳조차 설 자리가 없다는 뜻은 우리 축산업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우리 축산업은 정말 설 자리가 없다. 이미 FTA 체결 여파에 구제역·AI 등 각종 가축질병 발생과 분뇨·악취문제 등으로 인한 지역주민의 민원, 그리고 환경문제에만 과도하게 치우친 각종 규제로 축산업을 영위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워졌다
실제 가축분뇨법 개정 이후 많은 지자체가 무제한적으로 가축사육제한구역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전국적으로 150개가 넘는 지자체가 가축사육제한구역을 새롭게 지정하였고, 환경부 권고안의 20배를 초과하는 가축사육제한거리를 지정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행정구역의 80~90%를 가축사육제한구역으로 지정하였다. 심지어 99%를 가축사육제한구역으로 지정한 지자체도 있어 사실상 대한민국에서는 더 이상 축사를 지을 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내 1인당 육류소비량은 70년대에 8kg 안팎에 불과하던 것이 2018년 기준 53.9kg으로 약 7배가량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육류자급률은 해마다 하락하여 소고기는 40%선, 돼지고기는 70%선이 붕괴되었다. 이처럼 축산업을 영위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육류소비의 대부분을 수입산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열악한 현실을 직시하여 정부와 축산업계 종사자들은 무허가축사 적법화 이후 친환경 축산업으로의 변화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여야 한다.
가축분뇨법의 목적이 ‘가축분뇨를 자원화하거나 적정하게 처리하여, 환경과 조화되는 지속 가능한 축산업의 발전’인 만큼 정부는 환경과 축산업이 조화될 수 있도록 각종 법령을 재정비하여야 하며, 축사시설 현대화에 아낌없는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
또한 축산농가를 비롯한 축산업계 종사자들은 지역사회와 국민에게 사랑받는 축산업 구현을 목표로 축사와 관련 사업장의 환경 개선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야 한다.
축사 시설 현대화와 환경개선을 통해 지역 주민과 한데 어우려져 축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례도 충분히 찾아 볼 수 있다. 심지어 축사 부지 내 쉼터를 조성하여 이웃 주민들의 모임 장소로 종종 이용되는 등 그야말로 ‘지역사회로부터 사랑받는 축사’가 된 사례도 있다.
축산업이 위 사례와 같이 스스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분명 우리 사회에 악취와 분뇨로 점철되는 부정적 인식보다는 우리 식탁에 깨끗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자리 매김이 가능할 것이다.
가축사육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사업기반이 조성된다면 안정적으로 축산업을 영위하게 되고, 이를 통해 우리 농촌경제가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흔히 시간을 두고 ‘쏜살’같이 지나간다고 이야기 한다. 여기서 쏜살은 이미 발사된 화살을 뜻하는데, 친환경 축산업으로의 변화의 화살은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시작으로 이미 발사되었다. 앞으로 우리 축산업은 2020년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비롯한 수많은 과제들까지 통과해야한다.
많이 남은 것 같았던 무허가축사 적법화 이행기간도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다. 향후 부여될 추가 이행기간과 우리 축산업이 회생할 골든타임도 부지불식간에 지나가 버릴지도 모른다. 정부와 축산업계 모두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남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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