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보려면 멀리 갈 것도 없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이베리코 돼지’의 사례가 좋은 예다.
2015년부터 삼겹살‧목살 등이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강남을 중심으로 퍼진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세계 4대 진미’라던가 ‘완전히 도토리를 먹이고 자연에서 자랐다’는 사실상 광고와는 사뭇 동떨어진 것이다. 
뒷다리를 통째로 천일염에 염지시켜 숙성하는 ‘하몽’이 세계 4대 진미에 끼는 것은 맞지만, 이는 스페인 전체 돼지고기 생산량의 1%에 불과하다. 때문에 강남을 중심으로 확산된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분명 과장됐다고 볼 수 있다.

 

물량 얼마나 된다고


강남은 모든 분위기가 강북과 완연히 다르고, 다른 지역과도 차별적이다. 게다가 하몽이라는 일반인들에겐 조금 낯선 축산가공식품에도 익숙하다. 이 같은 상황이 강남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따라 퍼졌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 이베리코가 본격적으로 수입되게 된 것은, 하몽을 견학하러 스페인에 간 수입업자들이 하몽을 만들고 남은 삼겹살이나 목살 등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된 데다, ‘하몽’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이 와인문화를 주도하던 강남의 유복한 세대들과 적절하게 어우러지면서다.
강남에서의 마케팅이 알음알음 성공하자 일부 언론에서는 이베리코 돼지고기에 대한 지식 없이 이를 기사화했고, 인터넷에서는 퍼나르고, 또 다른 일부는 ‘이베리코 쇼크’라고 위기를 조성하면서 그들의 마케팅에 힘을 실었다.
이 대목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것이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강북의 한 지역에서 이 정도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다.
수입업자들은 한국인들의 ‘상향 추구’를 제대로 파악한 듯하다. 한국인들은 실리 위주의 구매를 하는 외국인들과 달리 나보다 좋은 위치의 사람들이 쓰고, 입고, 먹고 하는 것에 특히 민감하다. 그런 의미에서 강남은 질시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따르고 싶은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입맛에 맞는지 아닌지는 그리 큰 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번 흐름을 탄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최근 좀더 내막이 자세히 알려지면서 한 풀 꺾였다.

 

‘쇼크’ 아니라 ‘헤프닝’


이때 일부 언론과 SNS들의 행태를 마케팅 용어로 설명하자면 ‘부화뇌동의 효과’ 또는 ‘밴드  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라고 한다.
밴드 웨건 효과의 내력은 이렇다. 서양 서커스 행열의 맨 앞에 악대가 탄 역마차가 밴드 웨건이다. 그 역할은 분위기를 띄워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다. 서부 개척시대에는 요란한 밴드 왜건 소리를 듣고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 금광 발견 소문이 퍼지면 너도나도 금광으로 몰려가곤 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의 집단심리가 작용해 사람들이 시류를 따르는 현상을 말하는 데 이를 ‘편승 효과’라고도 한다. 이 효과의 함정은 실체도 모르고 시류에 영합했다가 집단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베리코 돼지고기의 확산을 보면 이와 똑같은 현상을 보게 된다. 수입업자들의 마케팅에 일부 언론이 박자를 맞추고, SNS 등이 소비자들을 춤추게 했다는 점이다. 또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침소봉대한 또 다른 매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다 같은 하몽의 원료가 아니라 베요타와 세보데 깜포 그리고 세보로 등으로 나뉘며 이중 까다로운 기준에 맞는 베요타 등급만이 하몽이라는 점도 함께 알려졌다는 점에서는 긍정의 효과다.
하지만 맛으로 돼지고기의 가치를 평가하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에겐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그다지 큰 가치는 아니었다.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쇼크가 아니라 어떤 의미에선 ‘헤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크지만, 마케팅이 소비자의 기억 속에서 싸우는 게임이라는 점에서는 좀더 오래 남을 가능성이 높다.

 

농가 마인드 버려야


또 이베리코는 축산업계에 마케팅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 촉진을 주된 업무로 삼아야 하는 축산 자조금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구구한 설명보다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호주산 소고기가 천혜의 청정지역에서 동물복지형으로 사육된 ‘청정우’라는 이미지는 이미 소비자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광우병 파동으로 이미지를 구긴 미국산이 호주산으로 둔갑판매되는 것도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외국산 축산물의 다양하고 치밀한 마케팅에 비해 국내 축산물은 아직도 농가 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자조금과 관련된 대행사 선정 심사회에 참석해 보면 전년과 올해가, 올해와 내년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조금씩 진화하는 한돈 마케팅이랄까. 여타 축종에서는 뭔가 탁 무릎을 치는 그 어떤 마케팅도 보이지 않는 점이 아쉽다.
이는 아마도 자조금관리위원회가 독자적 행보를 취하기보다 어쩌면 농가의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반증해주는 것은 아닐까.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