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기본 서적을 들춰보면 한결같은 정의가 있다. 마케팅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기업이 많은 제품을 팔아서 이익을 올리기 위한 활동 전체’다.
기업의 경영은 어떤 물건을 팔고 이익을 얻는 것이다. 그러면 이익을 올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보다 많은 이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좋은 물건을 잘 팔아야 한다. 이것을 생각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기업 활동을 마케팅이라고 한다.
하지만 ‘좋은’ 물건이란 반드시 일반적으로 생산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품질이 좋은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마케팅에서 좋은 물건이란 고객이 ‘사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객으로 하여금 구매의욕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제품은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업은 제품을 팔아 많은 이익을 올리고자 한다면 우선 고객의 욕구를 생각하고 고객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고객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무조건 팔리는 것일까? 아니다. 그것들이 창고에 쌓여 있기만 하면 고객은 살 수 없다. 대리점에 진열되거나 통신판매로 팔거나 해야 비로소 고객은 그 제품을 살 수 있게 된다.
기업은 제품을 만들거나 그 제품을 고객이 살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도매업자나 소매업자에게 제품을 팔고 유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 싶게 만드는 것


하지만 제품을 유통시켜 점포에 진열해 놓으면 일단 팔리기야 하겠지만, 그것은 다른 제품과 함께 늘어선 가운데 단순히 선택되어지기를 기다리는 소극적인 자세다.
다른 많은 제품 가운데서 눈에 띄고 고객으로 하여금 ‘이것을 꼭 사야겠다’고 생각하게끔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격도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소비자가 살 수 있는 가격을 책정해 유통시키고, 거기에 맞는 판매촉진활동을 해야 하는 모든 일련의 과정이 바로 마케팅이다.
마케팅은 기업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대학이나 병원 그리고 단체 등 비영리 조직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말하자면 조직의 목적이 이익을 높이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그것으로 조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는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마케팅은 제품을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리스와 트라우트는 “많은 사람들이 마케팅을 제품 간의 싸움이라고 여기면서 장기적으로 최고의 제품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 “때문에 마케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조사하고 진상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환상’이라고 단언했다.
소비자들은 어떤 영역에 관해 약간의 경험만 가지고 있어도 자신이 옳다고 단정한다. 마음 속에 들어 앉은 인식은 종종 보편적인 진리인 것처럼 해석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돈 마케팅 배워야


리스와 트라우트는 미국 자동차 시장 판매고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혼다와 도요타 그리고 닛산의 예를 들었다. 대부분 마케팅 종사자들은 이 세 브랜드 간의 싸움이 품질과 외형, 마력수와 가격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틀린 생각이란다.
이 세 브랜드 중 혼다는 일본 내에서 1위 언저리에도 미치지 못한다. 도요타와 닛산에 이어 3위다. 도요타가 혼다보다 4배 이상 더 팔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완전히 역전되어 있다. 왤까?
제품은 동일하지만 소비자의 기억 속에 들어 있는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혼다는 오토바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장에 먼저 진입하는 것보다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맨 먼저 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계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는 MITS앨테어8800이다. 뒤 몽은 최초로 상업용 TV수상기를 발명했다. 뒤레어는 최초로 자동차를 소개했다. 헐리는 최초로 세탁기를 소개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금 모두 사라졌다는 것이다.
IBM은 메일프레임 컴퓨터를 시장에 처음 선보인 회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집중적인 마케팅 노력 덕분에 바로 인식의 싸움에서 승리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일단 결심하고 나면 좀처럼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축산물의 경우는 축복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우는 그 자체가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이미 자리매김하고 있고, 한돈의 경우 국내산 돼지고기가 한돈이라고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돈은 토종의 축산이 아니다. 한돈이 국내산 돼지고기라고 소비자에게 인식된 것은 지속적인 마케팅의 결실이다. 그리고 한돈자조금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별 효과가 없다는 스포츠를 비롯 각종 행사를 통한 ‘스폰서 마케팅’에서 이제는 사회 공헌활동과 연계한 한 차원 높은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두서없이 진행되는 여타 축종에서의 마케팅과 비교해 보면 지금 축산과 관련된 마케팅의 모범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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