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베정권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우리는 지금 한국 경제의 민낯을 낱낱이 목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의 수출액은 6070억 달러로 미국, 독일, 중국,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에 이어 세계 7위의 무역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IMF 당시와 비교될 만큼의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란다.
일본의 도발로 시작된 한일경제전쟁은,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70% 이상,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37%로, 네덜란드와 독일에 이어 3번째로 높다는 사실과 반도체의 수출이 1300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20%를 넘는 편중현상이었다는 것도 똑똑히 알게 됐다.
그리고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우리의 수출이 일본의 소재산업의 기반 위에서 가능했으며, 우리나라의 제품 수출이 많으면 많을수록 일본에게 돌아가는 이익도 그만큼 크다는 사실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사상누각’이라고 할 수 있다.

 

허울만 ‘무역대국’


한 인터넷 매체는 이번 한일경제전쟁에서 일본의 피해규모는 4020억원이지만 한국의 피해는 170조원이라며 ‘WTO제소, 맞보복!’이라는 헛소리 집어치우고, 원만한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현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박근혜 전 정권 시절, 이들은 산업 강국들과 잇따라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앞장서면서 그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된 산업 당사자들에게는 ‘위기는 기회’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부르짖던 주역들이다.
하지만 지금 이들에게 국내 소재 산업을 육성하고, 이참에 일본의존형의 경제를 바로 잡자는 ‘기회로 삼자’는 말은 한국 경제를 망치는 짓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시간은 걸리지만 내수경제 활성화의 계기로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아베 정권의 경제적 침략행위에 어떻게 타협점을 찾으라는 말인지 선 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실무자도, 장관도 홀대를 받고,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담화를 일개 외무부 차관이 “무례하다”고 평가하는 저 무도한 무리들에게 고개를 숙이라는 말인가?
대통령의 “지지 않겠다”는 말을 ‘허풍’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묻고 싶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특히 한민족을 열등하다고 줄곧 폄훼해 오고 있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도발 앞에 선 국민들의 결연한 자세를, ‘감정적’이라며 자제하자고 하는 이들은 또 누군가.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슬기로운 사람들인지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서 아주 잘 나타나고 있다.

 

마케팅도 때가 있다


지금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국민들은 20세기의 사고방식에 물든 언론매체나 정치인들처럼 어리석거나 이기적이고 고리타분한 사람들이 아니다.
노노재팬사이트(https://www.nonojapan.com)를 개설한 김병규 씨는 단순히 국내에서 유통‧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을 소개하고 불매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산 대체 품목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한 차원 진화된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 것을 쓰지 말고 국내산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이참에 내수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계기로 삼자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금 각종 업계는 이에 동참하면서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불매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는 추세다. 일종의 ‘애국 마케팅’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방식도 20세기 막연한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제품을 불매하면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일본 여행을 취소하면 국내 여행 시 혜택을 주는 ‘특가 패키지’, 일본 여행 취소 인증 하면 제품을 할인해 주는 ‘보상마케팅’, 지방자치단체의 관광 할인, 순국선열들의 희생정신과 올바른 역사의식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리멤버 마케팅’ 등이 그것이다.
또 편의점업계는 태극기와 역사 알리기 그리고 독도사랑 캠페인도 시작했다. 국가 보훈처와 독립기념관과 협력해 독립운동과 한국전쟁에 관련된 태극기 역사를 소개하는 스티커를 제작해 도시락 전 상품에 부착했다.
이러한 마케팅 움직임을 보면서 아쉬운 것이 있다면 농협을 비롯 축산관련단체들의 ‘멍한’ 자세다. 국내산을 주장해 오면서 외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수입을 반대해 온 이들 단체들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아서다.
한민족과 함께 해왔다는 한우나, ‘한돈하면 국내산 돼지고기’라는 이미지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한돈이나, 닭고기 등등 지금은 적극 동참하면서 국내산 축산물의 우수성 그리고 축산관련단체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때다.
농협이나 축산관련단체들은 줄곧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축산업’으로의 홍보와 마케팅을 전개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접하면서 정작 어떻게 해야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도 없어 보인다.
축산인들은 국민들에게 그리고 정부에게 축산업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해 왔다. 그렇다면 역으로 축산인들은 국민 관심사에 얼마나 참여해 왔는지 한 번쯤 돌이켜봐야 하지 않을까? 홍보와 마케팅에도 적절한 때가 있다. 축산의 마케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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