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정책에 임하는 정부 태도에 한돈농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ASF 국내 유입 차단 및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야생 멧돼지 개체수를 줄이고, 남은 음식물(이하 잔반) 돼지 급여 금지가 중요하지만 지금까지의 정부 대처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는 지적이다. 농가들은 “ASF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사항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라며 “정부는 ASF 방역 강화 홍보에만 열을 올릴 뿐 실질적인 변화나 개선된 사항은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농가들만 ASF 유입 우려에 노심초사 하며 속을 태우는 모양새다.
단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정부는 ASF 예방을 위해 돼지에 대한 잔반 직접처리 급여를 7월 25일자로 제한시킨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한다고 홍보했다. 불이행 농가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엄격히 조치한다고 엄포도 놨다.
그러나 결과를 보자. 원안대로라면 잔반 급여 전체 227호(11만 8400마리) 중 직접 처리하는 131호(만 2400마리)가 급여 중단 대상이다. 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개정·공포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서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승인 또는 신고 된 경우 제외’란 단서가 포함되면서 실제 잔반 급여 금지 대상은 63호(9200마리)로 크게 줄었다. 농가 164호는 예전과 같이 잔반을 급여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돈농가를 포함한 한돈협회가 정부에 요구한 ‘잔반 급여 전면 금지’와는 거리가 멀다. 한돈농가가 정부에게 뒤통수를 맞은 형국이다. 전문가들도 이번 돼지 잔반 급여 일부 중단은 실제 효용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스스로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ASF는 생존력이 강하기 때문에 ASF에 걸린 돼지를 도축해 만든 햄이 잔반에 포함됐을 경우, 이를 돼지가 먹으면 ASF에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야생 멧돼지 관리도 부실한 상태다. ASF의 북한 발생으로 DMZ 내 야생 멧돼지를 통한 남한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군은 “철책 때문에 내려올 수 없다”고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몇 일전 야생 멧돼지가 철망을 뚫고 남한과 북한을 자유롭게 오간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갈대밭에서 먹이를 찾던 멧돼지가 인기척을 느끼고 쉽게 북쪽으로 되돌아갔다는 내용이다. 군이 느끼는 것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철원 전방지역 비무장 지역에서 항문에 출현흔이 있는 야생 멧돼지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군청 담당직원과 철원군 야생동물식물협회 회원 등이 현장에 출동해 혈액을 채취하고 사체는 현장에 매립했다고 한다. 다행히 현재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은 상태지만, 간담을 서늘하게 한 일이다.  
야생 멧돼지가 바다에서 헤엄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서 북쪽으로 2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에서 발생했다. 60kg 가량의 이 멧돼지는 여객선에 의해 발견됐고 결국 유해조수단에 의해 사살됐다. 바다를 헤엄치는 야생 멧돼지가 실제로 발견됨에 따라 해상을 통한 야생 멧돼지의 남하 가능성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게 됐다. 농가들이 우려 했던 일들이 하나 둘씩 현실화 되고 있다. 정부는 형식적인 ASF 정책에서 벗어나 전문가들의 조언을 반영해 미비한 사항을 빠른 시일 내에 보강해야 한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