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사상태에 빠진 미국 낙농업계(1)

‘소비감소’와 식물성밀크 ‘시장잠식’ 이중고에 시달려

미국에서 우유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유는 아이들의 성장에 빼놓을 수 없는 식품이다. 왜 미국인들은 우유를 마시지 않게 된 것일까. 성장기 아이가 있는 가정의 냉장고에 반드시 있는 아이템이 우유다. 미국 가정에서는 아침식사로 시리얼과 함께 소비되기 때문에 슈퍼마켓에서 1갤런(3.7리터)짜리 우유가 가장 많이 판매된다.
미국은 우유생산량에서 세계 1위를 자랑한다. 하지만 지난 40년 동안 미국인의 우유 무관심이 가속화되고 있다.
1975년에 112kg였던 1인당 우유소비량이 2017년에는 68kg으로 42%나 감소했다. 그 결과 우유 판매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우유생산비가 상승하면서 미국 낙농업계가 빈사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18년에만 2700곳 이상의 목장이 폐업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미국 최대 유업체인 딘 푸드(Dean Foods) 마저 부도위기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도대체 무엇이 낙농업계를 이런 상태로 내몰았을까.

 

우유 소비가 감소하는 이유
론 존슨(Ron Johnson) 미국 상원의원은 그 이유를 오바마정권 당시 2010년에 실시했던 'The Healthy, Hunger-free Kids Act(건강하고 굶주림 없는 아동법)'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법안은 학생들의 식생활을 보다 건강하게 제공하기 위해 학교급식의 영양기준을 변경하는 것이다. 종전에는 학교급식용 우유로 유지방 함량이 각기 다른 △일반우유(성분무조정) △유지방 2% △유지방 1% △무지방우유 4가지가 제공됐다.
하지만 2010년부터 이 법률이 시행되면서 유지방 함량이 높은 일반우유와 유지방 2% 우유가 학교급식에서 제외됐다. 즉 무지방우유와 유지방 1% 우유만 학교급식용으로 제공된 것이다. 칼로리만 생각한다면 무지방우유나 유지방 1% 우유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맛이 없어지면서 우유를 기피하는 학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미 감소세에 있던 우유소비량은 그 속도가 더욱 가속화됐다. 맛이 없어진 우유를 마시는 것이나, 물을 마시는 것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우유소비가 감소한 이유는 이뿐 만이 아니다. 젖소가 생산한 ‘우유’와는 다른 식물성 ‘대체우유’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우유로 널리 알려진 것이 ‘두유(soy milk)’다.
최근에는 아몬드밀크, 오트밀크, 라이스밀크, 피넛밀크 등 다양한 종류의 식물성밀크가 판매되고 있다. 
식물성밀크는 생산기술 향상으로 맛과 품질이 크게 좋아지면서 더 많은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우유판매량이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식물성밀크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The Good Food Institute에 따르면 2019년 4월 기준 미국의 식물성밀크 매출은 전년대비 6% 증가한 19억 달러(약 2조 2591억원)에 달했다. 식물성밀크가 음용유 전체 매출액의 13% 수준에 불과하지만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낙농업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식물성밀크 판매가격이 우유보다 높은데도 구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여러 종류의 식물성밀크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아몬드밀크이고, 그 다음이 두유이다. 두 가지 모두 우유보다 2배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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