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직장 회식 실종
가격 하락에도 적자 심각
은행에서 여신한도 줄이면
대부분 업체 줄도산 위기

돼지고기 소비부진의 영향이 가공·유통업계까지 미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돼지고기 소비부진의 영향이 가공·유통업계까지 미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극심한 돼지고기 소비부진으로 인해 양돈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6월 현재 돼지가격은 연중 가격이 가장 높은 시기임에도 불구 생산비 수준인 4200원 선에서 머물고 있다.
게다가 7월 이후 가격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점쳐지는 등 향후 양돈시장을 가늠하는 주요잣대에 모두 빨간불이 들어와, 이대로 가다간 농가뿐 아니라 이를 취급하는 가공·유통업체까지 연쇄 도산하는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돼지가격은 kg당 평균 3787원으로 지난해 4332원보다 무려 545원(12.6%)이나 하락했다.
월 평균 돼지가격은 1월 3241원, 2월 3143원, 3월 3768원, 4월 4281원, 5월 4159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612원, 971원, 295원, 69원, 476원이 낮았고, 특히 6월은 42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92원, 무려 19.1%나 떨어졌다.
연초에 약세를 보이다 행락철에 들어서며 가격이 상승하는 예년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연중 돼지고기 최대 성수기임에도 불구, 저돈가가 지속되는 이유는 뭘까.
유통업계는 국내 생산량 및 재고량 증가 외에 또 다른 원인으로 돼지고기 소비부진을 꼽았다.
경기침체 및 미투 운동과 함께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이 맞물리며 직장 내 회식이 축소됐다는 것.
이로 인한 자영업 매출급감 및 폐업증가가 삼겹살 소비급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업계는 최근 아프라카돼지열병(ASF)과 잔반돼지 등 돼지관련 악재 언론보도 증가도 이에 한몫했다고 주장했다. 돼지고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가중됨에 따라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더 악화됐다는게 이들 주장의 근간이다.
국내 식문화의 패턴변화도 돼지고기 소비부진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1인 가족 및 맞벌이 증가로 인해 외식횟수와 비용은 줄어든 반면, 집에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과 배달시장이 급성장한 까닭에 돼지고기 소비가 약 3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돼지고기 소비부진의 영향이 육가공업계와 유통업계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데 있다.
과거에는 저돈가가 형성되면 원가 인하로 인해 육가공업체들의 이익이 늘어났던 반면, 최근에는 소비부진으로 거래 자체가 감소했다는 것.
때문에 이를 처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덤핑판매가 성행하고 있다는게 업계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한 업체관계자는 “과거에는 공급과잉시 냉동에 들어갔지만, 최근에는 소비부진 탓에 나중에 팔린다는 보장이 없어 냉동을 꺼려 한다”면서 “냉동시 가격이 반토막 나는데다 비용이 소요되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때문에 최근 육가공업계의 덤핑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마트 등의 대형 할인마트보다 동네 마트의 가격이 더 저렴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가공·유통업체들은 하반기 한돈 시장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소비패턴 상 찬바람이 불면 소비도 얼어붙는 까닭에 가공·유통업체의 자금회전력에도 문제가 생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다른 업계관계자 역시 이같은 주장에 동조했다.
소비부진으로 인한 매출감소에 따라 영업이익과 단기순이익 등 주요 경영지표 모두 덩달아 하락했으며, 이를 근거로 은행에서 여신 한도를 줄일 경우 자금여력 부족으로 구매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유통업체는 현금이 아니라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 등의 여신으로 회사를 운영하기 때문에 결국 대형업체를 제외한 대다수의 업체들은 도산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면서 “돼지고기 소비부진 현상 타개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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