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비자의 돼지고기 소비성향은 부위에 따라 선호도 차이가 매우 크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가 가장 좋아하는 돼지고기 부위는 삼겹살, 목살, 갈비 순인데, 이들 부위가 돼지 한 마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5%에 불과하다.
때문에 선호 부위에 대한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전지, 후지, 안심, 등심 등과 같은 비선호 부위는 돼지고기 생산량이 증가하면 할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 재고량이 증가하는 등 비선호 부위 적체 문제는 국내 양돈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선호 부위를 활용한 가공품을 개발하는 등 비선호 부위의 활용도를 높이는 여러 방안이 강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방안 중 하나로 ‘가내수공업형 식육전문점’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독일의 ‘메쯔거라이(Metzgerei)’다.
메쯔거라이는 소나 돼지 한 마리의 모든 부위를 활용, 다양한 제품들을 즉석에서 가공한 육가공품을 대고객 접점인 점포(정육점)에서 진열, 판매하는 업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선호 부위 판매 활성화를 위한 일환으로 2013년 10월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이 신설되면서 메쯔거라이 형태의 영업이 가능해 졌다.
이전까진 식육판매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는 축산물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고, 즉석제조판매가공업은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받도록 이원화돼 있었다. 따라서 식육판매업 신고와 즉석제조판매가공업 신고를 별도로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고, 특히 즉석제조판매가공업은 시설기준, 위생조건 등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돼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 등 규제 개선으로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정육점에서 햄, 소시지, 떡갈비, 돈가스 등 가공품을 즉석에서 가공,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식육판매업에서 식육즉석판매가공업으로 전환하는 매장들이 증가하기 시작해 식육즉석판매가공업소는 2014년 4818개에서 2015년 8323개, 2016년 1만331개, 2017년 1만1115개, 2018년 1만3089개에서 2019년 현재(3월)는 1만3251개로 늘었다.
최근에는 지역특산품인 쌀을 첨가한 쌀소시지, BBQ용 등심삼겹을 이용한 스테이크 등 자체개발 제품과 함께 한국형 육가공품 등을 제조, 판매하는 ‘한국형 메쯔거라이’가 개설(도드람양돈농협, 구미칠곡축협)되기도 했다.
이처럼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은 새로운 축산물 유통채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공익네트워크의 ‘식육즉석판매가공업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업소에서 정육과 함께 양념육이나 돈가스 내지는 떡갈비 정도를 단순 취급할 뿐 햄이나 소시지 등의 축산물 가공품을 제조, 판매하는 경우는 극히 소수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 식육즉석판매가공업소들에 대한 양질의 즉석육가공 기술 보급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엔 독일 등 선진국의 직업학교 과정(육가공 기술)을 교육하는 식육학교가 설립돼 있다.
이런 교육기관 등을 활용해 기술력이 뒷받침 된 ‘한국형 메쯔거라이’를 늘려간다면 육가공품의 소비촉진을 통한 축산물의 소비 다변화를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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