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기준 현실과 안맞아
뉴질랜드나 호주서 가능
시행 6개월…한 건 없어

지난 1월 본격 시행된 ‘유기양봉제품’ 인증제에 대해 대대적 손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실에 맞지 않은 과도한 기준 탓에 시행 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기양봉 인증을 신청한 농가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유기양봉제품’이란 꿀벌의 사육과정에서 유기합성농약 등 화학자재를 사용하지 않고 벌꿀 생산을 위한 밀원이 유기적으로 관리된 곳에서 생산한 꿀과 가공품을 말한다.
△유기농업 기본원칙 준수 △항생제 및 농약사용 금지 △벌통과 벌집은 천연재료만 사용 △벌통 위치 제한 △유기인증에 적합한 먹이 제공 등이 기준의 주요골자다.
과거 유기농 꿀 인증제도가 없을 당시 호주나 남미 등에서 수입되는 벌꿀과 가공품에 ‘유기’ 문구를 표시해 국내에 유통되는 등 수입 유기농벌꿀에 대한 사각지대가 발생함에 따라 ‘유기양봉제품’ 인증제도를 전면 시행케 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국내 친환경 양봉농가 육성 및 기존 양봉제품과의 차별화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에도 목적이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유기양봉 인증기준이 국내 현실에 맞지 않다는데 있다. 국내 양봉농가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로 양봉농가들은 벌통위치 제한을 지목했다.
유기 양봉장은 오염 및 오염우려가 있는 지역, 즉 관행농업지역과 축사 도심지, 골프장, 쓰레기 및 하수처리시설, 유전자 변형작물 재배지 등의 반경 3km 내에 벌통을 놓을 수 없는데, 이에 해당되지 않는 지역은 눈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유기적으로 생산된 꿀과 꽃가루가 상시적으로 공급돼야 하며 일시적으로 먹이가 부족한 경우 유기적으로 생산된 꿀이나 설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도 국내의 현실과 동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는 일 년 내내 꽃이 피는 국가와 달리 사계절인 까닭에 밀원이 부족하다는 것.
때문에 밀원이 없는 늦가을부터 초봄까지는 벌들을 ‘꿀과 화분’ 대신 ‘설탕물과 화분떡’으로 사양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기준을 맞추려면 유기농꿀과 화분을 사서 먹이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용래 양봉농협 조합장은 “유기양봉제품 인증제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반경 3km에 논밭과 축사가 없어야 한다는 조항은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다”면서 “밀원이 풍부하고 면적 대비 인구수가 적은 뉴질랜드나 호주 등의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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