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전국동시 조합장선거가 끝난 직후 일부에서는 4년 전 1회 선거 때보다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졌다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투표율 상승, 불법선거 감소, 조합원의 주인의식 향상 등이 의미 있는 성과라고 했다.
선거인 221만 977명 중 178만3840명이 참여해 투표율 80.7%로, 지난 1회 선거 평균 투표율 80.2%보다 0.5%p 높은 결과다. 농협이 82.7%로 가장 높았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까지 전국 각 선관위에 접수된 전체 사건 수는 612건이었다. 선관위는 이 가운데 151건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15건은 수사 의뢰했다. 나머지 446건에 대해서는 경고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1회 선거 당시 793건이 접수된 데 비해 22.3% 감소한 수치다. 수치상으로 보면 ‘깨끗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기부 행위 고발 건수가 1회 선거 때 107건에서 올해 125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금권선거 추방을 위해 신고 포상금을 기존 1억원에서 올해 3억원으로 올렸지만 큰 소득이 없었던 셈이다.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아직도 선거과정에서 금품수수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것과 관련 각종 문제에 대한 제도개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돈선거가 문제 핵심


문제 원인의 무게를 조합 운영상의 각종 비위행태와 무자격 조합원 등에 두고, 과도한 선거운동 방법 제한 완화와 조합원의 알 권리 확대 등을 골자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또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일선 농축협 조합의 경영비리와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농협중앙회와 연계, 조합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임직원 청렴교육 등 윤리교육도 강화한다.
이 같은 대책들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 조합 선거에서 자행되는 ‘불법’이, 무자격 조합원을 정리하면 해결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동시 선거 이전의 선거 때나 이후의 선거에서 가장 심각한 것이 바로 ‘돈’ 선거이기 때문이다. 3억 쓰면 떨어지고 4억 쓰면 붙는다는 ‘4당 3락’에서 ‘5당 4락’으로 액수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한 조합원은 “한 조합원당 이전에는 20만원에서 30만원이면 표를 얻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50만원까지 올랐다”면서 “어떤 품목조합 조합원은 100만원에도 콧방귀를 뀐다”고 개탄스러워했다.
돈을 뿌리는 이 같은 금권선거가 누구로부터 비롯됐는지를 따지는 일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조합장 후보자의 입장에서 보면 “조합원이 뭔가를 원한다”라고 하지만, 조합원의 입장에서 보면 “가만히 있는데 돈을 쥐어 주면서 ‘한 표’를 부탁 한다고 하는 데 쉽게 거부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선관위에서 고발하라고 하지만 그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고발자는 공명정대한 사람이 아니라 의리 없는 ‘밀고자’ 또는 상대방 후보자를 위한 것으로 매도당하기 십상이다. 그는 지역 사회에서 소위 ‘왕따’의 신세로 전락한다.
억대의 돈이 오고가는 실정에서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내가 돈을 썼으니 저쪽도 돈을 썼을 것이 분명하니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조합원을 위해서 지역 축산업의 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둥 각종 공약은 말 그대로 허울 좋은 문구에 불과할 뿐이다.
선거에서 떨어진 후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내가 돈을 썼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저쪽도 돈을 썼다고 고발하겠다는 낙선한 3선의 조합장이 있다. 그는 또 낙선 직후 조합원도 탈퇴했다.

 

협동조합이란 뭔가?


그런가 하면 낙선의 충격이 컸는지, 자신이 조합장으로 무자격 조합원 정리를 하지 못하고서, 제3자를 앞세워 조합을 상대로 선거무효 소송을 낸 4선의 조합장도 있다. 조합장 시절 동안 그들은 항상 조합원이 주인이고, 조합과 지역 축산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거품을 물었다.
그런 그들과 내미는 돈을 아무런 도덕의식 없이 받아드는 조합원에게 과연 협동조합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단돈 몇십만 원에 팔아버린 양심은, 저들이 저렇게 조합원을 무시하고 분탕질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무자격 조합원의 정리는 조합장 불법선거의 핵심이 될 수 없다. 일부 축협들이 위탁사육과 관련해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려고 하는 것은 선거에서 ‘내 표’를 만들려는 의도보다 협동조합 설립인가 기준을 맞추려는 뜻이 더 크다.
여기에 그동안 조합의 발전을 위해 수십 년 공헌을 한 고령화 조합원들을 구제하기 위해, 축협에서 이들로부터 투자받아 조합에서 가축을 길러주는 일종의 펀드다. 이러한 사업 자체가 선거판에 휘말리면서 무산됐다.
무자격 조합원들이 무더기로 정리됐고, 또 정리되고 있다. 일부 조합에서는 설립인가 기준을 맞출 수 없어 존폐위기다. 또 인원이 적어지니 다음 선거 때 조합원당 뿌리는 돈의 액수는 더 커질 것이다.
조합장은 조합원을 주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조합원은 자신이 주인이라고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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