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자금 적기 지원…조합원 선진화 초점”

축산공기업인 한국냉장서
영업부터 수입·수출 총망라
축산물 전체 흐름의 전문가
습득한 노하우 고향에 전수

수동적인 자세 경쟁력 없어
관리 위주의 경영서 벗어나
실속·현장형으로 조직 개편
새로운 사업 발굴·보급 추진

우량 송아지 3000마리 확보
저가 공급해 생산비용 절감
고학력 후계농 대물림 확산
지속 가능한 축산업 청신호

“농가 개인이 할 수 없는 일, 낙후된 기술과 부족한 자본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은 개인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조합원들에게 선진 기술을 제공하고, 다각적인 자금 지원으로 자생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협동조합이 해야 할 역할이며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강진완도축협의 김영래 조합장은 ‘협동조합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오히려 반문했다. 그 안에 그가 생각하는 협동조합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그동안 협동조합은 너무 관리 위주형으로 치우치면서 설립 취지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조합장은 조합장 선거에 나선 이유에 대해 한 마디로 ‘삶의 보람 찾기’로 설명한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지역에서 공부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혜택’이었다는 것이다.
직장인으로서, 축산물 유통업체를 경영했던 전문경영인으로서, 보고 배운 것 등을 지역의 후배들에게 되돌려주고 보다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다.
김영래 조합장은 “돈을 잘 버는 것은 자식들에게 약간의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지역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야말로 자식에게나 나에게나 지역에서나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삶의 보람”이라고 강조한다. 

 

김영래 조합장은 전남대를 졸업하고 잠시 서울의 한 구청직원으로 사회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축산공기업인 한국냉장(주)으로 전직, 영업에서부터 축산물 가공‧유통‧수입‧수출 등 축산물 전체의 흐름에 관여하거나 주도했다.
1993년 국내 최초의 브랜드 ‘한우 일번가’ 지점장으로 브랜드 유통에, 1997년 물류관리부장을 역임하면서 연간 388~4000억 규모의 축산물을 취급한 유통전문가다. 2000년대 초 직장을 나와 2009년부터 10년 동안 옥스팜 대표이사를 역임한 전문경영인이다.
김 조합장은 “협동조합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해 와서 축협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겸손해 하지만 주변의 사람들은 그의 과거 이력과 관련 강진완도축협이 향후 ‘판매축협’으로서의 변모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 현재 그는 구강축산 대표로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사실 어떤 조직을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거나 크게 성장시키는 것은, 그 조직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이가 아니라 외부에서 영입된 전혀 새로운 인물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특히 침체된 조직일수록 그렇다.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혁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때문에 혁신을 주저하게 되기 때문이다.
취임 몇 개월 후 김 조합장은 “협동조합은 새로운 일을 하기보다 정책자금을 맡아서 대출을 하고, 편안하게 사료공급을 해 수익을 내고, 소를 공판장과 생산자를 연결시키는 수동적인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틀을 깨지 않으면 협동조합의 미래는 없다고 아주 단언했다.
그는 “미국, 호주의 패커와 같은 역할을 협동조합이 하지 못하면 외국산 축산물을 수입하는 업자들과의 경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면서 “수도권에 유통망을 개설하고 고기를 가공해 직접 공급하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배합사료 공급뿐만 아니라 조사료, 풀, 왕겨 등 대체사료를 본격적으로 개발해 인근 조합과 농가에게도 공급할 계획이다. 이러한 것들을 좀더 세심하게 다듬어 향후 4년간의 ‘마스터 플랜’을 발표한다.
하지만 그 마스터 플랜은 김영래 조합장의 공약을 벗어나지 않고, 그 공약이 완성될 수 있도록 세밀한 보안이 첨가될 전망이다.
그가 가장 우선으로 두는 것이 ‘자유’와 ‘평등’과 ‘정의’다. 이것이 바로 조합 운영의 기본정신이라는 것이다. 지역적으로 차별을 두지 않고, 축종과 출자금액으로 홀대받는 조합원이 없어야 하며, 이런 분위기가 정착되면 조합이 비로소 성장가도에 올라서는 준비는 끝난 것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에 저렴하고 우수한 곡물과 건초 확보로 경쟁력 있는 생축기반이 조성되면 사료 공급의 다변화를 꾀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조합원과 양축농가의 생산비 절감이라는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김 조합장은 “TMR‧조사료 급여 등으로 사육한 소의 성적표를 분석해 보니 지육‧정육률이 높게 나왔다”면서 “앞으로의 트렌드는 TMR과 조사료”라고 밝혔다. 따라서 그는 조사료 가공시설은 기존의 조사료 유통센터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ICT에 맞도록 변화를 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한우 경쟁력이 없는 이유는 사료값이 미국과 호주보다 비싸고 송아지 가격 역시 비싸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우량 암소 3000마리를 사육해 조합원과 양축농가에게 저렴하게 공급해 생산비를 절감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 조합장은 “지금까지의 개량은 정액을 통한 수소 위주의 개량이었다”면서 “5대 이상 검증된 암소 개량을 통해 생산된 우량 송아지를 대량 확보함으로써 생산 원가와 유통 가격을 빼고 공급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사업과 관련 김영래 조합장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이 바로 축산단지 조성이다. 정부나 지자체는 축산업이 환경을 저해한다느니, 오염을 발생시킨다느니 규제위주의 정책만 남발할 것이 아니라 간척지 등에 축산 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규모가 크던 작던 농촌 어디에든 축사는 있다. 이러한 축사들을 한 곳에 모으면 악성가축질병의 방역은 물론 오폐수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또한 자동화, 선진 기술과 융복합체제도 가능하다.
축산의 부가가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농촌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영세농가의 보호와 협업 등이 가능해지면 삶의 질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이렇게 기반이 갖춰지면 조합은 조합원이 생산한 축산물을 제값 받고 팔 수 있도록 인터넷 판매 등을 통해 유통 단계를 축소하고, 수도권 등에 직판장을 개설하는 등 유통망을 확충하는 데 주력할 수 있다.
김 조합장은 “지금 농촌은 힘들고 어렵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확신했다. 그의 확신은 최근 지역 축산 후계농가들의 활발한 움직임에 기반을 둔다. 도시에서 공부하거나 직장 생활을 하다가 내려와 축산을 대물림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 UCLA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한우사업을 물려받고 연구하는 청년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열성적으로 가업을 물려받은 만 39세 이하의 젊은 후계자들이 강진과 완도 지역에서 48명이나 있다고 한다.
따라서 김영래 조합장은 이들이 축산업을 이어가며 지역 경제와 문화를 새롭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기회가 될 때마다 지역 국회의원이나 국세청을 대상으로 상속세 감면 등 제도적 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하고 건의하고 있다. 
“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다. 조합은 몇 천억대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조합장은 사업규모에 맞는 눈높이로 관리 운영해야 하며, 신사업을 발굴 육성해 주인인 조합원에게 수익을 되돌려줘야 한다. 조합원이 돈이 필요하면 돈을, 지식이 필요하면 지식을, 교육이 필요하면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선배 조합장들도 일선조합의 제구실 찾기에 발버둥쳤지만 이정표를 세우지 못했다. 확고한 이정표를 세워 조합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이 시대에 축협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김영래 조합장이 4년 후의 조합을 꿈꾸며 마지막으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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