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축산 역량 집중할 것”

가축분뇨 무단방류 교훈
냄새 민원·분뇨처리 해결
도민 신뢰회복 기반 마련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

‘전략대응 전담팀’ 만들어
대조합원 요구 신속 응답
분뇨 농업 용수로 재활용
의원·행정·기관 협력 강화

 

2017년 여름 제주에서 가축분뇨 수만 톤을 무단 방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부 돼지농장이 지하수의 원천인 숨골에 분뇨를 버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주도민 사회의 공분을 샀다. 법원은 문제의 농장 대표들을 무더기로 구속시켰고, 도청은 초고강도 환경 규제와 단속을 통해 도내 돼지농장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제주에서는 정직하게 농장을 운영하는 한돈농가들까지 지탄의 대상이 됐다. 
벼랑 끝에 있는 제주 한돈농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50대 초반의 젊은 고권진 동화축산 대표(대한한돈협회 부회장)를 등판시켰다. 남다른 돌파력과 함께 친화력까지 갖춘 고권진 대표가 현안 해결의 적격자라는 뜻이 모여, 지난 3월 13일 실시한 제 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제주양돈농협 조합장에 당선됐다.
고권진 조합장은 “현안 해결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면승부 하겠다. 현장에서 함께 고민하겠다”며 “제주 한돈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해 제 2의 전성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권진 조합장은 우선 해결 과제로 제주도민의 신뢰회복을 꼽았다. “냄새민원, 분뇨처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신뢰회복의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며 “모든 역량을 집중 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또 “신뢰회복 과정에서 위축되어 있는 한돈농가들의 마음도 보듬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권진 조합장은 먼저 조합원의 각종 애로사항을 해결할 전략대응전담팀을 만들었다. 조합장 직속의 이 팀은 조합원의 필요에 신속하게 응답하고 조합의 모든 인프라를 동원해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는 직원 3명으로 구성하여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전략대응전담팀은 가축분뇨, 냄새저감 외에도 가축질병, 축산물 브랜드 사업 활성화 등 지속 가능한 한돈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도 제시한다. 효과적인 농장 냄새저감 시스템들을 찾아내 조합원 농장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작업도 수행할 계획이다.
제주양돈농협은 최근 청정배합사료공장 내에 ‘냄새저감 사료첨가용 미생물제 생산시설’을 준공했다. 여기서 생산한 미생물제를 사료제품(톤당 5kg)에 첨가해 3개월 후 냄새 저감 및 생산성 향상 효과를 점검할 계획이다. 고권진 조합장은 “엉킨 실타래를 풀 듯 하나하나 냄새저감 기반을 마련해 가고 있다”며 “냄새저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로 도민과 조합원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제주양돈농협이 되겠다”고 말했다.
가축분뇨의 고도화 처리를 통해 농업용수로 재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가축분뇨를 농업용수 수준까지 정화해 골프장에 보급하는 방안이다. 전체 수자원 용량의 89.7%를 지하수로 이용하는 제주지역의 특성상, 가축분뇨를 농업용수로 만들어 골프장에 제공하면 물 부족 현상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도청에 따르면 제주도 내 상주인구는 2013년 60만 5000명에서 2017년 67만 9000명으로 5년 동안 12%, 관광객은 2013년 1085만 1000명에서 2017년 1475만 3000명으로 40% 증가하며 지하수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제주는 지하수 사용량이 많은 골프장과 호텔 등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빗물을 모았다가 화장실 등에서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가축분뇨로 만든 농업용수를 제주 내 29개 골프장에서 사용할 경우 지하수 사용량이 크게 줄면서 도민들에게 유익을 주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활동이 상생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가축분뇨를 정화해 농업용수로 신속하게 내보낼 경우 자원화시설의 저장탱크에 여유가 생기면서 조합원의 가축분뇨 처리 용량도 늘릴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또 “올 12월이면 가축분뇨공동자원화공장의 처리시설 증설로 처리량이 기존 100톤에서 300톤으로 200톤 늘어난다”며 “분뇨처리, 냄새저감을 위한 다각도의 유효한 사업을 통해 도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이라고 전했다. 
고권진 조합장은 현안 해결을 위한 소통도 강조한다. 가축분뇨 처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반시설 확대가 최우선 과제이지만, 농가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행정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회의원, 도의원, 도지사, 부지사, 축산 및 환경 관련 부서와 한돈산업 발전과 현안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만 강화한다면 한돈농가는 갈 곳이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 “기존의 규제를 없앨 수는 없는 상황에서, 더 강한 규제가 더해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농가들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행정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축산물종합처리장(LPC)의 경영체계 혁신과 최고의 가동률로 흑자전환을 앞당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또 “육가공공장, 테마공원 조성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 하겠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이를 위해 제주도니몰, 모바일용 어플 개발, 홈페이지 새단장 등 온라인 접근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가축분뇨처리, 냄새저감, 생산성 향상, 돼지고기 유통 활성화 등 조합원의 수익과 권익 증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쳐 나갈 것”을 약속했다.
고권진 조합장은 지난 4월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제주에서는 102번째, 전국으로는 2086번째 회원 등록이다. 사랑의 열매와는 2007년 인연을 맺은 후 성금과 물품을 지속적으로 기탁하고 있고, 2015년부터는 착한농장 캠페인에 동참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국제로타리 3662지구, 법사랑 제주지역연합회 등 봉사활동 및 의료지원 활동, 자연정화 활동 등 다방면에서 어려운 이웃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6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대학생 때는 막일을 해 생활비를 보탰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봉사단체에 가입해 활동 중이다. 부채가 없는 건 아니지만 진정한 나눔은 없는 중에 함께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권진 조합장은 “조합은 조합원을 위해 생겨났다. 조합은 모든 인프라를 동원해 조합원의 수익이 늘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복지라 생각한다”며 “조합원 농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비를 낮추는데 비중을 둘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도민들의 사랑으로 제주 한돈산업은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며 “도민사회의 신뢰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조합원, 행정, 도민들과 소통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정희 기자 penergy@chukky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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