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어디에서 80세 노인이 기르던 대형견에게 물려 중태”, “경기도 어디에선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던 주민이 갑자기 달려든 중형견에게 물려 인대가 끊어져”
저녁을 먹다 TV에서 이런 뉴스들이 나오면 “아이 참”하고 한숨이 절로 나온다. 기르는 개, 초코와 어리랑 함께 산책하는 동안 들어야 할 핀잔이 먼저 생각나기 때문이다.
초코는 아주 어릴 때 어미가 버린 유기견으로 약 12킬로그램의 중형견이고, 어리는 그 초코가 낳은 25킬로그램이나 나가는 대형견이다. 생김새가 시커멓게 생겨 아직도 불을 끄면 보이질 않아 자주 밟곤 한다.
개에게 물렸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산책길이 살얼음판이다. 여지없이 한 번쯤은 “왜 입마개를 하지 않느냐”부터 “사람이 예의가 없다”는 지청구까지 듣는다.
한 번은 한 아주머니가 “죄송하다”는 사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따지고 들어, “아주머니도 무섭게 생겼으니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할 것 아니냐”고 한 마디 했다가 큰 싸움으로 번질 뻔한 일도 있었다.
반려인구가 1000만명이 넘어섰지만, 변을 그대로 두고 가거나, “물지 않는다”며 끈을 매지 않고 막무가내로 다니는 몰염치한 행위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함으로써 오히려 반감을 일으킨다.

 

그건 나의 사정 일뿐


이런 사람들에겐 초코와 어리가 잠자리에 같이 들어 내 팔을 베고 잘 정도로 순하다거나,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할 로트 와일러,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등 맹견류 8종과 그 외 믹스견이 아니라고 우긴들 가당키나 한 말인가.
개도 생물이라 입마개를 하면 숨을 가쁘게 쉬고, 갑갑해서 견딜 수 없어한다고, 그리고 입마개를 몇 번을 시도했지만 그 때마다 망가뜨리기 일쑤였다고 설명해도 그건 나의 변명일 뿐이다. 
아니면 초코가 그렇듯 그 새끼인 어리도 입양갔다가 근수가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개장수에게 판다는 소릴 듣자마자 충남 당진으로 달려가 데려온 사정을, 온지 한 달도 안돼 열린 문틈 사이로 나갔다가 8일 만에 돌아온 사정을 이야기해 본들 그건 그저 나의 사연일 뿐이다. 그저 나를 포함한 반려인들 스스로가 조심 또 조심할 수밖에.
일 주일에 3번 이상, 1시간 반의 산책길은 그래서 항상 조마조마하다. 누가 뭐라 하면 먼저 죄송하다고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만 억울하고 화가 날 때가 많다. “애네들이 뭐라고 했다고…당신들에게 달려가길 했나? 당신들을 보고 짖기를 했나?”
이런 감정들에 쌓여 있다 보니 요즘 축산농가들의 마음도 얼핏 이해가 간다. 누구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 돈사를 지을 때부터 나무를 심고, 꽃밭을 가꿔 그곳이 축사인지 정원인지 구분이 안 가게 꾸며놓고, 또 누구는 분뇨를 아무렇게 처리해 공분을 산다.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오고 있는지 많은 교훈이 있다. 2017년 제주도민의 식수 원천이던 ‘숨골’에 20여 년 동안 가축분뇨를 버린 일부 양돈농가로 인해, 제주도는 전체 양돈장의 절반이 넘는 곳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지난달엔 팔당호 상수원 유입지역에서 가축분뇨를 무단 배출한 축산농가들이 또 적발됐다. 여주시의 한 양돈농가는 지난해 가축분뇨를 물을 섞어 배출하다가 적발돼 집행유예를 받고도 또 되풀이했고, 한우농가는 가축분뇨 위탁처리비용을 아끼려고 인근 임야에 구덩이를 파고 분뇨를 매립해 비가 올 때 팔당상수원으로 흘러들어가게 했다.

 

한순간에 원 상태로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일반 시민들은 분노한다. 그러나 일부 축산농가나 업자들의 되풀이되는 행태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라고 여겨지는 모양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전국의 지자체들이 축산을 오염산업으로 보고, 축산업이면 축종을 불문하고 모두 나가라고, 등 떠미는 것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농협은 물론 생산자단체들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축산업’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자정운동’의 한 형태로 축사 내에 환경을 정화하고, 축사 벽에 그림을 그리고, 하천을 청소하는 등 어떻게든 주민들에게 피해를 안 주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응어리진 마음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여기에 한 번씩 터지는 이런 몰지각함은 그렇게 쌓아올리는 탑을 순식간에 원상태로 되돌린다. 아니 원상태가 아니라 더 더욱 가증스러움으로 비춰진다.
“니들이 뭐? 농업 생산액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니 그 만큼의 대우를 해달라고? 그렇게 돈을 벌면서 억울하다고? 내가 맡는 악취는 누가 보상해 줄 껀데? 내가 마신 오염된 물로 인해 생긴 병은 누가 책임질 껀데?”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적법화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는 호소도 호소로 들리지 않는다. 일부 지역에선 9월 27일까지 적법화 행정처분 유예기간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으로 무허가 축사 단속에 들어갔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축산농가가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누구는 살려보자며 궂은 일도 마다 하지 않는데, 누군가에게는 그저 남의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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