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농가 소득이 14년 만에 4000만원을 넘어 선다’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전망치가 나왔다. 농민의 입장에서는 듣기에 좋은 말이다.
하지만 증가율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농업소득과 이전소득은 작년에 비해 각각 1.9%, 1.3% 감소한다. 그럼 왜 소득이 증가한다는 걸까? 농외소득이 4.4% 증가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농사를 짓는 일로 벌어들이는 소득은 줄어드는데 농사 이외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전체 소득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농외소득은 농가 소득 중 농업소득과 겸업 소득을 제외한 나머지 소득을 말한다.
농민이 본업인 농사를 짓고 거기서 얻은 수익보다 그 외의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인데, 이는 본말이 전도되어 가고 있음을 뜻한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부르짖고 있는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의 본래 의미도, 농민이 앞으로는 본업인 농업으로 먹고 살기에 힘드니 그 외의 소득을 늘려 5000만원의 소득을 달성한다는 뜻이다.
농민이 농업에서 얻는 수입이 갈수록 줄어들고, 그 외의 소득으로 생활을 유지한다면 과연 농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갈수록 소득이 줄어, 기타 부업을 해 생활을 유지하다가 소득 구조가 역전되면 그는 자영업자인가? 아니면 노동잔가? 자못 궁금해진다.

 

본업으로 살아가야

 

김병원 회장의 이념이 바로 서야 협동조합맨으로서 비로소 제 역할을 한다는 ‘협동조합 이념교육’이나 ‘5000만원 소득 시대’는 협동조합 내 잠시 감동을 주기는 했으나 실질적으로 농민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었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전남의 저 끝에서 조합원 소득을 위해 뛰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한 사람을 만나 보면 ‘협동조합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이해하기가 쉽다.
그는 이번 동시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됐다. 조합원들이 등록 마감일 조합장을 데리고 잠시 타 지역으로 쉬러 갔다고 한다. 조합원들에게 그는 ‘우리’ 조합장으로 통한다. 무엇 때문에 조합원들로부터 떠받들어질 수 있었을까?
2015년 1회 동시선거에 초선 조합장으로 당선된 그는 “목무신 지역으로 와 축산업을 하면 누구든 부농의 꿈을 꿀 수 있게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누가 들어도 허무맹랑할만한 자신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 조합 내 누구도 그가 하는 말을 허투루 듣지 않는다. 왜냐, 그가 공약한 것들을 거의 다 실천했기 때문이다. 초선 조합장으로선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척척 해냈다.
그 첫 번째 사업이 ‘한우 돌보미 사업’이었다. 때마침 농식품부와 농협이 ‘젊은이가 돌아오는 희망찬 축산업’을 표방할 때였다. 그는 조합 내 원로조합원들의 신분 보장만 고려한 것이 아니었다. 고령화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인위적으로는 안돼


이 사업은 조합 사업의 성장에도 큰 역할을 했다. 사료 판매가 크게 증가했고, 100만 평의 유휴지에서 버려지는 잡풀을 ‘다산 사료’라는 브랜드로 특허를 내 축산농가들의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게 했다.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부르짖던 ‘젊은이가 돌아오는 희망찬 축산업’이 흐지부지됐지만 목무신 축협의 한우 돌보미 사업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조합마다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조합장 선거와 민감하게 연관되면서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무자격 조합원이므로 ‘정리’하라고 통보했다.
그는 신안군과 연계해 올해에도 특별한 사업을 한다. 군 유휴지에 친환경 축산과 태양광 설치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장갑, 파리약, 여름철에는 가축 식욕을 돋우는 소화제, 영양제, 김장철에는 소금 두 포씩 조합원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소모품을 무상 지원한다. 정말 편안하게 본업에 충실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가 바로 문만식 조합장이다. 그는 빈농의 3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나 남들은 부러움 없이 학교를 다닐 때, 14세의 나이에 생존을 위해 도시로 떠나는 부모와 함께 고향을 떠났다. 귀농 후 현재 논 2만5000평, 밭 2만평, 한우 1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그는 늘 ‘창의적’ 사고를 강조한다. 남들 뒤를 아무리 따라가 봐야 2등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꿈은 행동하지 않으면 허망하지만 행동할 때 비로소 이룰 수 있다고 항상 마음에 새긴다고 한다. 
그에게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고품질의 축산물을 생산하는 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그리고 생활하는 데 일체의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고, 거창하게 역할을 부르짖을 필요 없이 세심한 배려와 실천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각종 자재 값을 인위적으로 깎아서 생산비를 절감해 주는 것이 아니라,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구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인하한 가격은 원자재 값이 오르면 인하한 이상으로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인위적으로 올린 5000만원의 소득은 그 다음에는 다시 내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