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회관의 세종시 이관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면서 일부 축산단체장들의 ‘남의 탓’이라는 책임 전가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국사료협회와 축산관련단체들은 ‘국내 축산업의 지속적인 성장‧발전과 축산업의 제2도약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2015년 11월 27일 MOU를 체결했다.
사료협회가 회원사에서 ‘축산업 상생기금 100억원’을 모금한 후 지정 기부키로 했지만, 1차 25억원만 입금하고 나머지가 입금되지 않은 것에서 생산자 단체 ‘남의 탓’이 비롯됐다.
축산관련단체들은 3년 동안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사료협회에 질의한 것 이외에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협약을 주도했던 단체장도 바뀌었다. 그리고 이제는 “왜 나눔축산운동본부가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았느냐”고, 심지어 “배임”이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던진다.
이 상생기금과 전혀 상관이 없던 나눔축산운동본부의 입장에서 보면 이처럼 황당한 일도 없다. 사실을 따지자면 일부 축산관련단체가 생산자단체의 명예를 팔면서 얻어낸 ‘100억원의 약속’이다.
그리고 세제상의 문제로 중간에 나눔축산운동본부를 끼워 넣었다. 명백한 세금 포탈 목적이다. 아직 그 어떤 행위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그에 따른 처벌은 있을 수 없지만, 이 과정을 지켜보면 일부 생산자단체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5억원이 통장에 입금된 나눔축산운동본부 측은 말 그대로 ‘황망’이다.  마음이 몹시 급하여 당황하고 허둥지둥했다는 말이다. 축산업을 위한 상생기금이라는 명분 때문에 명의를 빌려준 것뿐이지 나눔축산운동본부가 요구한 것도 아니기에 그랬다.
기부단체에 대한 법규는 갈수록 강하다. 재벌‧대기업들이 사회공헌단체를 만들어 세금을 포탈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에 그렇다.

 

책임 전가 할일 아냐


때문에 나눔축산 측에서는 입금된 돈의 사용과 관련 변호사에게 법적 근거 등을 자문했고, 그 자문 내용을 축산관련단체에게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책임 전가일 뿐이다.
축산회관 토지분에 대한 계약보증금 1‧2차를 납부하고, 3회 차를 납부하게 되면 사료협회로부터 입금된 25억원은 물론 농협사료에서 기부 받은 3억원을 포함, 잔액이 달랑 43만7560만 남는다. 4‧5회 차 할부금은 총 15억 4800만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할부금을 정해진 날 납부하지 못하면 하루 25만4460원의 지연 손해금을 내야 한다. 이미 2회분을 제때 내지 못하고 14일을 연체함으로써 356만2440원을 물었다. 이런 상황에도 나눔축산 측이 축산관련단체장들에게 설명을 하지 않았을까?

 

할일이 뭔지 고민을


설명을 듣고도 별 관심이 없었던 데다 축산회관을 옮겨야 한다는 절박함조차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왜냐하면 상생기금이 ‘공돈’이었기 때문이다.
축산관련단체라는 명예를 판 것에 대한 부끄러움보다 그것으로 손에 쥘 돈에 더 욕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러고도 축산농가를 위하고 축산 정책이 잘못됐다고 떳떳하게 주장할 수 있을까?
나눔축산운동본부의 이사인 최윤재 서울대 교수를 대다수 이사들은 “왜 나눔축산이 상생기금으로 고생하느냐”면서 “빨리 정리하자”고 이사회 때마다 주장했다.
나눔축산운동본부의 입장은 난감하다. 만일 축산회관 건립이 불가해질 경우, 불이행에 대한 손실금은 물론 복구 비용까지 물어야 하며, 그렇게 하고 돌려받은 상생기금도 사료협회에 다시 돌려줄 수도 없다.
당초 증여세를 면제 받았고, 사료협회는 법인세 감면의 혜택을 받은 데다, 돌려주게 될 경우 각각 8억4000만원의 증여세를 물어야 하고, 나눔축산운동본부는 공중 분해될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지정기부단체가 1000만원 이상을 추징당할 경우, 상증법 제48조 제2항과 제3항, 법인세시행령 등에 따라 취소되어 법인이 소멸된다.
나눔축산운동본부는 농협도 축산관련단체 그 어디의 소속도 아니다. 순수한 기부단체이며, 축산업의 부정적 인식 확산을 조금이마나 줄여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미래를 지향하는 단체다. 단지 범축산업의 동참이라는 명분으로 상임공동대표가 농협 축산경제대표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이 맡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9월 나눔축산운동본부 이사회에서는 상생기금 25억원의 문제를 빨리 매듭짓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하루라도 빨리 포기하는 것이 그나마 이익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때 당시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당초 사료협회가 약속했던 100억원을 못 받으면 바보라고 했다.
그리고 바보처럼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에서 물러났다. 새로 협의회장에 추대된 김홍길 한우협회장은 사료업체들의 담합에 대해 탄원서를 제출하자는 축산관련단체장의 요청을 단호히 거부한 단체장이다.
생산자단체가 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성명서에 단체명을 빼달라고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김홍길 협의회장은 지난해 “농협중앙회장은 물론 협동조합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며 농협 적폐를 들고 나서기도 했다. 때문에 거는 기대도 크다.
몇 년에 걸친 상생기금과 관련된 일련의 사례는 생산자단체가 본래의 뜻을 저버리면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를 잘 보여주는 교훈이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