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Ⅲ
소비자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Ⅲ
  • 권민 기자
  • 승인 2019.03.29 1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입 제품이 월등히 뛰어나고 저렴하길 바라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소매업체들 중 요식업계의 거물인 맥도널드, 버거킹, 웬디스 뿐만 아니라 월마트, 프랑스에 본사를 둔 까르푸, 영국의 테스코 등 대형 회사들은 공급망 주도권을 식품 생산자가 아닌 식품 판매자가 차지하는 식으로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해 왔다.
「식량의 종말」의 저자 폴 로버츠는 이를 ‘소매혁명’이라고 표현했다. 이 혁명으로 더욱 편리하고 다양하며 저렴한 식품 생산으로 이어져 대다수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했다.
오늘날 국내 대형소매 매장에는 계절과 관계없이 전 세계에서 생산된 신선한 농산물과 육류 등이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진열되어 있다.
과거 제조업체와 가공업체가 편리함, 만족감, 기타 부가가치에 대해 프리미엄 가격을 청구해 이윤을 얻었다면, 이제는 거대 다국적 식품가공업체들과 대형 소매업체들이 더욱 신선하고 1년 내내 이용 가능한 제품을 내놓거나 단순히 양을 늘리는 방식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이윤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을 줄였다.      

 

‘소매혁명’ 이후는?

 

소비자들이 값싸고 좋은 식제품을 원하는 동안,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식품가공유통체계에는 어떤 변화들이 필연적으로 일어나는가?
소비자와 최접점에 있는 국내외 대형소매기업들은 거대 자본과 조직망을 활용해 최대한 비용을 절약하려고 한다. 물류 혁명을 일으킨 미국의 월마트는 효율적인 재고관리로 가격을 인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것과 많이 다르다.
국내 대형 소매업체들이 모범사례로 꼽고 있는 월마트는 ‘모든 상품을 매일 싸게(Every Day Low Price, EDLP)’라는 슬로건으로 비용우위 전략을 추진하면서 관련 업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여타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톱의 위치를 차지했다.
월마트는 EDLP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다시 말해 소비자들의 이중적인 욕구를 일관되게 충족시키기 위해 광고비를 줄이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또 종업원들의 충성심을 높일 수 있는 인사관리정책을 통해 인건비와 제품 도난으로 인한 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었고, 효율적인 통합 물류시스템은 재고 비용과 구매단가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미워하는 마음 앞서

 

과연 그럴까? 이 대목에서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이면서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해온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웨이트리스, 청소부, 월마트 판매원 등으로 직접 일하면서 체험하고 쓴 「노동의 배신」 속의 월마트 부분을 인용해 보자.
「노동의 배신」의 원제는 ‘Nikel and Dimed’다. 이는 ‘야금야금 빼앗기다, 근근히 살아가다’라는 뜻이다. ‘워킹 푸어’ 계층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신의 권리를 야금야금 빼앗기거나 근근히 살아간다는 작가의 체험이 담겨 있다.
그는 월마트에 입사하자마자 ‘모든 사람을 존중하라, 고객에게 봉사하라, 최상을 지향하라’는 슬로건을 끊임없이 되뇌여야 한다고 했다. 모든 사람에 대한 존중을 실천하는 주인공은 바로 우리 ‘동료’들이므로, 월마트는 거대하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미미하지만 모든 건 우리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항상 동료를 의심하고 정직하게 동료의 작은 부당행위라도 신고해야 하며, ‘시간 절도’는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주입시킨다. 시간 절도란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에 일 외의 다른 짓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에런라이크는 ‘우리의 시간’을 회사가 도둑질하는 것에는 아무런 이유도 대지 않는다고 한다. 즉 화장실을 제때 갈 수가 없고, 휴식 시간 앞뒤로 몇 분씩 시간을 훔치지 못하도록 항상 시간체크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간이 되풀이 되면 어떤 상태가 될까? 그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이유로도 고객을 미워하기 시작한다고 했다. 근무 시간 내내 뛰어다니고, 고객들이 마구 흩뜨린 옷가지를 정리하느라 쉬지도 못한 상황에서 발바닥은 아프고, 종아리는 부어오른다.  
이런 상태로 근무를 계속할수록 고객들을 이해하려는 마음보다 미워하는 마음이 더 앞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시간당 급여는 그 일만으로는 생활하기 턱없이 부족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값싸고 좋은 것을 제공하기 위해서 업체들은 제일 먼저 적정한 임금보다 그 이하의 임금체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이것이 소비자 이기주의로부터 파생된 역효과다.
바버라 에런라이크도 장 지글러와 마찬가지고 죄책감도 모자란 ‘우리가 느껴야 마땅한 수치심’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정당한 임금을 못 받으며 수고한 덕분에 우리가 편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 여자가 배를 곯는 덕에 당신이 더 싸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다면 그녀는 당신을 위해 지대한 희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기운과 건강과 생명의 일부를 당신에게 선물로 준 것이기에 그렇다. 그들의 턱없이 모자란 대가를 모르면 언젠가는 엄청난 분노와 파업과 혼란이 올 것이라고 충고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