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고 좋은’이란 서로 상반된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모순된 심리를 충족시키고, 끊임없이 신상품을 쏟아내며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대기업 식품회사들은 미심쩍은 행동을 한다.
미심쩍은 행동이란 먹기에 부적합하고 때로는 독성분이 담긴 물질이다. 유럽‧미국에서 한국에서 그리고 지금은 중국에서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불량식품을 의미한다.
보기에 좋게 하기 위해 밀가루를 백연으로 부풀리거나, 납으로 사탕 색을 밝게 한다든지, 콩나물이나 채소 그리고 과일을 신선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약품 처리하는 것들을 말한다. 이것들은 차츰 각국의 법률 개혁으로 사라지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도 식품회사들은 계속 식품에 허용 가능 범주를 늘리려고 한다.
저비용 대량생산을 모토로 하고 있는 현대 식품산업의 특징을 날카롭게 지적한 폴 로버츠는 「식량의 종말」에서 값싼 식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대기업 식품가공업체들이 그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키는지 대형 식품업계에 납품하는 한 프랑스의 정육업체 사장의 말을 빌려 아주 간단한 예로 설명한다.
“모형 틀에 찍어낸 것에 압력을 가하면 나뉘어 있던 고기 조각들이 한 덩어리로 뭉치고, 얇게 단면을 썰어 내면 진짜 햄처럼 보이지요. 뼈가 없는 데다 현재 대형 식료품 체인점을 자주 찾는 프랑스 소비자들이 신경 쓰는 지방이나 결합조직, 색상 편차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소비자들이 찾는 것은 연한 분홍빛이 감도는 균질한 햄입니다. 바로 이게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진짜 돼지 다리 근육은 색이 얼룩덜룩하고 지방이 붙은 경우도 있는데, 그런 부위는 소비자들이 찾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매상들도 마찬가지여서 우리 공장은 햄을 이렇게 균질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전통 돼지고기의 마지막 보루인 프랑스에서 소비자들이 진품의 겉모습을 꺼린다는 상황을 그는 ‘아이러니’하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육류 가공업에서 십수 년 간 몸담으며 전문가가 된 그 사람에게 이러한 상황은 결코 비껴갈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폴 로버츠에게 이 같은 변화는, 육류업계의 다른 모든 변화를 떠올린다면 아주 사소한 근심거리에 불과하다고 결론지었다.
값싼 식품의 출현은 대형 식품가공업계로부터 시작되었는지 아니면 소비자들의 욕구가 먼저였는지 구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값이 싸면서 품질이 좋은 것에 대한 욕구는 분명 소비자 쪽에서 시작됐다.
때문에 대형 식품가공업계는 시장에서의 피 튀기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도입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단지 그 내막을 소비자들만 모를 뿐이다.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강하면 강할수록 어떤 일들이 파생되는지,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대한 인식은 소비자에겐 불필요하다. 왜냐하면 원하는 것이 상호 반대적이기에 그렇다.
올 1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8년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가 통계 공표 이후, 처음으로 800만 세대를 돌파했다. 평균 연령도 처음으로 42세를 넘어서는 등 1인 가구의 가속화와 더불어 노령화 시대 진입도 뚜렷해졌다. 
이에 발맞춰 소비자들의 식제품 구입 패턴도 가정식에서 간편식, 가정간편식(HMR) 등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때문에 최적 가격을 지향하는 현대 식품 경제에서 간편 식품 판매는 이윤을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하지만 식품회사가 우리가 먹는 음식을 사전 조리하고 요리하는 일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식품 제조에 적합하도록 원료들을 변형해야 했는데, 때로는 변형이 지나쳤고 그 결과물은 늘 소비자를 배려하지 않았다.
가공과 포장에 드는 엄청난 재료비를 만회할 만큼 간편 식품을 판매하기 위해 점차 공세적인 홍보전략(예를 들면 학교에서 정크푸드를 홍보하거나 제3세계 엄마들에게 유아용 조제분유를 파는 것)에 매달리거나, 갈수록 음식 준비 능력이 떨어지는 소비자들 틈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했다.

 

원하기만 하면 될까?

 

예나 지금이나 소비자의 알 권리가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식품업체의 관행들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안전과 위생에 초점을 두면 제품도 뭔가 달라지겠거니 생각하지만 그건 또 다른 상술에 놀아나는 꼴이다.
소비자들은 손수 해 먹는 음식에서 멀어질수록 식품의 안전, 품질, 맛을 확신할 수 없다. 폴 로버츠는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포는 대형 식품가공업체들에게는 또 다른 ‘호기’라고 한다.
그는 네슬레의 예를 들었다. 네슬레는 소비자들이 유명 브랜드에 친숙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공포심 때문에 식품 손상을 막고 상온에서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포장 기법 등 현대의 정교한 가공 기술에 더 호의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온갖 정교한 상품과 전술이 넘쳐흘러도, 수많은 신상품이 노리는 소비자들의 욕망은 초기 상품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편리함’이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요구하기만 하면 업체들은 그것에 맞는 것들을 생산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확신이다. 그러나 그 생각은 착각이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