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 기틀 마련 못하면 존재 가치 상실”

 

국내산 돼지고기 원료육, 무방부제, 무전분 등 3무(無)를 표방하면서 대한민국 육가공산업의 역사를 새로 썼던 농협목우촌의 영화는 말 그대로 ‘옛말’이 됐다. 식육 부문에서 돼지고기 냉장육 유통이라는 고급 브랜드 ‘프로포크’를 비롯, ‘주부 9단’ 등 다양한 제품 출시로 햄·소시지의 고품격 시대를 활짝 열었다.
그러한 농협목우촌이 농축협 통폐합 이후 근간이 흔들리면서 발 빠르게 변신한 일반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하면서 십수 년 간 지금의 자리 지키기에도 힘겨운 세월을 보냈다.
취임 50여일을 맞은 곽민섭 농협목우촌 대표이사가 ‘혁신’을 내세운 것도,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내고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지 못하면 목우촌의 존재가 가치를 상실하고, 그 결과로 선진축산을 내걸고 일으킨 선배들의 노력마저 헛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곽민섭 대표이사는 현재 목우촌의 상황을 ‘거센 강물을 건너고 있는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뚜렷한 목표의식과 의지 없이 우왕좌왕한다면 거센 강물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때문에 그의 ‘혁신’은 일반적인 내핍경영과 사업 축소 등으로 누적된 적자를 털어내는 소극적인 경영이 아니라, 사업을 확장하고 사업을 통해 위축된 직원들과 긴밀한 팀웍을 이뤄내자는 것이 요체다.
곽 대표이사는 중앙회 상무에서 목우촌 대표이사 발령을 받자마자 지난 2년 동안 목우촌과 관련된 사업 계획, 결과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취임 이후에도 현장과 비교 분석하면서 어디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 지를 파악하기에 분주했다고 말했다.
그는 농협목우촌이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침체된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일이고, 대표이사가 현장에 맞게 자율적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독립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의 사기진작은 위에서 누가 하라고 지시하기 이전에 위에서부터 솔선수범하고, 작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면서, 그동안 ‘적자사업장’에서 직원들이 ‘해도 안된다’는 부정적 마인드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뀔 수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취임하자마자 설 선물세트 판매라는 목표가 설정됐고, 김태환 축산경제대표를 비롯 농협 내외부의 적극적인 도움을 이끌어내면서 그동안의 판매실적을 뛰어넘는 32만 세트를 판매하는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채웠다. 
곽 대표이사는 농협목우촌이 닭‧돼지 등의 가격 등락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현재의 경영으로는 결코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없다고 보고 계열화사업 확대로 원료육의 안정적 조달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곽민섭 대표이사가 밝히는 올 식육, 육가공, 외식 등 중점사업이다. 

 

♣ 식육사업
식육사업의 문제점은 시세 변동에 따른 손익리스크가 상존하고 짧은 유통기간으로 판매리스크가 높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계열사업을 확대해 안정적 조달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축산농가 소득증대에 기여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닭의 경우, 원종계회사 지분 투자가 완료됨으로써 2020년까지 병아리 80% 수준의 자체조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돼지의 경우, 종축농장 인수 또는 지분 투자를 통해 자돈생산 시스템 구축과 수직 조달 확대를 추진, 원료돈 생산성을 향상할 계획이다. 또 물량중심 판매를 확대함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이다.

 

♣ 육가공 사업
경쟁사 대비 유통망이 부족하고, 높은 생산원가로 영업 경쟁력이 열세인 데다, 개발 역량과 신유통채널 대응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신규거래처 확보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생산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트렌드 제품 출시는 물론 유통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대량‧고효율 제품을 자체 생산하고, 소량‧다품종 제품은 OEM 생산하는 등 생산비를 절감하고,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최근 론칭한 목우촌 프리미엄 육가공 통합브랜드인 ‘프라임(PRIME)’을 정점으로 시장트렌드형 간편‧편의식, 고령인구 맞춤형 상품, 프리미엄 육가공품을 개발해 나간다.
또한 조합과 상생 협력을 통한 유가공 제품군을 확대하고, 펫사료 및 수제 간식 등 펫 관련 신제품도 잇따라 출시할 예정이다. 다이소 등 신유통망 활용, 홈쇼핑, 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 채널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 외식 사업
외식 경쟁력 악화로 가맹점수 역조, 가맹점당 매출액‧판매물량 감소, 외식사업의 전문성과 노하우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전국 배송 가능규모 가맹점수를 확보한다.
또 기존의 배달형에서 홀형 비중을 높인 ‘치킨 외식레스토랑’과 같은 컨셉 변경과 가맹점 손익개선 지원, 외식사업 부문의 독립성 강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전문인력 영입과 육성을 통해 책임과 권한이 강화된 사업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곽민섭 대표이사는 “올해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인한 국내산 축산물 소비둔화에, 공급량 증가로 가격 하락까지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이 더 안좋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이에 대비하는 경영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환경 악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전 임직원이 공유해 혁신 목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목표 달성 의지와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는 곽 대표이사는 “농협목우촌이 협동조합이라는 의식을 새롭게 다지면 축산농가 소득에 기여하고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식품을 공급한다는 사명감도 함께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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