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이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나간다면, 여행을 떠나는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 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이 글은 정채봉 시인의 ‘첫 마음’이라는 시로 지난 2016년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농·축협 조합장 등이 참석한 농협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당시 품었던 초심을 잃지 말자’는 취지로 읊었다.
최근 축협의 조합원 A씨와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3월13일 전국조합장동시 선거를 앞둔지라 술자리 대화는 연신 선거 이야기였다.
A씨에 따르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축협의 현 조합장에게 최근 안부 전화가 왔단다. 해당 조합장이 이전 2015년 선거에 나서며 전화를 한 후 이번에 받은 전화가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A씨는 4년 전 선거에 앞서 조합장에게 “현장에 답이 있는 만큼 항상 조합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말을 들었고 이번에도 똑 같은 말을 들었다고 했다.
4년간 방문이나 안부 전화 한통 없던 조합장이 이번에 또 선거에 나서면서 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 모양새를 두고 A씨는 ‘초심을 잃어버린 조합장’이라는 비판을 했다.
‘초심’, 사전적 정의로 ‘맨 처음으로 가졌던 마음’이라는 뜻이다. 풀어 설명하면 일반적으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어떠한 일을 추진하기 시작했을 때 맨 처음 그 일에 대해 지녔던 순수한 의도와 먹었던 마음가짐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초심이란 말이 쓰이게 되는 경우는 역설적으로 이것이 지켜지지 않고 현실의 벽과 여러 난관을 마주하면서 차츰 변해가게 될 때 쓰이며, 그 변화가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때 주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정치를 잘해서 민중이나 국민들을 이롭게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나, 권력에 맛을 들여 타락해간 군주나 정치인이다.
아마도 여느 선거를 전후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단어가 ‘초심’일 것이고, 그에는 ‘잃다, 잃지 말자’ 등의 수식어가 항상 뒤따른다.
그렇다면 초심은 왜 잃게 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매너리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숭고한 목표를 세우고 이에 노력하기를 수없이 다짐해도, 시간이 지나 이 행동이 반복될 경우 이것은 일상으로 인식된다. 반복되고 변함없는 일상은 매너리즘을 불러오고 이것이 초심을 잃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에 예외가 존재할 수는 있다. 외부환경의 압박이 그것이다. 
축심(畜心)은 조합의 변화를 원할 뿐이지 조합장 초심의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처음 공약처럼 양축가 조합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초지일관의 자세로 조합원들을 위해 헌신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선거 후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적어도 지금의 약속이 말잔치에 그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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