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버스 안에서 인터넷 서핑을 통해 매일 뉴스를 챙겨보는 것이 습관이 됐다. 어제는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신문마다 어떤 기사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지 찾아보다 보면 1시간40여분의 출근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최근의 일이다. 인터넷을 서핑하다 올라온 동영상 두 건에 경악했다. 하나는 경기도 일원 개 도살장에서 탈출한, 머리가 깨지고 한쪽 안구가 탈구된 어미개가 제 살길을 찾아 멀리 도망가지 않고, 인근의 새끼를 찾아가 젖을 물리고 새끼를 핥아 주다가 죽었다는 영상이다.

 

동영상 축산업 불똥

 

또 하나는 중국의 가죽공장에서 개의 가죽을 얻기 위해 목을 죄는 도구로 개를 끌어다가 들이대면 한 노동자가 곡괭이 자루로 개를 타살하는 장면이다.
그날 버스 안에서 몸 안으로부터 욕지기와 함께 구토가 올라오는 것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 영상은 시간이 지났다고 지워지지도 않았다. 큰 개 두 마리를 키우면서 그 눈동자를 보면 또 그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인간의 잔인성과 돈에 대한 욕심에 참 끝이 없구나”하는 한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동영상들이 떠돌게 되면 또 ‘동물복지’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이는 다시 ‘밀집사육’ 축산으로 확산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아직도 많은 축산농가들이 밀집사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실제 규모를 줄여도 그렇게 사육방식을 바꿔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람들은 ‘동물학대=축산업’으로 인식한다.
지인이 카톡으로 동영상을 보냈다. 개 도살장에서 탈출한 그 개의 동영상은 한국이 아니라 태국에서 일어난 일이란다.
“이미 다 지난 일인데 뭘 새삼스럽게…”했더니,  “아직도 뭘 모르시나. 그 동영상의 파급효과를?” 그 지인도 그 동영상으로 또 다시 축산농가들이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을 것이다.
또 며칠 전 한 중앙일간지에서 ‘미세먼지의 재앙’ 특집기사를 냈다. ‘본지 취재팀이 고깃집에서 직접 측정해 보니’라는 부제가 달린 이 기사에서, 고기를 굽기 전 고깃집은 이미 초미세 먼지 농도가 환경부가 ‘매우 나쁨’으로 지정하는 수치보다 높았단다.
고기를 구우면 탄내와 함께 연기가 올라오면서 초미세 먼지 수치는 400㎍/㎥를 넘었다. 기름이 사방으로 튈 무렵에는 1013㎍/㎥이었다.

 

적절한 대응책 없어

 

환경부는 초미세 먼지 농도가 36㎍/㎥를 넘기면 ‘나쁨’, 76㎍/㎥를 넘기면 ‘매우 나쁨’으로 분류한다. 따라서 그 일간지가 측정한 1013㎍/㎥는 ‘매우 나쁨’ 기준치의 13배가 넘는 수치였다.
일전에 생선을 구울 때 미세먼지가 높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일반인들은 집에서 생선 굽는 것이나, 생선구이집 찾는 것을 극도로 피했다. 전문가들은 생선이든 고기든 태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2019년 새해 들어 축산업의 전망은 흐림을 넘어 ‘먹구름’이다. 환경 규제는 더 강화되고, 경기 회복은 요원한 데다, 축산물의 가격은 급락 조짐을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같은 결과들은 축산물을 중심으로 하는 외식산업에도 타격을 입힐 것이 분명하다.
2015년 기준 전국 미세 먼지 배출원의 4% 가량을 생물성 연소가 차지했고, 나무 연료나 농업 잔재물 소각 시에 발생하는 것까지 포함되는 것이므로, 고깃집이나 생선구이집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 먼지는 전체 미세먼지 농도에는 큰 영향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한 의학전문가는 “고온의 불판이나 참숯‧연탄에 고기와 생선 지방이 닿아 타면서 나오는 미세먼지에는 벤조피렌 등 발암성 물질이 섞여 있다”고 한다. 야외의 나쁨 수준 미세 먼지보다 고깃집에서 나오는 고농도 미세 먼지가 더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고깃집 환기구나 후드 사용을 의무화해야 하고, 연탄구이를 금지해야 하는 등 식당 등 미세 먼지를 구체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렇듯 축산과는 거리가 먼 것 같기도 한데, 그 파급효과는 결과적으로 축산업의 큰 타격으로 돌아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축산인으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암담하기만 하다. 
애완동물의 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동물 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 관심은 오히려 축산업에 대한 무형의 압박이 된다. 그래서 친환경이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라며 축산농가 자정운동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번엔 축산물을 중심으로 한 외식업이 미세 먼지를 발생시키고, 심지어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단다.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걱정은 태산인데, 어떻게 대응할 대책이 없다.
이젠 축산농가들이 위생적이고 안전한 고품질의 축산물만 생산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어느 한 가지에 몰입할 수도 없다.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과 연구 등은 축산업과 별개의 것이 아니게 됐다.
이쯤 되면 축산인들이 하나로 뭉칠 때도 되지 않았을까. 내 축종이 중요하다고 주장할 것도 아니고, 내 단체만 잘하고 있다고 우길 것도 아니다. 지금 축산업은 걱정할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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