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들과의 늦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연초 축산인 신년교례회의  ‘지방, 비만원인은 가짜뉴스’라는 제목으로 짧은 강연을 한 오산양생의원 정윤섭 원장의 강연 내용이 화제로 올랐다.
“지방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찌고, 혈관이 막힐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여전히 많은 데, 이것은 가짜뉴스”라는 그의 강연이 시원스러웠고, “콜레스테롤과 심장병은 연관성이 없고, 식용유나 트랜스 지방과 같은 불량지방 등 다른 요인이 콜레스테롤 수치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그랬다.
하지만 그날 식사자리에서의 결론은 “아쉽다”는 것이다. 정윤섭 원장의 강연은 축산인들이 모인 장소에서가 아니라, 축산물을 소비하는 국민들을 대상하는 자리가 훨씬 더 어울리며 그러한 자리를 축산인들이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들만의 리그에 그쳐, 그저 우리끼리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저 억울함만 호소

 

지방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의학계를 시작으로 축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제 공공연하게 판명된 일이다. 미국의 탐사보도 저널리스트인 니나 타이솔스(Nina Teicholz)가 9년 간의 끈질긴 조사를 통해 출판한  ‘지방의 역설(원제, The Big Fat Surprise)’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충격을 줬다.
미국 보건학자인 앤셀 키스(Ancel Keys) 박사의 연구는 검증되지도 않았고, 오히려 조작된 결과를 도출하면서, 그의 권력 지향이 정치적으로 정부 기관과 연결되면서 저명한 전문가조차도 그에 맞서는 것이 불가능했다.
주류관점을 비판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묵살되고, 연구자들은 보조금을 박탈당하고, 학계에서는 설자리를 잃었고, 논문은 게재를 거부당했다. 그리고 지방은 온갖 누명을 뒤집어쓴 채 기피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과학적 근거도 없이 미국인들은 정부가 정해준 권장식단을 성실히 따랐다. 식사를 달걀과 베이컨 등 동물성 지방에서 시리얼과 오트밀 등 식물성 지방과 고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시작했다. ‘고탄저지’의 식단이다.
1950년대 말 비만은 7명 중 1명에도 못 미쳤는데, 40년이 지난 뒤 3명 중 1명 꼴로 비만 국가가 됐다. 왜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면 건강해지는지, 동물성 식품을 반드시 식단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저탄고지’의 식단이 왜 중요한지, 이 책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검증되지 않은 연구의 폐단은, 의학에 무지한 보통 사람들에게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 무지는 보통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준다. 때문에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도 그럴듯해 보이면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믿게 된 후에는 아무리 과학적으로 근거 있는 연구 결과를 들이대도 쉽게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심리다.
그러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한스 셀리에는 오스트리아 생리학자로 ‘스트레스’라는 개념을 처음 만들어낸 학자다. 그는 연구를 위해 1958년 담배회사에 연구펀딩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그 이듬해 담배회사는 그에게 흡연과 관련된 증언을 해달라고 요청한다.
흡연자의 암 발생률이 높다는 통계 연구를 두고, 그 결과만으로는 흡연이 암 발생의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증언의 대가는 1000달러였다. 그는 증언 대신 소견서를 제출한다.
그렇게 셀리에 박사와 담배회사는 연결됐고, 필립 모리스로부터 3년 간 15만 달러를 받는 ‘특별 프로젝트’를 지원받는다.
담배회사는 그의 스트레스 연구가 질병의 원인으로 부각되면, 상대적으로 흡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것이며, 대중의 관심은 흡연이 아닌 스트레스로 돌려질 수 있기에 그를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그저 억울함만 호소

 

셀리에 박사와 담배회사의 관계는 점점 공고해져, 그는 1976년 담배회사가 대중 배포용으로 만든 동영상 ‘우리가 찾는 대답’에 정직하고 사실만을 바라보는 과학자로 소개되어 등장한다. 이 모든 것들은 셀리에 박사가 사망하고 30년이 지난 뒤 2011년 미국공중보건학회에 담배회사의 내부문건을 검토한 논문이 출판되면서 밝혀졌다.
지금도 스트레스가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학계에서 정립된 바 없는 탐구 중인 가설이지만, 흡연자들은 여전히 흡연보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믿고 있다.
니나 타이솔스가 지방은 나쁘지 않다고 결론 내리고 있지만, 그보다는 지방에 대한 오해가 어떻게 쌓여갔는지 그 부작용은 어떤 결과는 낳았는지를 강조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봤을 때 축산인들이,  “봐라, 지방이 나쁘지 않다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지 않느냐”고 그동안의 억울함을 달래는 것은 정말 우리들만의 리그다.
축산물에 대한 오해는 그냥 풀리는 것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왜 좋은지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축종마다 자조금이 있다. 자조금은 그런 곳에 쓰라고 있는 것이다.
축산물에 대한 지식은 자꾸 왜곡되어 가는데, 아니라고 되풀이만 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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