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전문 사육 5년 ‘늦깎이’…경진대회 ‘최고’에


우량 송아지 사 키우기보다
직접 생산하는 것이 더 중요
암소 개량 자연스럽게 눈 뗘
모계‧부계 혈통 데이터 구축

우수 개체라도 하위권 도태
‘선택과 집중’ 우량우군 구축
낙농가 보고 스트레스 줄여
수정질병, 전문가에게 전담

 

홍창영 풍산농장 대표는 농협중앙회 주최로 열린 2018 한우경진대회에서 최고의 영예인 그랜드 챔피언을 수상했다.
충북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한 홍창영 대표는 소를 키우는 것이 꿈이었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에 소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20여 년간 복합 농으로 과수와 병행해 한우를 키울 수밖에 없었던 것.
한우 사육에 집중할 수 없었던 홍 대표는 규모를 늘릴 수도 성적을 제대로 낼 수도 없게 되자 결단을 내렸다. 2010년에 들어서면서 과감히 정리하고 한우 사육에만 매진하기로 한 것.
한우 전문사육을 위해 부지를 매입하고 현재 위치인 충청북도 음성군 감곡면 원당리 819-1번지에 자리 잡은 지는 이제 5년차. 어깨너머로 배운 것은 많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늦깎이 신입생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그가 처음 출전한 한우경진대회에서 전국 최고라는 영예를 안기까지는 그의 한우사육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한몫했다.

 

# 밑 소 구입에 ‘올인’
홍창영 대표는 복합농 당시에는 비육을 위주로 소를 사육했다. 잘 먹이고 키워서 시장에 내놓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고 소득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한우를 키우기로 마음먹은 뒤부터는 보는 눈이 달라졌다.
좋은 소를 사와서 키워내는 것보다 직접 송아지부터 생산해 내는 것이 더욱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암소개량이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밑소 구입에 시간과 돈을 쏟아 부었다. 홍 대표는 “가축시장에서 좋은 송아지를 사온 다하여도 유전능력에 따라 발현되는 형질이 다르다보니 성적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모계와 부계 혈통을 제대로 알고 형질에 맞는 개량을 해야만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밑 소를 구입하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보다보니 소를 보는 안목도 점점 늘었다는 홍 대표는 이미 선도농가들은 앞서가고 있는데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더 꼼꼼하게 보고 나만의 데이터를 구축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생각에 좋은 소를 보면 웃돈을 얹어 줘서라도 꼭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고.
당장에 수익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했기에 아낌없이 할 수 있었다. 홍대표의 밑 소 고르는 기준은 유전능력과 외모심사. 밑 소는 유전능력을 중심으로 따져 고르고 외모심사기준을 참고해 체형발달을 꼼꼼히 살폈다.

 

# 옥석중의 옥석만 골라내
밑 소에 공을 들인 만큼 그에 대한 기대치도 크기 마련이지만 홍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도 같은 부모 밑에 낳은 자식이라도 형질이 다다른데 소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대적인 투자를 했지만 전부가 성공할 수는 없다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는 홍 대표는 우수한 개체들 중에서도 하위 30%는 과감히 도태시켰다.
매년 기본적으로 30%를 도태시키고 육성우의 30%를 끌어올려 우군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선발과 도태를 통해 우군을 조성하고 평균성적을 끌어올리는 게 홍 대표의 목표다. 7년째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2018년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도 그랜드 챔피언을 거머쥘 수 있게 된 것이다.
홍창영 대표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이 과정을 반복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3년만 더 이 과정을 반복한다면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90%는 만족할 수 있는 우군이 조성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 번식·사양관리도 철저
우수한 소를 골라내는 것도 능력이지만 이를 잘 키워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 번식우는 적기에 수정시켜 송아지를 낳기 까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홍창영 대표는 송아지의 포유와 이유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어미소와 송아지가 같은 우리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포유와 이유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것. 특히 송아지의 설사는 번식을 시작하면서부터 골칫덩이였다. 그 과정에서 홍 대표는 번식우와 비슷한 상황인 낙농가를 유심히 살폈다. 우유를 생산해야 되기 때문에 새끼를 낳자마자 어미소와 분리해 인공포유를 하는 낙농가에서는 발생빈도나 스트레스가 적은 것을 보고 이를 착안해 분리 사육을 생각해 냈다.
생후 7~10일 사이 어미소와 송아지를 분리시키고 포유시에만 합사를 시킨 것. 하루 두 번 포유시에만 송아지를 우방에 들였더니 설사와 질병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분리사육을 하니 어미 소의 움직임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송아지들의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됐다. 게다가 이유 스트레스가 줄면서 빠른 입질사료 급여가 가능하다. 입질이 빠르면 반추위가 조기에 발달하고 사료흡수율 등이 높아져 송아지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사양관리외에는 전문가에게
홍창영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다른 부분은 수정과 질병이다. 수정과 질병관리를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 경험에 의해 자신이 수정을 하거나 처치를 할 수도 있지만 꼭 수정사와 수의사의 도움을 받는다.
발정이 감지되면 100% 인공수정사를 통해 수정을 하고 사소한 소모성 질환을 제외한 다른 질병 및 질환에는 수의사를 부른다.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명확히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매뉴얼대로 자가 치료를 한다.
난산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난산 때문에 세 마리를 개복 수술했다. 대가축을 수술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홍창영 대표는 “지난해에는 세 마리의 소를 개복 수술했는데 이 가운데 1마리는 기도 폐쇄로 폐사 했고 두 마리는 지금까지도 잘 살아있다”면서 “50%라도 확률이 있다면 수술해 살려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한우경진대회 수상, ‘첫걸음’
홍창영 대표가 한우경진대회에서 그랜드 챔피언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풍산농장의 송아지를 구입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홍 대표는 아직은 소를 내놓지 않기로 했다. 한우경진대회에서 수상한 것은 풍산농장에서 사육중인 번식우 중 한 마리의 개체의 성적이지 농장을 대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3년 더 선발과 도태를 하고 송아지를 농장에서 사육해 출하해 후대검정까지 마친다면 일정 수준의 개량의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후대를 봐야 결과를 정확히 알수있다는 홍대표는 수정란 이식에도 관심이 많다. 이미 우수개체에서 9개의 수정란을 채란했으며 이번에 그랜드 챔피언을 수상한 수상축도 수정란 채란에 활용할 계획이다.
홍창영 대표는 “부계 혈통도 중요하지만 한우개량은 암소개량을 통한 유전능력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암소의 형질에 맞는 올바른 정액 선택을 해야만 경쟁력 있는 우군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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