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는 직장인뿐만 아니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짧든 길든 시간의 길이와 상관없이 철학적 의미를 되새기는 상황을 갖게 한다. 한해의 끝과 시작이 맞물리기에 그렇다.
“나는 왜 사는가?”에 대한 고찰이다. 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고 누군가는 연초 결심이 인생을 바꾸는 변곡점이 되어 평생을 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작심삼일이 되어 다시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기도 한다.
특히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 사람에게는 “내가 왜 일하는가?”에 대한 성찰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간이다.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고 쉽게 농담 삼아 웃으며 말하는 순간에서조차, 자신이 정말 그렇게 일하는지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하다.

 

먹기 위해 일한다?

 

지식인들이 “노동은 맡은 일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내적 완성을 위한 과정이며, 일은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의 마음을 연마하고 인간성을 키워준다”며 노동의 의미를 설명하지만, 정작 노동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
늘상 오너나 소비자 등으로부터 ‘갑질’을 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내가 일하는 것에 대해 성찰한다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에선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괴감만 들 뿐이다. 그러니 ‘먹기 위해 일한다’고 할 수밖에.
독일의 경제학자 칼 마르크스는 “노동은 외적 자연에 작용을 가하면서 자연과 자기 자신을 동시에 변화시킨다. 자연을 변화시켜 인간은 자신의 의식적 목적을 실현하고, 그것을 자신의 욕구에 적응시킨다. 그리고 동시에 인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높이고, 생활 상태를 더욱 개선해 인간 자신이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간다”고 설명한다.
곰곰이 생각해야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정작 자신 스스로도 모르게 자신은 물론, 사회가 변화되어 가는 과정에 자신이 기여하고 있다는 말이 생경하지만 사실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마쓰시타 전기그룹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자동차의 혼다 쇼이치로)’ 중 한 명으로, 살아 있는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교세라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의 <왜 일하는가?>는 연초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는 지방 대학을 나와 다 쓰러져 가는 중소기업 연구부에 근무하면서 교토세라믹을 창업해 세계 100대 기업으로 키웠으며, 1984년 제2전전(현 KDDI)를 설립, 10여 년 만에 일본 굴지의 통신회사로 성장시켰다.
이나모리 회장은 “노동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아무런 목표도 없이 일도 하지 않고 나태하게 생활하게 되고, 인격적으로 타락할 뿐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던 능력마저 썩혀버리고 만다”고 지적한다.

 

‘자연성’ 인간이 되라


“그 뿐만이 아니다. 이것은 자신의 문제가 아니고, 인간관계에서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인생을 살아가는 참된 의미조차 찾지 못한다”면서 그는 “일하는 수고로움을 아는 사람만이 잠시 동안의 안락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열심히 일하고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보다 즐겁고 귀중하게 보낼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가고시마 대학에서 공학을 공부한 그답게, 불에 가까이 대면 타는 ‘가연성’‧ 불에 가까이 대도 타지 안는 ‘불연성’‧ 스스로 잘 타는 ‘자연성’ 물질을 예로 들며 사람에게도 3가지 종류가 있다고 설명한다.
“어떤 일이든 그 일을 이루려면 스스로 활활 타올라야 한다. 스스로 타오르기 위해서는 왜 그 일을 해야 하는 지 이유가 분명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더없이 좋아해야 하며, 그 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확고해야 한다”며 자연성 인간이 되라고 촉구한다.
그러나 특히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탈 생각도 하지 않고, 타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불연성 인간들이 있는데, 이들은 주변이 아무리 활활 타고 있어도 함께 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의 열까지 빼앗아버린다고 한다.
그러한 불연성 인간은 어렵거나 힘든 일을 귀찮아하며, 앞서 가는 것은 남들한테 찍히는 것이라 믿는다. 그저 아무 탈 없이 편하게 지내기만 바라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은 물론이고 조직을 좀먹는 사람이기에 조속히 뽑아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그의 어록에는 이와 관련된 주옥같은 글들이 많다. 인생을 행복하게 보내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능률이 오르고 집중할 수 있다는 것에 관해서는 그는 다른 생각을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회사에 들어갔더라도 본인이 희망하는 부서에 배치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1만 명 중 한 명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9999명은 불행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하기 때문에 능률이 떨어진다고 봐야 할까? 오히려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크게 성공하는 예는 부지기수다”라고.
교세라는 1959년 창업 이후 장기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다. 뜬구름을 잡는 데 허비하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1년 단위의 계획을 세워, 월별, 일별로 세분화해 목표는 반드시 달성하도록 한다.
연초다. 개인적으로나 조직적으로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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