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축산물과 힘겨운 싸움
축산 발전엔 농가 피눈물이
‘환경친화적’어려운 일 아냐
인근 이웃과 어우러지는 것
성장한 만큼 책임감도 갖길

 

대한민국의 축산업은 소고기 수입 개방을 비롯 잇따른 축산 강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전 축종에서 열린 빗장으로 쏟아지는 외국산 축산물과 힘겨운 싸움을 해오고 있고, 관세 제로화가 되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와중에도 축산업은 국민 체력과 건강, 행복증진에 기여해 왔고, 농촌 생산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해 왔다. 이는 축산 농가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의 결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발전해 오는 동안 축산업이, 주변에 어떠한 피해를 끼쳐왔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이는 산업이 발전하면서 겪는 부작용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그 부작용에 대해 이제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와 있다.
축산농가의 입장에서는 “내가 가축을 사육하는 데 왠 기회비용을 따지냐?”며 억울해 한다면 그건 정말 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자신은 자신의 부를 창출하니 악취도 악취로 느끼지 않을테지만, 주변의 사람들이야말로 악취로 고통 받는 자체가 억울하기에 그렇다.
동물복지라는 개념이 적용되고, 축산물에 대한 안전과 위생이 자리매김하면서 환경친화적이 아닌 축산이 설 자리가 더 이상 없다. 내가 쌓은 부만큼의 책임도 뒤따른다. 농업 생산액 중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말이다.
친환경이니 환경친화적이니 동물복지형이니 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때, 말 자체로는 축사에 또는 경영에 뭔가 큰 변화를 줘야 할 것처럼 어렵다. 하지만 2018년 친환경 대상에서 낙농부문 수상자인 이순표 을축목장 대표의 말에 따르면 간단하다.
그는 친환경이라는 것이 별게 아니라고 한다. 목장이 마을과 어우러져 사는 것. 그저 그뿐이란다. 그렇게 어우러져 사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마음자세다. “가축을 키우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하는 것은 자기중심의 사고방식이란다.  
아무리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게 해준다고 해도 악취는 견디기 힘든 데, 남들의 경우를 생각하면 오죽하겠느냐는 것이다.
‘남과 어우러져 산다’는 그의 소신이 자연스럽게 환경친화적인 목장을 유지하게 됐다. 그에게 축산업은 돈만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천직’이다. 그래서 직업윤리에도 큰 관심을 갖는다.
이순표 대표만이 아니다. 친환경축산 축산물 유통부문 대상을 받은 아이유푸드의 배춘자 대표를 비롯 각 부문의 대표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공통점은 강요에 의한 외압으로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다.
일찍부터 ‘환경 친화적’에서 미래를 보았고, 또 그렇게 해오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성공의 계단을 올라왔던 것이다. 남들이 입게 될 피해를 외면하면서 좀 더 쉽게 돈을 벌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한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나쁜 의미로 말하자면 축산업은 생물을 키워 인간의 식욕을 채우기 위해 살생하는 산업이다. 때문에 철학적 개념을 가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인문학적인 개념은 지니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전처럼 ‘농민’이라는 무기로 무조건 정부에게 떼를 쓰며 국민의 세금을 요구하는 것을, 국민들은 더는 지켜보지 않는다.
농가의 입장에서 축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미래는 누가 가져 다 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육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그 최소한의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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