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별거 있나요? 마을과 어우러져 사는 거죠”


“‘가축 사육 냄새날 수도 있지’
나만의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축사 전부를 뜯어낸다고 해서
갑자기 악취 해결되지는 않아
내 가족 살 수 있는 환경 우선”


HACCP 인증 자신 위해 받아
낙농경영일지 철저하게 작성
오래된 목장은 야생화로 가득
‘깨끗한 목장 가꾸기’ 대상도
후배농가에 노하우 전수 분주

 

“친환경이라는 게 별거 있나요. 목장이 마을과 어우러져 사는 것 그저 그뿐이죠. 우리도 마을의 구성원인데 남들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되잖아요. 내가 먼저 잘해야 인정받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거죠”
2018년 친환경 대상 낙농부문 수상자인 이순표 을축목장 대표는 ‘친환경 축산’이라는 것은 누구나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축을 키우다 보면 냄새가 날수도 있지”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 이순표 대표는 “내가 수십 년째 목장을 하고 있지만 나조차도 축분 냄새가 제대로 관리되어있지 않은 농장 주변에서 느껴지는 악취를 견디기 힘들다”면서 “같은 축산농가라고 해서 무조건 이해를 바라지 말고 내 가족과 내 친지, 내 친우들이 웃으면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이 중요하다. 이순표 대표는 “내가 대표적으로 후계자도 없고 언제까지 낙농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사람이라 목장을 신축하기도 손보기도 쉽지 않았다”면서 “새로운 시설로 뜯어고치기보다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 목장을 돌보고 가꿀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년 이상 한자리에서 목장을 하다 보니 착유실, 축사 등 모든 시설들도 나이를 먹기 마련. 그렇다고 해서 사용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모양새를 위해 전부를 뜯어내고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은 그의 철학과는 맞지 않았다.
이순표 대표는 “목장의 모든 시설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지만 소들이 지내는 것에는 문제가 없고, 착유해 우유를 내는데도 문제가 없다”면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시설을 투자하고 새로 설비를 들일 필요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자신 있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을축목장은 목장을 손보지 않고도 2009년 HACCP인증을 받았다. 농장단위 HACCP이 생소했던 시기에 먼저 나서 인증을 받은 것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대부분은 유가공공장에서 이미 HACCP을 받았기 때문에 생산된 우유에는 HACCP 마크가 부착되어 있어 농장단위 인증을 받아야할 필요성을 사실 느끼지 못했던 시기였다.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던 이순표 대표는 자신을 위해 인증을 받았다.
이 대표는 “HACCP라는 것이 NASA에서 우주로 식료품을 보내기 위해 만든 제도인 만큼 위해 요소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안전한 식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엄격한 제도이기 때문에 이를 따른다면 목장의 위생과 청결, 관리를 더욱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인증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HACCP을 위해서는 청결과 위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목장경영 일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지 작성을 게을리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그를 이끌었다.
또 한편으로는 시대의 흐름상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미루지 말고 먼저 시작하는 것이 다른 낙농가들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그는 인증을 받기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제도가 현장에 도입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을 다양하게 피력했고 이로 인해 수정된 부분들도 상당수다.
그 결과 지난 2015년에는 축산물HACCP운용 우수작업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2년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주관하는 깨끗한 목장 가꾸기 운동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우리목장은 특별히 식재를 하지도 가꾸지도 않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자연친화적으로 목장을 일궈냈고 큰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깨끗한 목장 가꾸기 운동에 대해 관심도가 낮은 편이었던 김포 지역에서 먼저 나서 출사표를 던진 것이었다. 그는 “당시에는 입상만 하더라도 지역 내에서 운동에 관심을 가질 것 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의도치 않게 대상을 받게 돼 나 스스로도 놀라웠다”고 회상했다.
오래된 목장에 야생화로 꾸민 정원으로 대상을 받을 것 이라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 선정위원단은 우사내 운동장이 청결해 질병을 예방하고 축사 주위에 잔디밭을 조성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온도조절이 가능하게 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자신의 낙농 노하우를 강의와 각종 활동을 통해 전파하는 것이 ‘깨끗한 목장 가꾸기 운동’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평을 내놓았다.
가축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자신이 하고 있는 운동의 전파 등을 높이 사 대상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낙농목장에서 가장 중요한 유질에서도 을축목장은 특출하다.
을축목장은 서울우유 내에서도 유질 부문에서는 최상위 등급에 속한다. 14년간 유질 1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이순표 대표는 2016년 서울우유가 런칭한 세균수 1A등급은 물론 체세포수까지 1등급인 나100%우유의 실제 생산자 대표로 TV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를 낸 데는 철저한 낙농 경영일지 작성이 한몫했다. 도예를 전공한 이 대표는 “예술로는 밥벌어먹기 힘들어 낙농업에 뛰어들게 됐다”면서  “열심히만 하면 밥은 굶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맨손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무런 지식 없이 시작한 낙농업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한 노력과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었고 모든 경영 상황을 기록함으로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다.
기본적인 목장 현황부터 산차수, 경제수명, 송아지 관리 등등 일상처럼 기록하다보니 하루일과 마무리는 일지를 작성하는 것으로 끝낸다. HACCP 인증을 받은 후로는 더욱더 철저하게 항목별로 일지를 작성하게 됐다.
이 대표가 강의나 활동을 통해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고 낙농후계자들에게 많은 정보와 관심을 쏟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순표 대표는 “나는 식견이 부족해 모든 것을 몸으로 부딪혀 익히고 배웠지만 누군가 길잡이가 되어준다면 시행착오를 최소화 하고 빠르게 정착해 안정적으로 낙농업을 영위할수 있을 것”이라면서 “슬하에 자녀들이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어 누가 목장을 이어나갈지 말지 아직은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낙농산업에 일평생을 헌신한 사람으로써 미래낙농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 앞으로도 매순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낙농산업을 앞으로 이끌어갈 사람 그 누구라도 내게 도움을 청하거나 도움이 필요하다면 두 팔 걷고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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