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신용위주의 사업을 전개하면서 ‘돈 장사’에 혈안이 됐다는 ‘오명’은, 협동조합 본연의 경제사업을 뒷전으로 하고 있다는 뜻과 다름이 아니다.
하지만 더 큰 잘못은 신용사업의 돈 장사가 아니라 외국산 농축산물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농업협동조합의 근간을 흔드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에서 잠시 스치고 지나는 것으로 끝난다.

 

부도덕이 더 큰 문제

지역 농축협 신용사업 및 경제사업 비중 현황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전국 7개 특‧광역시 소재 농축협이 신용사업이 76.2%인 반면 경제사업은 23.8%에 불과하다는 박완주 의원의 지적은, 대도시의 경제사업 활성화를 촉구하는 것이었지만 쉽게 개선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지역 농축협이나 중앙회가 외국산 농축산물을 둔갑 판매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드는 ‘부도덕’이다. 그동안 농협이 쌓아올린 공든 탑을 뒤흔드는 일임에도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농협이 부르짖는 ‘가치’가 얼마나 허망한가를 잘 일깨워준다.
정운천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난 2015년부터 지난 8월까지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적발된 원산지 표시 위반건수’가 총 65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원산지 거짓표시가 46건이고 원산지 미표시가 19건이었다.
이 위반건수는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11건에서 2016년 12건, 2017년에는 30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통계를 놓고 볼 때 돈장사의 오명은 신용사업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사업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결론이다.
중국산 콩나물과 녹두‧마늘쫑, 미국‧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산 청국장 등 농산물에서부터 미국산 수입 소고기 등 축산물까지 둔갑 판매하다 적발됐다.
여기에 농협이 하나로마트를 통해 판매하는 자체브랜드(PB, Private Brand) 가공식품의 절반 가량이 외국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은, “농협조차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오명이, 오명이 될 수 없는 사실임을 입증한다.
전국 농협 공판장에서 취급하는 수입 농산물은 해마다 증가해 최근 3년 간 8216억원에 달한다고 박완주 의원은 밝혔다.
박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PB상품 외국산 원료 사용 현황’에 따르면, 농협 292개 PB상품 중 밀가루, 된장, 고추장 등 무려 절반에 가까운 45.5%인 133개 품목이 외국산 원료를 사용했다.
이를 통해 농협은 최근 3년 동안 총 1억6000여개의 PB상품을 팔아 1399억원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판매수입은 2015년 400억원에서 2017년 566억원으로 증가했다. 바로 농협이 수익 창출만을 위해 외국산 원료 사용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외국산 농산물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마저 외국산 물량을 늘리고 있는 모습에서 농업인과 국민이 어떤 인식을 갖게 될지 의문”이라면서 “농협 하나로마트의 원산지 표시 위반증가는 소비자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울리는 짓은 말아야

농협 하나로마트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소비자에게 양질의 농산물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행태는 자체 매출 신장을 위해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변조시켜 판매함으로써 완전히 본말이 전도된 상태다.
농협은 그 자체가 브랜드다. 국민들이 고향을 사랑하듯 사랑하고, 국내 농업을 대표하는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이 농협이다. 
농협법 제1조 목적은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으로 되어 있다.
때문에  제8조와 같이 조합 등, 중앙회 및 이 법에 따라 설립된 농협경제지주회사ㆍ농협금융지주회사ㆍ농협은행ㆍ농협생명보험ㆍ농협손해보험(이하 "농협경제지주회사 등"이라 한다)의 업무와 재산에 대하여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조세 외의 부과금을 면제한다.
대한민국 농민이 생산하는 농축산물을 ‘제값에 팔아주는’ 역할에 치중해야 하는 농협이, 뒤로는 외국산 농축산물을 수입해 자기 브랜드를 붙여 파는 행위를 하는 것은 본래의 목적과 완전히 다른짓이다.
그리고 범농협 차원에서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부르짖는 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없다. 내년 농협의 모든 사업은 이 ‘5000만원 달성’을 위한 것으로 시작한다. 이미 5000만원을 넘어서는 대부분의 축산농가도 산술평균치를 계산하기 위해 더 많은 소득을 올리라는 독촉이다.
농가의 소득이 연평균 5000만원 달성이라면 그 누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하지만 가뜩이나 외국산 농축산물과의 경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농민들을, 농협이 울리면서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지 앞에 놓인 자료만으로도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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