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김라일락’은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일락 품종이다.
‘미스김라일락’의 원종은 영어로는   ‘코리안라일락’ 또는 ‘만추리안라일락’이라고 부르는 우리나라와 만주 지역에서 자생하는 털개회나무(수수꽃다리)다.
이 나무가 세계적인 품종으로 거듭난 배경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고 안타깝다. 한국의 군정기인 1947년 캠프잭슨에 근무하던 미국 군정청 소속 식물 채집가인 엘윈 M. 미더가 북한산에서 자라고 있던 작은 라일락의 종자를 채취, 미국으로 가져가 개량해서 ‘미스김라일락’이라는 품종을 만들었다. 당시 식물자료 정리를 도왔던 한국인 타이피스트 미스김의 성을 따서 이름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스김라일락’은 아담한 수형과 병해충에 강한 것은 물론 진한 향기를 지니고 있어 조경용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일락 품종이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부터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며 역수입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신종플루의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중국의 팔각나무 씨앗의 추출성분으로 만들어졌다. 타미플루는 1996년 미국의 제약회사 길리아드가 개발한 뒤 다국적 회사인 로슈가 특허권을 사들여 독점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독감 치료제다. 로슈는 타미플루를 통해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다.
이처럼 원래는 우리 것(원산국)인데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고 역수입해야 하거나, 타국에서 세계적인 품종이나 제품(의약품 등)으로 개발해 비즈니스에 성공하는 등 원산국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산국의 권리’를 어느 정도 인정해 주자는 ‘나고야의정서’가 만들어 졌다. ‘나고야의정서’는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돼 2014년 10월 발효됐다.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이용 및 이익공유(ABS)가 골자다. 이에 따르면 비준국 간에는 특정 국가가 보유한 동식물은 물론이고 미생물과 세포주, 종자, DNA, 추출물 등 모든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을 비롯한 그 파생물을 원산국의 허가 없이 연구개발(R&D)에 쓸 수 없다.
자원을 이용해 얻은 금전적 이익과 논문, 기술 이전, 인재 교육 등의 비금전적 이익 역시 원산국과 공유해야 한다. 협약 사항을 어길 경우에는 양국의 법령에 따라 구금이나 벌금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유전자원을 보전하고 자원 보유국의 주권을 인정하자는 취지인 것이다.
현재 비준국은 110여 개국이며 한국에서는 정부 서명과 국회 비준을 거쳐 지난해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우리 생물자원의 5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을 정도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자원 빈국이다. 때문에 향후 원산국으로부터 각종 소송과 분쟁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외생물자원과 유사한 우리 생물자원을 찾아 국내 생물종을 등재해 해외 생물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또한 해외 자원 보유국에서 제기할 각종 요구 및 분쟁에 대응키 위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동물약품·보조사료 등 천연물을 이용하는 축산 관련 산업 분야는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생물자원을 등재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자원 확보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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