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농협 임직원만 배 불린다’는 지적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의 단골메뉴다.
200가지가 넘는 특권을 누리면서도 국민들로부터 “하는 일이 없다”고 지탄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지적은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말이다.
농가 평균소득은 4000만원도 되지 않고, 부채는 2600여만원인 데 농협 임직원들의 연봉은 2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농민들은 죽어가는 데 농협 임직원들은 오히려 살찌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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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국정감사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국감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의 짧은 지식과 무성의다. 핵심을 집어내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식의 질의와 그에 당황스러워 뭐라고 답변해야 할지 주저하는 당사자를 ‘태도’가 불량하다고 호통 치는 연속이다.
수도 없이 많은 질의서를 보내고 정작 현장에서의 질의는 헛웃음만 나오게 하니, 답변을 준비하느라 밤잠을 설치는 직원들의 노고는 아무런 쓸모도 없다.
농협의 한 직원은 “한때 핵심을 잡지 못해 주변을 빙빙 도는 질의서에 답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사고에서는 농협의 개혁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가 결코 힘들어 외부의 자극과 지적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포기했다고 한다.
축산과 관련된 이번 농협의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은 농협목우촌 임직원에 대한 ‘전문성 결여’를 문제로 삼았다. 2012년 이후 대표이사 5명 중 4명이 축산분야 경력자들이었는데, 이들은 서민들이 직접 창업하고 고객들과 마주하는 외식산업 분야에는 맞지 않는다고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들 중 3명은 오래 전부터 목우촌 계육‧돈육가공분사는 물론 안심축산분사에서 실무와 경영을 쌓았다. 농협 내의 전문성 있는 직원들의 사업으로의 배치를 ‘전문성 결여’로 보는 것 자체가 농협 조직에 별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농협은 항상 ‘동네북’이다. 국회의원을 비롯 정부 관계자들까지도 “농협은 자체적으로 뭐하나 개혁할 능력이 없다”고 쑤셔댄다. 그런데 그런 농협이 망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그것에 대해 외부 개혁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정부의 지원’과 ‘신용사업’ 덕분이라고 한다. 농협이 지금까지 커온 상당한 이유는 그렇다. 하지만 농협이 협동조합으로서의 본분을 그나마 지켜나갈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묵묵히 제일을 담당하고 있는 중간층의 직원들이 있기에 그렇다. 농협의 조직 구성이 바로 그 ‘다이아몬드 형’이어서 그들의 존재가 두텁게 층을 이루고 있기에 조직이 버텨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딱 거기까지다.
주주우선주의에 의거하면 중앙회는 일선조합들 출자에 의해, 일선조합들은 조합원들의 출자로 구성되어 있기에, 중앙회의 최대 주주는 일선조합이고, 일선조합은 조합원이 최대 주주이니, 결과적으로 조합원이 중앙회의 지주다.
따라서 조합원 위주의 사업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직원들의 정체성은 뭘까? 지배구조에서 완전히 배제된 그들에게 협동조합 이념을 강조한다고 도대체 뭐가 달라진단 말인가.

급여는 복종의 대가

이념에 따르자면 무조건 농민과 조합원을 위하라고, 자신의 주장은 펴지 말고 늘 ‘하인’처럼 움직이라고, 그렇게 하면 경제적 보장은 해주겠다고…. 농협 직원들의 높은 급여는 어쩌면 그에 대한 대가다.
직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일부는 그 때문에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농협중앙회의 개혁이라는 뜻을 가진 직원들의 자괴감과 그로 인한 무관심은 보상될 수 있을까? ‘농협을 위한 농협’이라는 지적 때마다, 마치 농민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라는 외부의 시각을 한 귀로 흘려들을 수 있는 직원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난달 7일 국회 정론관에서 농협 조합장들은 조합의 권한과 자율성 강화를 위한 농협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들은 농업의 회생을 위해 풀어야 할 문제들이 여전히 산적해 있지만 그 중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것이 농협 개혁이라고 했다. MB 정부 때 중앙회장 선출을 ‘대의원 간선제’로 바꾼 것을 ‘개악’이라고 표현했다.
중앙회 시‧도 지역본부장을 농협 직원에게 맡기고, 조합감사위원장 임명 역시 중앙회장의 영향력이 크게 좌우하는 현실 속에서 농협중앙회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지역농협, 지역본부, 중앙회로 이어지는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농업적인 농협의 행태는, 그동안 중앙회장과 임원들을 비롯한 일부 일선조합장들의 일탈에서 빚어져 굳어진 결과물이다.  
이러한 개혁 속에서도 사업 구조와 집행에서까지 일탈을 직접 경험하면서 누구보다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농협중앙회 내 직원들의 역할은 여기서도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직원들은 하인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조합원들의 재산을 불리고 관리하는 ‘관리자’다. ‘함께’ 개혁의 수레바퀴에 동참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협동조합이라는 큰 틀에서 대한민국 농업을 지킨다는 대의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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