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군납과 관련 “농협중앙회가 지역 농민 조합원 몫의 물량을 가로채 독식을 하고, 지역농협은 일부 단지장에 물량을 나눠주고 수수료를 챙긴다”고 질책했다.
단지장은 1970년대 군납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부대 인근에 군납재배단지를 조성하면서, 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현재 단지장 제도는 없어졌지만, 일부 전담인력이 부족한 군납농협에서 관행적으로 유사 역할을 하는 조합원이 운영한다.

 

수수료 챙기기 급급

김 의원에 따르면 일선 군대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지역 농협이 지역농가들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구매해 공급하기보다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소위 ‘단지장’으로 불리는 소수의 농가들이 멀리 떨어진 도매시장에서 농축산물을 구입해 군대에 납품하도록 방치해 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농협을 감시하고 지도해야 할 농협중앙회도 오히려 지역 농민 조합원들을 제치고 군납을 독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권 의원이 10월 15일 경기도로부터 제출받은 접경지역 군납조합 지정품목 납품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 북부 접경지역 6개 시‧군 14개 군납조합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농산물 공급액 463억원 중 접경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겨우 28%에 불과한 130억원뿐이었다.
경기도 농식품유통과가 지난 5월 23일부터 7월 20일까지 현지 조사를 벌인 결과, 대다수 군납조합은 1970년대부터 30~40년 간 장기 독점 공급을 해오고 있으며, 군납조합들이 중간 유통업체로 활동하는 소수의 농가들인 단지장에게 물량 배정을 해줌으로써 일반 농가들의 군납 참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심각한 것은 접경지역 군납조합들이 반가공 농산물 확대, 반위탁급식, 민간조리원 채용 확대 등 군납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이전의 관행대로 단지장에게 물량을 배분하고 3~5%의 수수료를 챙기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접경지역 농가 9만8000명 중 0.46%인 453농가만이 군납에 참여하는 최악의 사태가 빚어졌다고 김현권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농협중앙회의 소고기 독점공급에 대해서도 강하게 질책했다. 그는 농협중앙회 안성물류에서 군납을 실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들에 대한 감시와 지도를 강화하기는커녕 농민 조합원들을 뒤로 한 채 군납물량을 빼앗으려 했다”고도 했다.
군납을 비롯한 농축산물의 로컬푸드 공공급식은 신선한 농축산물을 공급함으로써 지역 농가들의 소득을 창출해 결과적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점에서 농협중앙회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현권 의원 등 농협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농협중앙회가 오히려 지역 농민 조합원들로부터 군납 물량을 빼앗는다”며 ‘파렴치하다’는 지적을 받기에까지 이르렀다.
농협 국감에선 이와 비슷한 지적이 또 있었다. 일선 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농협조공법인)이 농민 조합원에게 안정적인 가격을 보장하는 매취사업보다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매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취하는 수탁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대 전환 시급한 때

김현권 의원이 제출받은 95개 농협조공법인 경영 및 조직현황에 따르면 매취액은 2014년 1조5723억원에서 매년 줄어 2017년 1조4176억원이며, 반면에 수탁액은 2013년 9002억원에서 2017년 1조5851억원에 달했다.
지역농협의 자회사인 조합공동사업은 2005년 7월 1일 발효된 개정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해 법인 설립이 가능해졌다. 이는 영세한 지역농협들의 대단위 합병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해 산지농협의 유통사업을 규모화하고 강력한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농축산업의 경제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고령화와 함께 지역의 영세농가들의 이탈 현상이 속출하고 있는 2018년 현재,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업이 되었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영세농가들의 ‘비빌 언덕’이 농협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러한 지적은 김병원 회장이 농가소득 5000만원을 부르짖으며 범농협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 농협의 입장에서는 더 뼈아픈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 의원의 지적대로 농민 조합원에게 기본가격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기보다는 농산물 중개 판매를 통한 수수료 챙기기에 급급한 것은, 농협중앙회와 일선조합의 협력시스템을 도외시한 채 ‘농가 소득 5000만원’은 선언적 의미 이외는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축산 관련 조공법인의 선전을 제외하곤 전국의 95개 조공법인 대부분이 2015년부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쉽게 수익을 낼 있는 수탁사업의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구조의 틀에 손을 대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앙회와 일선조합들과의 유기적 연대가 없이는 농가 소득 5000만원은 허공에 떠도는 메아리일 뿐이다. 그리고 중앙회장과 몇몇 임원‧집행간부만의 공유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근본적으로  시스템의 일대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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