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농업의 롤 모델을 이야기할 때 보통 네덜란드를 꼽는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국토가 좁고, 토양 등 환경도 유리한 편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농업 수출국으로 성장했다.
세계적 명성의 다큐멘터리 잡지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최근 ‘이 작은 나라가 세계를 먹여 살린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네덜란드 농업과 수출 역량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농업 수출은 국가 전체 수출 총액의 22%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6년 기준 1110억 달러를 기록했다.
네덜란드의 축산업 또한 명성이 높다.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축산업 분야에서도 특히 두각을 보이는 분야는 양돈산업이다.
네덜란드 양돈산업을 살펴보면 2017년 기준 사료요구율(FCR)은 2.6, 연간모돈당이유마릿수(PSY)는 30.1마리, 연간모돈당출하마릿수(MSY)는 28.6마리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네덜란드가 이처럼 양돈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것에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축산 및 도축 시설의 첨단화, 육종에 대한 투자, 사료 및 축산물의 물류 최적화에 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네덜란드는 일찍부터 스마트팜 개념을 도입해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동물복지 증대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처럼 네덜란드는 생산성, 지속가능성, 동물복지를 모두 신경쓰면서도 저비용으로 축산물을 생산해 세계 양돈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는 우리 양돈산업의 지향점과 일치한다.
이런 이유로 정부와 농협은 국내 양돈농가 생산성 향상과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해 네덜란드와 2017년 3월 양돈 협력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네덜란드 양돈 협력사업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진행되는 국제협력 프로젝트로서 농협과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네덜란드의 와게닝겐 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네덜란드의 선진 기술 및 시설을 국내에 도입·적용코자 2년차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의 첫 결실로 지난달 30일 협력사업의 모델농장인 이레팜의 오픈식을 개최해 주목을 받았다.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이레팜은 육성사 1815㎡와 번식사 2831㎡ 규모의 신축농장으로 환기시스템, 자동급이시스템 등 네덜란드의 최신 설비와 선진 기술이 적용됐다. 이 프로젝트는 매년 연간 모돈당이유마릿수(PSY) 1두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농협과 농정원, 와게닝겐 연구소는 이레팜에서 얻은 축산관련 데이터와 국내 스마트팜 축사의 데이터를 비교해 향후 한국 농장의 생산성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레팜은 또한 국내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으로 장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양돈산업은 농림축산식품부, 농협 및 양돈조합, 양돈 농가들의 노력으로 지난 30년간 큰 발전을 이뤄왔지만 세계 유수의 양돈 선진국의 생산성에는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최근 4년간 안정적인 돈가 흐름 속에 생산비 이상의 수익성을 보이고 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 우려, 되풀이되는 구제역, PED 등 취약한 위생·방역, 종돈의 높은 수입 의존도, 양돈농가의 생산성 정체 등 앞으로 양돈 선진국들과 경쟁하기 위해 극복해야할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부디 이번 프로젝트가 우리나라 양돈산업 발전의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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