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통해 본 농협Ⅲ
국감 통해 본 농협Ⅲ
  • 권민 기자
  • 승인 2018.11.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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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추진됐던 농협 사업개편의 주요 논거는 농협이 신용사업에 치중한 ‘돈벌이(?)’에 몰입하면서, 본연의 역할인 농산물 유통 등 경제사업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농협법 제1조는 농업협동조합의 목적을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이라고 정했다.

신용사업 치중 여전

하지만 박완주 의원은 농협국감에서 “2012년 농협의 사업개편 이후 지역 농‧축협의 신용사업 대비 경제사업 비중이 개선되지 않고 있고 도시 지역의 농‧축협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도시 농‧축협과 지역 농축협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는 도시형 조합이 금융점포를 통한 신용사업 활성화가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의 신용사업은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경제사업에 투여함으로써 당초 유통‧판매사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형 조합들의 경제사업은 도통 활발하게 전개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앙회는 도‧농 조합간의 협력이나, 도시형 조합이 금융점포를 늘릴 경우 경제사업장을 열도록 권고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국감에서 “농협중앙회가 당초 계획보다 5년 앞당겨진 2012년 신경분리 이후, 2015년 2월말 중앙회 판매‧유통사업을, 2017년엔 나머지 경제사업을 각각 경제지주로 이관시켰다”고 설명하면서 “경제지주 분리가 외형적으로 경제사업 자립기반을 구축했다고 평가하지만 지역 농‧축협의 신용사업 치중 현상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당했다.
박완주 의원은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지역 농축협 신용사업 및 경제사업 비중 현황’을 근거로, 작년말 기준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전국 7대 특‧광역시 소재 농축협의 신용사업 비중은 76.2%인 반면 경제사업 비중은 23.8%에 불과했다는 것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광주광역시가 92.5%로 가장 높았고 대구, 부산, 인천, 대전, 울산, 서울 순이었다. 반면 제주도의 경우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제사업 비중이 54.8%로 신용사업보다 높았다.
중앙회가 도농 조합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고 하지만 도(道) 지역의 경우 5년 전인 2013년 61%에서 지난해 61.3%로 변화가 없었지만, 특‧광역시 농축협의 신용 비중은 72.7%에서 76.2%로 커졌다. 중앙회의 노력이 무색할 지경이다.
특‧광역시의 이런 사정은 경제사업의 성장이 정체되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박완주 의원은 “농협의 존재이유에 속하는 경제사업이 도시 지역 조합을 중심으로 외면받는 것도 모자라 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손쉽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신용사업에 매몰됨으로써 정작 농협의 역할을 망각해 가는 것은 아닌지 매우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도시형 조합의 한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조합원의 수도 적고 그들이 생산하는 축산물의 양도 농촌형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므로 이 같은 구조를 갖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농협가치 실천할 때

그러나 서울의 관악농협의 경우를 보면 그 관계자의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축산물 백화점을 만들어 농촌형 농협과 협력을 통해 지역 농축산물을 팔아준다. 이것은 도시형 조합들이 협동조합의 존재가치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잘 설명해준다.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의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유발 하라리 교수는 최근 출간한 「21세기를 위한 21가지의 제언」에서 “종교나 이념이 21세기에서 기술적이나 과학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과거나 현재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힘은 대규모 협동에서 발휘되는 데, 대규모 협동을 이끌어 내려면 그만큼 큰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이념이나 종교의 역할은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협동조합 이념’을 강조하는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유발 하라리 교수의 말을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자, 이제 깊은 잠에서 깨어나라. 그리고 앞의 구태한 벽들을 부수고 나아가라”고 수도 없이 부르짖는다 해도 시스템을 정비해나가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농협의 IT 시스템 개편과 관련 아웃소싱을 받아 일을 해오고 있는 지인은 농협에서의 일을 한마디로 ‘생경’하다고 표현한다. 생경(生硬)은 말 그대로 ‘세상 물정에 어둡고 완고하다’는 뜻이다.
4급 직원과는 대화가 통하고, 3급 팀장은 그런대로 이해하지만 그 윗선은 경우 새로운 업무나 지식이 필요한 업무에 대해서는 이해조차 못할 뿐 아니라 결재 시간까지 너무 오래 걸려 같은 설명을 되풀이하게 된다고 한다.
자신이나 기타 일반 회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풍경이란다. 업무의 효율성 면에서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농협은 이념타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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